'런온' 최수영 "믿어주면 해내는 사람이 될게요" [인터뷰]  
입력: 2021.02.19 05:00 / 수정: 2021.02.19 05:00
런 온 최수영이 인생캐릭터를 만난 가운데, 종영 소감을 전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런 온' 최수영이 인생캐릭터를 만난 가운데, 종영 소감을 전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녀시대와 삶은 서단아, 덕분에 위안받았어요."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가수 겸 배우 최수영과 '런 온'이 만나니 '인생캐릭터' 서단아가 탄생했다. 서단아로 완벽하게 변신해 때로는 사이다를, 때로는 울림을 안겼던 최수영이지만 그 역시 '런 온'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소녀시대부터 배우 활동까지 긴 여정을 걸어온 최수영에게 '런 온'은 의미 있는 선물로 기록됐다.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런 온'(극본 박시현, 연출 이재훈)은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다.

작품은 이 시대 청춘들이 마주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비추는 것과 동시에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들로 2030 세대의 공감을 이끌었다. 또한 회를 거듭할수록 더해진 진한 여운도 '런 온'을 인기작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최수영 역시 청춘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 곳곳에 숨어 있으며 작품을 아우르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긴 극본 덕분에 '런 온'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동안의 드라마들을 보면 일 잘하는 여성과 젊은이들의 청춘, 사랑 등을 다룰 때 '요즘 세대들은 저러겠지'라는 가늠으로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어요. 반면 '런 온'은 청춘들의 언어, 감성, 고민에 대한 여러 가지를 현실적으로 잘 녹여낸 드라마예요. 아무래도 작가님과 배우들이 같은 시기에 청춘을 보냈던 만큼 이러한 지점을 잘 파악했던 것 같아요."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도 매력적인 요소였다. 특히 신세경이 연기한 오미주는 최수영이 그간 봐온 여성 캐릭터들 중 단연 최고였다. 솔직하면서도 올곧은 주관과 프로페셔널하면서도 자립적인 오미주가 최수영의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최수영은 "오미주라는 인물을 진짜 사랑했다. '돈을 받았냐'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안 해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받았든 안 받았든 나는 나이니까'라는 자존감 높은 모습이 좋았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봐왔지만, 오미주는 감히 내 '인생 여주'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멋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최수영의 서단아 역시 '사이다' 화법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서단아는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이자 재벌 3세로 서명그룹의 유일한 적통이지만 연년생으로 태어난 후처의 아들 때문에 후계 서열에서 밀려난 인물이다. 최수영은 이유 있는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커리어우먼 서단아 역을 높은 싱크로율로 소화해내 호평받았다.

"(서)단아는 부자이지만 정의롭고 이념과 사상이 깨어있는 인물이에요. 요즘 시대에 볼 수 있을법한 신여성 캐릭터라는 점이 참신하게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강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면모나 심지가 굳은 인물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런 온 최수영이 극 중 캐릭터 서단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녀시대와 닮았다는 서단아는 최수영에게 울림을 안겼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런 온' 최수영이 극 중 캐릭터 서단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녀시대와 닮았다는 서단아는 최수영에게 울림을 안겼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니 최수영 역시 신날 수밖에 없었다. 최수영은 "패션 업계에서 일하니까 개성 있는 패션을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마냥 화려한 모습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길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서단아에게 완벽히 녹아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최수영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서단아가 탄생했다.

"주로 운동화를 신고 텀블러를 들고나왔는데 모두 계획한 설정이었어요. 텀블러의 경우, 화려하고 안하무인의 재벌상속녀보다는 환경 운동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두고 동참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 생각한 아이템이에요. 이 부분을 작가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안 그래도 극 후반부 북극곰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는 설정을 생각하고 계셨다며 흔쾌히 허락하셨어요. 운동화는 작가님이 처음부터 넣은 설정인데 역시 같은 의미를 가진 장치예요."

냉철한 카리스마를 가진 서단아는 순수한 미대생 이영화(강태오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조금씩 변화를 시작했다. 특히 두 사람의 로맨스는 보통 로맨스물에서 다루던 재벌남주, 캔디여주의 클리셰를 뒤바꾼 설정으로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역클리셰'에 재미를 느낀 건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최수영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 장면일지라도 웃기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겼다.

