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가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을 통해 전세계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성경을 읊조리고 칼을 휘드르는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
"성경 읊는 검객…담백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경을 읊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 아름다운 자태로 진검을 휘두르는 검사. 개성이 뚜렷해 섞이지 않는 두 캐릭터가 연상된다. 최근 김남희는 이 두 얼굴을 모두 품고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래서 이제는 전 세계인이 알고 있는 '천의 얼굴'이 됐다.
김남희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극본 홍소리 김형민 박소정, 연출 이응복)에서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정재헌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캐릭터의 직업은 국어 교사이고 말투는 얌전하다. 성경책을 꼭 품고 있어 사람들에게 믿음을 강요할 것만 같은 '기독교 빌런'이 그의 첫인상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며 그 의뭉스러운 첫인상을 벗고 절대 선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작품에 나오지 않는 전사가 참 많은 캐릭터예요. 그저 대사로 '저는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직업은 국어 선생님입니다'라고 말하고 계속 주님을 찾아요. 그러면서도 검도 실력을 가지고 있고 로맨티시스트에 유머까지 갖췄는데 그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니 어렵더라고요. 잘못하면 이 중에 하나도 못 가져가겠다 싶기도 했어요."
'스위트홈'은 그림홈이라는 아파트 주민들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물들과 맞서 싸우며 생존하는 과정을 담는다. '기독교 빌런' 같던 김남희는 정의감으로 무장해 진검을 들고 주민들을 지켜낸다. 그저 칼만 휘두르는 게 아니라 적재적소에 성경을 읊으며 비장미도 보여준다. 후반부에는 캐릭터의 에너지까지 폭발시키며 '스위트홈'의 명장면을 장식하기까지 한다.
극 중 김남희(왼쪽)는 박규영과 러브라인을 그려 호응을 끌어냈다. /넷플릭스 제공 |
"문어체 대사가 참 많아요. 제가 셰익스피어 같은 연극을 많이 했으니 감독님은 제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경험이 있어도 오글거리거나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으니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하고자 했어요. 검도는 방송국 근처 검도장을 다녔어요(웃음). 6개월간 검술을 익혔는데 현장에 가니 조금 다르더라고요. 배운 대로만 쓸 수 없어서 액션 감독님과 잘 만들어봤어요."
그는 윤지수 역의 박규영과 러브라인도 그렸다. 김남희가 진검이라면 박규영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괴물들과 맞선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상황에서 둘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다소 어두운 톤을 유지하는 '스위트홈'이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처음부터 러브라인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진 않았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마음이 닿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규영이랑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규영이가 저보다 동생이니까 부담 가지지 말고 하고 싶은 걸 다 해보라고 했어요. 그러니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규영이는 방망이질, 저는 칼질을 하니까 그것도 디테일을 맞춰가며 연기하기도 했어요."
김남희는 '스위트홈' 속 자신의 연기를 "50점"이라고 평가했다. /넷플릭스 제공 |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지만 김남희는 '스위트홈' 속 자신의 연기를 50점이라고 평가했다. "내가 해내야 할 역할의 100%를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응복 감독과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음에도 '스위트홈'은 특히나 어려운 경험이었다.
"제가 생각해온 캐릭터와 감독님이 구상해둔 캐릭터를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어요. 캐릭터 조율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봐요. 소통 없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을까 싶어요. 그런데 얘기를 하면 할수록 감독님 이야기가 맞더라고요(웃음). 감독님이 자주 저를 써주시는데 그 이유를 따로 여쭤본 적은 없어요. 그냥 만날 인연이었던 게 아닐까요. 감독님이 앞으로도 저를 어떻게 쓰실지 모르겠어요."
"괴물이 된다면 어떤 욕망을 숙주로 삼게 될 것 같냐"는 '스위트홈' 출연자들을 향한 단골 질문도 김남희에게 던져졌다. 작품마다 색다른 매력을 펼쳐 짙은 인상을 남겨왔던 그라 연기에 관한 욕망이 괴물 화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나태 괴물이 되고 싶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김남희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
"일 안 하고 맨날 놀면서 가난하지 않아도 되는 나태괴물, 평생 놀아도 행복하고 친한 사람들과 술 마시면서 낚시를 다니는 그런 괴물이 되지 않을까요(웃음). 많은 분들이 '얼굴을 갈아 끼고 연기한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사실은 좀 달라요. 제가 자기 관리를 잘 안 하거든요. 그래서 체중이 계속 바뀌니까(웃음) 그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 관리를 좀 해야겠어요."
장난스러운 대답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을 뿐 김남희는 나름의 신념으로 연기를 대하고 있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는 그저 내 직업"이라며 "모든 직업 종사자들이 그렇듯 나도 늘 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력의 결과는 그가 쌓은 필모그래피들이 보여준다. tvN '도깨비'의 책임감 강한 의사,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바람둥이, '미스터 션샤인'의 악인, SBS '언니는 살아있다'의 스토커 등 매 작품마다 새로운 매력을 꺼내왔다. 2021년의 김남희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새로운 얼굴을 갈아 끼우며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선한 역할과 악한 역할의 경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인물에게는 이유와 사연이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해왔어요. 인물이 가진 매력 중에 이중성에서 나오는 페이소스를 좋아해요. 그런 경계 없는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지난 작품을 잘 생각하지 않아요. 지난 일은 잊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나가려고 해요. 앞으로 어떤 역할이라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면 고민 없이 선택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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