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채영 "한유라, 파도 같은 빌런…관심 증폭 행복해"
입력: 2021.02.16 05:00 / 수정: 2021.02.16 05:00
8일 서울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KBS 105부작 일일드라마 비밀의 남자 촬영을 모두 마친 배우 이채영을 만났다. /이선화 기자
8일 서울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KBS 105부작 일일드라마 '비밀의 남자' 촬영을 모두 마친 배우 이채영을 만났다. /이선화 기자

KBS 일일드라마 '비밀의 남자' 종영 인터뷰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KBS 일일드라마 '비밀의 남자'가 시청률 20% 고지를 점령하면서 연장 편성 끝에 105부작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막장 파격 드라마의 성공을 이끈 주조연들의 차진 악역(빌런) 연기가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여자이자 '메인 빌런' 한유라로 분한 이채영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채영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빌런 연기의 정점에 섰다는 반응도 쏟아진다. 그녀의 처절한 악행 연기는 '비밀의 남자'의 권선징악 엔딩으로 마무리되면서 드라마 말미 처참히 짓밟혔지만,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되기 충분했다. 이채영은 이번 연기를 통해 방송국 연예대상에서 6년 만에 상도 받았다.

'뻐꾸기 둥지'의 이화영, '여름아 부탁해'의 주상미 등 빌런을 맡은 경험이 있는 그녀다. 이채영은 과거 자신이 맡았던 빌런의 감정선에 대한 크기가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점점 커져가는 형태였다면, 이번 '비밀의 남자'의 한유라는 끊임 없이 내리침을 반복하는 '파도 같은 빌런'이었다고 말했다.

맡은 배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도 돋보였다. 이채영은 한유라라는 인물이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면서 때로는 녹록치 않은 현실에 벽을 느끼는 이 시대의 20~30대 청년들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봤다. 한유라의 악행이 용서받기 어렵지만 자신이 힘들기 때문에 세상을 힘들게 해서라도 이겨내겠다는 이기적이면서도 시대 공감적인 인물로 해석했다. 악행 연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해내기 위해 스스로 대본을 뜯어고치거나 동료 배우 및 선배들과 쉴 새 없이 통화했다는 일화도 귀를 기울이게 했다.

인터뷰를 통해 직접 만난 이채영은 자신이 배우 그 자체로써 비춰지길 원했다. 연기로 주목을 받는 배우가 아니었다고 스스로 고백하면서도 이번 작품을 통해 다음 연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에 대해 크게 행복해 했다. 다양한 장르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또 다시 빌런 역할 제의가 들어와도 또 다른 악역 연기가 준비돼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천상 배우였다.

이채영은 그녀의 차진 빌런 연기 만큼이나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천상 배우였다. /이선화 기자
이채영은 그녀의 차진 빌런 연기 만큼이나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똘똘 뭉친 천상 배우였다. /이선화 기자

- 긴 여정을 달려왔다. 촬영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5회 분량이 추가되면서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배우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비밀의 남자'는 애틋한 작품이다. 반년 넘게 더위와 싸우다가 추위와 싸운 기억도 있다. 코로나19 시국인 만큼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가 촬영장에서 더욱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남다른 애정이 생겼다. 단 한 명의 확진도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

- 시청자들에게 한유라가 어떻게 비치길 원했나.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여러 종류의 빌런들이 나온다. 다양한 빌런을 이미 알고 있는 시청자분들은 빌런 연기를 보면 기존에 획을 그었던 빌런들과 비교하게 된다. 그 사이에서 빌런으로써 얼마나 밀도감 있게 연기를 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빌런의 악행 이후에 무너져가는 권선징악의 모습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희열감을 느끼길 바랐다. 또 계속 악행만 하게 되면 시청자분들이 빌런에 대한 면역력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회 호흡이나 눈빛같은 것을 다르게 조절하면서 연기했다.

- '뻐꾸기 둥지' 이화영, '여름아 부탁해 '주상미', 비밀의 남자 '한유라'는 모두 악역이었다. 연기에 차이가 있었다면.

'뻐꾸기 둥지'의 이화영은 경직돼 있었다. 도형으로 따지자면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여름아 부탁해' 주상미는 '순한맛 빌런'이었다. 다 가지고 있지만 더 가지려고 하는 부분에서 빌런이 됐다. 여성스러운 부분도 있다.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나(웃음). 사랑을 위해 쟁취하려는 공감대 형성이 되는 빌런이었다.

그러나 한유라는 파도 같은 빌런이었다. 거세게 몰아칠 때도, 잔잔하게 내리칠 때도 있지만 파도는 파도다. 완급조절을 줄 때에는 주고 힘을 뺄 때는 빼는 노력을 했다. 악행을 저질러도 그 것을 넘어서고, 또 넘어서고, 또 넘어서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한유라는 시대 상에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20~30대의 고충을 공감하면서 비록 나쁜 방법이지만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한유라는 내가 힘들기 때문에 세상을 힘들게 해서라도 갖겠다는 집착이 있는 인물이었다.

