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왼쪽) 신세경 주연의 '런 온'이 순항 중이다. 높은 시청률이나 뜨거운 화제성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시청자가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JTBC 제공 |
안방극장에 건넨 따뜻한 위로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런 온'이 임시완 신세경의 열연과 함께 순항 중이다. 자극성은 없지만 자꾸만 곱씹게 되는 특유의 재미로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임시완 신세경은 최근 방송 중인 JTBC 수목드라마 '런 온'(극본 박시현·연출 이재훈)을 통해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각각 남녀 주인공 기선겸 오미주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고 끌어나간다. 여느 드라마처럼 격정적이지는 않아도 살며시 미소 짓게 하는 특유의 로맨스로 최근 '겸미 커플'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제작진은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런 온'하는 로맨스 드라마"라고 '런 온'을 소개해왔다. 두루뭉술한 것 같지만 드라마를 들여다보면 이보다 정확한 문구가 또 없다.
주인공 기선겸은 유명한 육상 선수지만 내면은 상처로 가득하다. 아버지 기정도(박영규 분)는 국회의원이고 어머니 육지우(차화연 분)는 유명 배우다. 그래서 기선겸은 '육상 선수 기선겸'이 아닌 '누군가의 아들'로 불린다. 부모의 그늘에 가려지는 게 익숙해 어느 순간부터 감정의 문을 닫고 달리기에 몰두한다.
'런 온'은 번역가 오미주(왼쪽)와 육상 선수 기선겸의 이야기를 그린다. /JTBC 제공 |
반면 오미주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고아로 외롭게 자라왔다. 그래서 자기 정체성이 뚜렷하고 감정 표현에 거침이 없다. 술에 취해 무례한 언행을 뱉는 교수 황국건(김정하 분)에 당당하게 맞서기도 한다. 유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업계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은 영화 번역가다.
감정을 숨긴 채 앞을 향해 달리는 육상 선수, 할 말 다 하지만 끊임없이 되감기 버튼을 누르는 번역가. 이렇게 상반된 설정을 가진 두 사람의 로맨스가 '런 온'의 중심이다. 오미주는 술자리에서 모욕을 준 교수에게 사죄하기 위해 육상 선수들의 통역을 맡고 여기서 기선겸을 마주하게 된다.
섞일 수 없을 것만 같지만 두 사람은 차츰 상처를 꺼내며 소통한다. 기선겸은 유명 배우와의 스캔들, 후배들의 폭행 시비, 아버지의 비교와 손찌검 등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툭툭 뱉는 말도 감정이 담겨있지 않아 다른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미주는 "왜 같은 한국말인데 흐름을 못 따라가겠지?"라며 기선겸의 언행을 이상하게 여긴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며 그가 톱배우의 남자친구, 국민 배우(차화연 분)와 국회의원 아들 등 기선겸은 늘 타인이 이름과 함께 사람들 입에 오르는 '웃픈' 인생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에 자신밖에 없던 오미주는 기선겸에게 마음을 연다. 통역을 핑계로 데이트를 즐기며 그가 삶의 주인공으로서 살아가도록 돕는다. 선수촌 내 학대를 막지 못해 망연자실하자 "극복이라는 게 꼭 매 순간 일어나야 되는 건 아니다"라고 위로하고 갈 곳이 없다는 그를 위해 방 한 켠을 내준다. 자극성 없이 연신 따뜻하기만 한 '런 온' 특유의 힐링 서사다.
'런 온'은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지지부진하게 끌고가지 않는다. /JTBC 제공 |
'런 온'은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지 않는다. 2회 만에 키스 엔딩을 선보이고 술에 취한 오미주는 "이러다 실수할 것 같다"며 기선겸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다. 물론 몇 가지 오해로 잠시 멀어지기도 했지만 시시콜콜한 정도다. 그 다툼마저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표현해내니 위트 넘친다.
이 캐릭터들을 맡은 두 배우의 열연도 백미다. 임시완은 OCN '타인은 지옥이다', 신세경은 MBC '신입사관 구해령' 이후 1년여 만의 안방극장 복귀로 화제를 모았다. 임시완은 슬픔을 억누르고 감정을 지운 채 살아가는 캐릭터의 내면을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신세경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매력을 꺼낸다. 독설을 뱉는 인물을 사랑스럽게 표현하며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런 온'은 뜨거운 인기를 과시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첫 회 2.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해 2% 후반대 시청률을 오가고 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데는 실패했을지라도 작품에는 이렇다 할 흠집이 없다. 극 중 임시완 신세경이 그렇듯 '런 온'은 자극적인 전개 없이 시청자들과 천천히 발을 맞춰가며 따뜻한 위로를 건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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