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전설'이 된 나의 인생곡③] 김용임 '사랑의 밧줄'..."해남 배추밭 역주행"
입력: 2021.02.04 05:00 / 수정: 2021.02.25 09:11
사랑의 밧줄은 무명가수생활 20년만에 빛을 본 김용임의 첫 히트곡이다. 그는 음반을 발표하고 홍보하러 다니는데 방송사 PD 분들이 밧줄로 꽁꽁꽁이 뭐냐며 핀잔을 주다 뜨고나니 최고 트로트라며 극찬을 했다고 말했다. /이동률 기자
'사랑의 밧줄'은 무명가수생활 20년만에 빛을 본 김용임의 첫 히트곡이다. 그는 "음반을 발표하고 홍보하러 다니는데 방송사 PD 분들이 '밧줄로 꽁꽁꽁이 뭐냐'며 핀잔을 주다 뜨고나니 '최고 트로트'라며 극찬을 했다"고 말했다. /이동률 기자

트로트가 밝고 젊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다.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트로트 팬층도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해졌다. 덕분에 잊혔던 곡들이 리바이벌 돼 역주행 신화를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기 마련이고 터닝포인트도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낸 레전드 가수들 역시 인생을 바꾼, 또는 족적을 남긴 자신만의 인생곡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단 한 두 곡의 히트곡만을 낸 가수들이라면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가수 본인한테는 물론 가요계와 팬들이 인정하는 자타공인 트로트 인생곡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방송사 PD들, 무관심·외면하다 뜨고나니 "최고 트로트곡" 칭찬

[더팩트|강일홍 기자] "음반을 발표하고 홍보하러 다니는데 방송 PD분들이 '이미지에 안 맞게 밧줄로 꽁꽁꽁이 뭐냐'며 핀잔을 주곤 했어요. 부정적인 평가에 힘이 빠졌지만 좌절만 하고 있을 순 없었어요. 저한테는 가수 생활을 접느냐 마느냐, 마지막 기로에 선 노래였으니까요."

'사랑의 밧줄'은 김용임이 무명 가수생활 20년 만에 빛을 본 첫 히트곡이다. 이 곡으로 대중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그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84년 KBS 신인가요제에서 은상을 받고 가요계에 데뷔한 이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라서려면 운도 따라줘야 한다. 사실 '사랑의 밧줄'이 히트하기 전 그는 고속도로 휴게소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최고의 메들리 가수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본인 대표곡이 없는 한 단지 이름 없는 언더가수일 뿐이었다.

그래서 가요계엔 '히트곡의 주인공은 늘 따로 있다'는 말이 있다. 김상길이 작사하고 박성훈이 작곡한 이 노래는 원래 '돌팔매' '밤에 피는 꽃' 등을 히트한 선배 가수 오은정이 부르려고 준비하던 곡이다. 우연한 계기로 김용임 차지가 됐다.

"(오)은정 언니는 같은 메들리 음반회사에서 친한 선후배였어요. 어느 날 '사랑의 밧줄'이란 곡을 들고 와 저에게 '가사도 마음에 안 들고 뒷부분 고음이 좀 부담스럽다"면서 한번 불러보라 하더라고요. 근데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저한테는 딱 입맛에 맞았어요."

김용임은 곧바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새로 편곡한 '사랑의 밧줄'(2003년)을 발표했다. 은근히 마음에 드는 노래여서 자신은 있었다. 아니, 이 노래가 아니면 가수 생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첫 반응이 시큰둥했다. 더디고 힘들어도 전국의 행사장을 뛰어다니면서 직접 홍보할 수밖에 없었다.

김용임은 사랑의 밧줄이 히트하기 전에도 이미 고속도로 휴게소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최고의 메들리 가수였다. 84년 KBS 신인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김용임 제공
김용임은 '사랑의 밧줄'이 히트하기 전에도 이미 고속도로 휴게소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최고의 메들리 가수였다. 84년 KBS 신인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김용임 제공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우선 지방에서부터 바람이 불었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전국 커버 주요 방송사 라디오 PD들도 스튜디오 출연 요청을 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밧줄로 꽁꽁꽁'은 전국을 강타하는 히트곡 반열에 오른다.

"지방에서부터 서울로 역주행했다는 게 저는 너무 신기했어요. 한번은 지역 행사 MC가 운집한 관객들에게 저도 몰랐던 얘기를 들려줬어요. 이 노래 히트 원동력은 해남 배추밭이라고요. 아주머니들 사이에 배추 다발을 묶으면서 부른 단골 레퍼토리였대요."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 내 사랑이 떠날 수 없게/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어라 내 사랑이 떠날 수 없게/ 당신 없는 세상은 단 하루도 나 혼자서 살 수가 없네/ 바보같이 떠난다니 바보같이 떠난다니 나는 나는 어떡하라고/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 내 사랑이 떠날 수 없게'

김용임의 인생곡 '사랑의 밧줄'은 아마추어 노래자랑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MBC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서는 '나의 인생곡'으로 직접 열창했고, 최근엔 KBS2 '트롯 전국체전'에서 도전자들의 듀엣 미션곡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용임은 중고시절에도 '옥구슬 굴러간다'는 말을 들을 만큼 장구와 북 장단에 맞춰 소리를 잘했다. 덕분에 경기민요와 경서도 민요를 체계적으로 공부했고, 경기여고에 진학해서는 엉뚱하게도 성악 공부까지 했다. 결혼과 함께 가요계를 떠났다가 99년 '김용임의 트로트 대백과'를 내면서 컴백, '고속도로 메들리 가수'로 대성공을 거둔다.

'사랑의 밧줄'이 인기 상승의 물꼬를 튼 뒤엔 '열두줄'(2001년) '의사선생님'(2002) 등 이전에 불렀던 노래까지 주목을 받았다. 이후 '내 사랑 그대여'(2007) '빙빙빙'(2009) '부초같은 인생'(2011) '사랑님'(2014) '내장산'(2015) '오늘이 젊은날'(2016) 등 부르는 노래마다 히트로 이어졌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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