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차인표가 말하는 영화 '차인표'
입력: 2021.01.13 00:00 / 수정: 2021.01.13 00:00
차인표가 영화 차인표로 넷플릭스 시청자들을 만났다. 오랜 고민 끝에 택한 작품에서 그는 망설임 없이 망가지며 열연을 펼쳤고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색다른 도전을 하고 싶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넷플릭스 제공
차인표가 영화 '차인표'로 넷플릭스 시청자들을 만났다. 오랜 고민 끝에 택한 작품에서 그는 망설임 없이 망가지며 열연을 펼쳤고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색다른 도전을 하고 싶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넷플릭스 제공

"고정된 이미지 깨기 위해 출연 결심했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안녕하세요. 영화 '차인표'에서 차인표 역할을 맡은 차인표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다는 것, 배우라면 한 번쯤은 꿈꿔볼 일이다. 하지만 차인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물론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희화화하는 작품인 만큼 오랜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2015년 제안을 받고 4년의 세월이 흐른 2019년 그는 출연을 결정했다.

'차인표'(감독 김동규)는 대 스타였던 배우 차인표(차인표 분)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는다. 2019년 촬영을 마쳐 이듬해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정을 미뤄왔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차인표는 "저 예산으로 찍은 작품인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전 세계 관객들에게 소개 돼 기쁘다"며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어려운 제안이었고 부담됐습니다. 제안받은 2015년 당시에는 저와 너무 괴리가 컸고 희화화의 부작용도 생각해야 했어요. 아내에게 줄거리를 얘기했더니 '굳이 꼭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렇게 4년이 흘렀는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어요. 들어오는 작품이 적어졌고 저를 제외하고 진행되는 영화도 생기더라고요. '차인표'로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색다른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차인표는 이전 이미지로는 더 이상 얻고 싶은 게 없었다고 차인표 출연 계기를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차인표는 "이전 이미지로는 더 이상 얻고 싶은 게 없었다"고 '차인표' 출연 계기를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극 중 차인표는 등산 중 흙탕물에 빠져 근처 여자고등학교에서 샤워를 한다. 건물은 무너지고 전라 상태로 그곳에 갇힌다. 자신의 이미지에 흠집이 가는 게 두려워 구조요청도 하지 못하는 그의 고군분투가 '차인표'의 주된 서사다. 90년대를 풍미했던 터프가이 차인표는 알몸 상태로 열연하며 조금의 망설임 없이 망가진다.

"대중이 저를 보는 이미지와 제 스스로 가진 고정관념이 같다고 생각해요.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제 일이니까 거기에 맞추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만큼 발전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미지를 연기로 깨고 싶었는데 작품은 안 들어오고(웃음).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차인표'를 찍었어요. 이전 이미지로 더 이상 얻고 싶은 게 없어요. 안주하는 것보다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보람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해졌죠."

"건물 안 잔해에 갇혀 있는 장면은 3~4일 정도 세트장에서 찍었습니다. 제가 불편할 수 있으니 미술팀이 나름 인체공학적으로(웃음) 잘 만들어줬어요. 목 뒤에 베개처럼 바위도 넣어 주고요. 개인적으로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고 웃을 때 행복해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영화에 많이 출연하고 싶어요."

단역 배우였던 차인표는 1994년 첫 주연작 MBC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넷플릭스 제공
단역 배우였던 차인표는 1994년 첫 주연작 MBC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넷플릭스 제공

단역 배우였던 차인표는 1994년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주인공 강풍호 역을 맡아 활약했다. 시청률 45.1%를 기록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불러일으켰고 차인표 역시 당대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극 중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고 색소폰을 부는 모습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제 차인표는 그 이미지를 떨쳐내고 싶다고 한다. "영화 속 검지 손가락이 잘리는 장면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 당시 저는 무명이었어요. 27살이었는데 벼락스타가 돼 유명해졌고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지금 생각해보면 일생일대의 행운이었어요. 하지만 그 행운을 누린 대가로 그 이미지가 아직까지 남아 제 삶을 구속했어요. '차인표'라는 제목이 부담이었는데 '내 이름 석 자가 뭐라고 부담까지 느끼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참 별거 아니었는데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어요."

영화가 공개된 후 차인표는 온라인에서의 반응을 찾아봤다. 1점 혹은 만점이라는 호불호 뚜렷한 평가였지만 그는 "그저 젊은 분들이 많이 본 것 같아 기분 좋다"며 미소를 보였다. 2008년 '크로싱' 이후 12년 만에 주연 영화를 만났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사실 자체가 2021년 그가 얻은 최고의 행운이란다.

차인표는 작품이 공개되고 난 후 예전 팬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넷플릭스 제공
차인표는 "작품이 공개되고 난 후 예전 팬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넷플릭스 제공

"기억에 남는 반응은 '코미디인 줄 알고 봤는데 앞으로 내 삶의 태도가 바뀔 것 같다'였어요. 제가 영화에 출연한 의도와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저를 잊었거나 떠났다고 생각했던 예전 팬들이 연락을 많이 주세요. 정말 팬이고 오랫동안 기다렸다고요. 그런 연락을 받을 때 정말 미안한 마음, 더 열심히 해서 기쁨을 드렸어야 했는데 난 왜 망각했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차인표는 '차인표'를 기점으로 이전의 자신과 조금 더 멀어질 계획이다. 극 중 그가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외쳤던 것처럼 현실의 그 역시 진정성을 가득 담아 배우로서 활약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배우에게 진정성이란 연기를 잘하는 거라고 봐요. 극 중 차인표와 사람 차인표는 배우로서 진정성은 소홀히 한 채 사회적인 진정성만 더 부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차인표'가 진정성을 희화화하는 것을 보고 더 크게 느꼈어요. '차인표'가 공개됐으니 이 작품을 계기로 조금 더 활발히 활동을 하고 싶은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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