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가 자신의 이름을 딴 영화 '차인표'로 돌아왔다. 한 시대를 터프가이는 작품 속에서 한없이 망가지며 이름 값을 해낸다. /넷플릭스 제공 |
추억 속 청춘 스타의 '웃픈' 생존기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수컷 냄새 물씬 풍기는 '터프가이' 이미지로 90년대를 풍미했다. 전국 남자들의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게 만들었고 톱스타 신애라와 결혼에 골인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한때의 이야기다. 차인표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영화로 발을 땅에 붙인다.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는 대 스타였던 배우 차인표(차인표 분)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는다. 본인 역할을 맡은 차인표를 비롯해 조달환 송재룡 조상구 등이 출연한다. 지난해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정을 미뤄왔고 고민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차인표는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는 한물간 배우다. 진정성 하나만 있다면 만사가 해결될 거라는 터프가이로 삶을 살아간다. 중저가 패션 브랜드 화보 촬영에서마저 어깨에 가득한 '뽕'을 내려놓지 않고 자신 때문에 영화 투자가 되지 않는 사실마저 애써 외면한다. 그때마다 뒷수습은 매니저 김아람(조달환 분)에게 돌아간다.
극 중 차인표(왼쪽)는 무너진 건물에 갇히고 매니저 조달환에게 구출을 요청한다. /넷플릭스 제공 |
등산 도중 진흙탕에 빠진 그는 근처에 있는 여자고등학교로 들어가 샤워를 한다. 하지만 학교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무너지고 그는 알몸이 된 채 폐허 속에 갇힌다. 구조요청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그는 선뜻 119에 전화하지 못한다. 왕년의 톱스타 차인표에게 생존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로서의 이미지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도 모르게 자신을 이곳에서 꺼내 달라고 요청한다.
극 중 차인표와 현실의 차인표는 많은 부분 맞닿아 있다. 영화와 같이 차인표는 90년대를 풍미한 터프가이 이미지로 대중의 뇌리 깊이 각인돼 있다. 다만 현실의 그는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지 않다. 터프가이의 시대는 끝났고 그는 배우로서 생명력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이미지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차인표'는 그가 연기로서 보여주는 연기 인생 2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진짜' 차인표가 영화에 담겨있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하며 눈에 힘을 가득 준 채 거울을 쳐다보는 모습은 이제 멋지기보다는 '웃프'다.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 음악과 함께 흔드는 검지 손가락도 촌스럽기 그지없다. '셀프 디스'가 될 게 뻔한데도 그의 열연에는 망설임이 없다. 쉽게 망가지고 때로는 애처롭기까지 하다.
차인표는 본인이 희화화될 수 있는 작품임에도 망설임 없이 열연을 펼친다. /넷플릭스 제공 |
다만 이야기가 그의 부족함 없는 열연에 힘을 실어주질 않는다. 우격다짐 타프가이라는 캐릭터로 파생될 코미디 요소를 제대로 내놓지 못한다. 전라 상태의 절박한 차인표는 미소만 안길 뿐 폭소로 나아가질 않는다. 그 외 캐릭터가 던지는 대사도 딱히 차진 맛이 없어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를 오가다 힘을 잃는다.
코미디 영화가 아닌 차인표라는 배우를 추억하기 위한 작품으로는 썩 괜찮다. 사람들 사이 그저 추억으로만 머무는 사이 그가 했을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목소리로 연기를 펼치는 신애라를 비롯한 예상치 못한 얼굴들의 등장은 위트를 더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고 러닝타임은 106분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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