"서단아나 이영화는 기선겸(임시완 분)과 오미주에 비해 보여질 기회가 제한적이에요. 대신 두 사람이 나올 때마다 색다른 묘미를 안겨 어느 순간부터는 기다려지는 인물이 됐으면 했어요. 그 포인트를 만들고 싶고 살리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합을 맞추다 보니 저는 물론이고 보기에도 재밌는 장면들이 탄생한 것 같아요."(웃음)

이처럼 서단아라는 인물에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최수영이지만, 처음 역할을 맡았을 때는 두려움도 있었다. 서단아는 자신이 세운 기준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이를 어필할 때는 거침없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서단아 특유의 말투가 다소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서단아는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려고 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본인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거나, 단지 흥미롭기 때문에 툭 던지는 말일 때가 많죠. 하지만 서단아의 서사를 모르는 시청자 입장에선 충분히 거슬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캐릭터가 시작부터 호감과 사랑을 받으면 16부를 끌고 가기가 수월하지만 반대의 경우 다소 힘들어요. 이런 점에서 '(서)단아가 첫 마디부터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진 않을까'라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생겼죠."

두려움은 곧 당당함으로 바뀌었다. 박시현 작가에 대한 굳건한 신뢰 덕분이었다. "어느 순간 서단아가 편해졌다"고 회상한 최수영은 "작가님이 캐릭터의 변질 없이 작품을 끌고 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 서단아가 결핍이 있다는 것과 그에 따른 성장 서사 역시 잘 풀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초반에 겁이 나긴 했지만 대본을 읽을수록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런 온 최수영이 인생캐릭터를 만난 가운데, 자신 역시 작품을 통해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런 온' 최수영이 인생캐릭터를 만난 가운데, 자신 역시 작품을 통해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2002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했던 최수영은 2007년 한국에서 그룹 소녀시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같은 해 드라마 '못말리는 결혼'으로 연기에도 도전했다. 이후 그는 '제 3병원' '연애조작단 : 시라노' '내 생애 봄날' '38사 기동대' '밥상 차리는 남자' '본 대로 말하라', 영화 '순정만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 '걸캅스' 등 장르와 캐릭터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며 차근차근 내딛다 보니 최수영도 어느덧 소녀시대를 기준으로 데뷔 15년 차가 됐다. 지금껏 걸어온 길을 돌이켜본 그는 "서단아와 소녀시대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제 영어 대사를 만들어주기 위해 대본을 함께 본 티파니 역시 같은 생각을 했어요.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날이 서 있는 서단아의 모습이 소녀시대 활동 때를 떠올리게 한 거죠. 모든 게 주어진 것 같고 빈틈없어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완벽해 보이기 위해 쫓기듯 살고 자기 관리에 힘쓰고 있어요. 멤버들 모두 스스로 세워둔 완벽의 기준이 높기 때문에 누구보다 고군분투하면서 살아왔죠."

그래서였을까.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전달했던 '런 온'은 최수영의 마음도 보듬었다. "우리 드라마지만 나 역시 보면서 많이 울었다"는 최수영은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내가 돼볼게. 네가 믿어주면 그걸 해내는 사람'을 꼽았다. 이는 최수영의 신조이기도 했다.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누군가 날 믿어준다면 내가 꼭 해내야지'라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어요. 절 믿어준 만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거죠. 작가님 역시 배우가 나를 믿어줬으니까 작품을 잘 완성하겠다는 마음을 대사로 전한 것 같아 고마웠어요. 그래서인지 기선겸의 대사가 흘러나오는 순간 참 많이 울었어요. 제게 '런 온'은 '내가 돼볼게. 네가 믿어주면 그걸 해내는 사람' 같은 존재예요."

끝으로 최수영은 "난 사실 밝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최근 들어 깨닫고 있다. 때문에 조금은 서늘한 역할을 해보고 싶고,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인물도 표현해보고 싶다. 반대로 어떤 장면을 코믹하게 만드는 걸 좋아해서 제대로 된 코미디가 있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며 배우로서 소화해보고 싶은 캐릭터들을 나열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떤 역할을 정해놓고 생각하기보다는 제안을 주신다면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