또한 한유라를 연기하면서 3년 동안 시집을 못가겠구나 생각도 했다(웃음). 한유라가 '비밀의 남자'에 등장하는 모든 배역들과 최선을 다해 싸우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노력을 많이한 것 같다.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해야 했다. 대본을 뜯어서 텍스트화 하는 작업도 혼자서 많이 해봤다. 시청자들에게 지독한 빌런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채영은 비밀의 남자의 메인 빌런 한유라로 분해 105부작 동안 쉴 새 없는 악행 연기를 선보였다. /KBS 비밀의 남자 영상 캡처
이채영은 '비밀의 남자'의 '메인 빌런' 한유라로 분해 105부작 동안 쉴 새 없는 악행 연기를 선보였다. /KBS '비밀의 남자' 영상 캡처

- 악역 전문 배우라는 말도 나온다.

또 빌런 연기를 하게 된다면 한유라와는 또 다른 악역을 보여드릴 예정이다. 빌런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그런 연기들도 해보고 싶고 자신도 있다. 배우로써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다.

사실 저는 연기로 주목받는 배우가 아니었다. 필모그래피보다는 다른 것들이 이슈가 된 게 사실이다. 모든 작품들이 감사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다음 연기를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생겨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운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마음가짐의 차이인 것 같다. 액션이든 멜로든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빌런 유무를 떠나 연기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 '비밀의 남자'의 또 다른 악역인 배우 김희정과 1대 1 신이 많았는데.

김희정 선배님은 멋있는 카리스마를 지닌 '파리지앵느' 같은 분이다. 줄 때 확실하게 주고 져 줄때 확실하게 져 주는 등 저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대본 연습을 하다가 어느 부분이 막혀서 전화를 드린 적도 있는데 1~2시간 넘게 통화하면서 그 신이 이해가 될 수 있게 튜터 역할도 해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 신창석 PD와 오랜만에 재회였다. 호흡은 어땠나?

11년 전 드라마 '천추태후'에서 (감독님과)호흡을 맞췄다. 최대한 감독님의 연출과 작가님의 극본에 맞춰 연기를 하지만 제 나름의 연기 해석을 감독님께서 많이 이해해주신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제가 감독님을 귀찮게 할 정도로 많은 조언을 구했다. 감독님께서는 "그렇게 해봐라" "믿을게"라고 해주셨다(웃음).

-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2014년 일일드마라 '뻐꾸기 둥지' 이후 오랜만의 일인데 일일드라마와 궁합은?

제 목소리가 일일극 하기에는 센 톤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일일극과 함께 한 경험이 쌓였고 상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일일드라마가 합이 잘맞는다, 안맞는다 이런 것보다는 그 시대에 맞게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연속극이 아닌 다른 장르도 해 봤다. 어떤 장르에 국한돼서 일을 하는 느낌보다는 경계가 불분명한 팔색조같은 매력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

- 드라마 촬영도 마친 현재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향후 활동 계획은?

아직 다음 작품이 정해지진 않았다. 다만 하고 싶은 것은 있다. 드라마를 촬영할 때에는 정말 보고 싶었던 신간 책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보지 못했다. 한 번 보면 끝까지 봐야하는 성격인데 촬영을 가야하니 잠을 못자면 안되겠다 싶어서 보지 못했다. 그런 것들을 몰아서 보고 싶다.

이채영은 시청자와 팬들에게 따뜻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선화 기자
이채영은 시청자와 팬들에게 따뜻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선화 기자

- 여행광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프리카와 남미 빼고 전 세계를 다 가봤다(웃음). 촬영이 끝나거나 스케쥴이 없으면 혼자서 베낭 하나 들고 여행을 가는 편이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여행을 가지 못해 아쉬운 것은 있다. 그래서 관심사나 취미를 동적인 것에서 정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한다. 최근에는 다시 작품을 뜯어보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 마지막으로 시청자와 <더팩트> 독자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작년 한 해동안 '비밀의 남자'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코로나19 여파로 생활하는게 힘든 시기였고 밖을 잘 나가지도 못하다 보니 아직은 큰 사랑을 받았다는게 실감이 나진 않는다. 시청률 20%이 넘었을 때에도 시청자분들에게 공약 수행이나 더 많은 이벤트, 더 좋은 모습들 해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드릴 게 없다. 사실 소통같은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인데 시청자, 팬분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또 한유라라는 인물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드리고 싶다. 이채영의 배우로써 인생에 전환점을 지켜봐주셔서 영광이다. 앞으로의 행보나 연기력을 주목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실망하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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