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올해 5개 앨범 연속 빌보드200 1위에 올랐고, 첫 영어 곡과 피처링 곡 그리고 한국어 곡으로 모두 핫100 1위에 올랐다. 사진은 12월 12일 열린 '2020 더팩트 뮤직 어워즈'에서 'Dynamite' 무대를 펼치는 모습. /이선화 기자 |
빌보드 핫100 1위 3곡 + 5개 앨범 연속 빌보드200 1위 + 그래미 어워드 입성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방탄소년단은 이미 K팝의 새 역사를 쓰고도 남을 만큼 많은 것들을 이뤘다. 그렇게 맞이한 2020년, 이들은 설마 설마 했던 것들마저 결국 성취했다.
올해를 시작하기 전 방탄소년단은 이미 해외 유력 매체들로부터 '21세기 비틀스'라 불렸다. 지난해 세계 양대 팝 시장인 미국과 영국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과 오피셜 앨범 톱100에서 동시 1위에 오르고 전 세계 스타디움 투어를 성황리에 치러내면서 붙은 수식어다. 전 세계 주요 시상식의 상도 섭렵했다. 믿기 어려운 K팝 최초의 성과들이다.
기세 좋게 시작한 2020년은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지난해 세계 최고의 그룹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면서 올해 전 세계를 종횡무진 누빌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모든 것이 멈췄다. 그러나 그 역경 속에서 미국 빌보드 핫100 1위, 5개 앨범 연속 빌보드200 1위, 그래미 어워즈 후보 선정이라는 화려한 꽃을 피워냈다.
첫 영어 곡 'Dynamite'로 '높은 산' 빌보드 핫100 정상 올라
과연 더 오를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성과들을 이룬 방탄소년단은 2020년 2월 4번째 정규 앨범 'MAP OF THE SOUL : 7(맵 오브 더 솔 : 7)'을 발표하고 4개 앨범 연속 빌보드200 1위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1년 5개월(1966년 7월~1968년 1월)을 기록한 비틀스 이후 그룹으로는 가장 빠르게(1년 9개월) 4개 앨범 1위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대중성의 척도인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도 자체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타이틀곡 'ON(온)'은 해당 차트 4위로 진입하며 2018년 6월 10위에 오른 'FAKE LOVE(페이크 러브)'와 지난해 4월 핫100 8위를 차지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Feat. Halsey)를 넘어섰다.
이후 기분 좋게 월드 투어를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모든 계획을 멈췄다. 멤버들이 "절망했다"고 표현할 정도의 상황.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음악으로 다시 이겨냈고 더 놀라운 새 역사를 썼다. 바로 핫100 정상 등극이다. 방탄소년단은 월드 투어가 중단되자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앨범 작업을 시작했고 그 곡들 중 'Dynamite(다이너마이트)'를 지난 8월 디지털 싱글로 먼저 공개했다. 그리고 이 곡은 핫100에서 무려 3주간 1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8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Dynamite(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 핫100에서 총 3회 1위에 올랐다. /빅히트 제공 |
비 영어권 곡에 인색한 라디오 방송 횟수가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핫100 1위는 팬덤만으로는 오르기 어려운 높은 산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첫 영어 곡 'Dynamite'로 높은 문턱을 넘었다. 한국 가수가 핫100 1위에 오른 것도 처음이지만 방탄소년단은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과 핫100을 석권한 최초의 한국 가수가 됐다.
이는 빌보드 역사에서도 손 꼽힐 만한 일이다. 'Dynamite'는 역대 빌보드에서 발매 첫 주 차에 핫100 1위로 진입한 43번째 곡이다. 여기에 포함된 가수들은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엘튼 존, 브리트니 스피어스, 에미넴, 레이디 가가, 에드 시런 등이다. 이 가운데 솔로 가수와 피처링을 제외하면 에어로스미스, 조나스 브라더스, 더 스코츠 뿐이다.
5개 앨범 연속 빌보드200 1위 받고 핫100 1위 한 번 더
방탄소년단은 'Dynamite'에 이어 곧바로 또 한 번 핫100 정상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이 피처링에 참여한 제이슨 데룰로의 'Savage Love' 리믹스 버전이 1위를 차지한 것.
해외 음반 시장, 특히 미국은 협업 아티스트가 곡에 대해 충분한 권리를 갖는다. 빌보드 공식 차트와 기록 역시 리드와 피처링 아티스트가 동일하게 이룬 성과로 본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Savage Love'는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는 점에서 영어로 부른 'Dynamite' 1위보다 훨씬 더 의미가 크다"며 "킹 메이커"라고 평가했다.
더 놀라운 건 'Savage Love' 리믹스 버전에 이어 핫100 2위는 'Dynamite'였다. 2곡을 나란히 1, 2위 올리는 대기록을 쓴 것. 핫100에서 한 팀이 1, 2위를 기록한 것은 2009년 블랙 아이드 피스 이후 11년 만의 기록이다. 또 비틀즈, 비지스, 아웃캐스트, 블랙 아이드 피스에 이어 차트 통산 5번째다.
방탄소년단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2일 발표한 새 앨범 'BE (Deluxe Edition)'의 타이틀곡 'Life Goes On(라이프 고즈 온)'으로 또 핫100 1위를 차지했다. 'Dynamite'와 피처링에 참여했던 'Savage Love' 리믹스 버전에 이어 3번째 핫100 1위 곡이 탄생한 순간이다. 무엇보다 영어 곡도 피처링 곡도 아닌 한국어 곡이라 더 유의미한 성과다.
이에 빌보드는 'Life Goes On'의 핫100 1위 소식을 전하며 "한글 가사 위주의 노래가 1위에 오른 것은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또 'Life Goes On'은 스페인어가 대부분인 루이스 폰시의 'Despacito(데스파시토)' 이후 비 영어 가사로 핫100 1위를 차지한 첫 번째 곡이다. K팝의 새 역사인 것과 더불어 세계 음악사에서도 놀랄 만한 '사건'이다.
방탄소년단은 11월 발표한 앨범 'BE'와 타이틀곡 'Life Goes On'으로 빌보드200과 핫100 1위를 동시 석권했다. /빅히트 제공 |
또 다른 기록도 있다. 방탄소년단은 'Dynamite'로 첫 정상에 오른 지 3개월 만에 'Life Goes On'으로 3번째 핫100 1위를 차지했는데 빌보드에 따르면 이는 그룹 비지스(Bee Gees)가 2개월 3주에 걸쳐 3곡으로 핫100 1위를 한 이래 42년 만에 최단 기록이다. 또 비틀스의 2개월 3일 이후 가장 빠르게 핫100에서 첫 3번의 1위를 차지한 팀이 방탄소년단이다.
뿐만 아니라 'BE'는 어김없이 빌보드200 1위에 올랐다. 올해 2장의 앨범으로 빌보드200 1위를 기록한 그룹은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또 비틀스 이후 가장 짧은 시간 안에 5장의 앨범을 빌보드200 1위에 올렸다. 'BE'는 비영어권 앨범 중 통산 11번째 1위를 차지했는데 11장의 앨범 중 5장이 방탄소년단의 앨범이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가장 보수적인 '그래미 어워드' 입성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서 팝록 부문 페이보릿 듀오 그룹, 올해의 투어,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3관왕,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서 톱 듀오 그룹, 톱 소셜 아티스트 2관왕에 올랐다. 또 처음으로 '그래미 어워드'에 초청돼 무대를 펼쳤다.
올해도 트로피 수집은 계속됐다. 지난 8월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베스트 팝, 베스트 K팝, 베스트 그룹, 베스트 안무 부문을, 10월 '2020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4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11월 '2020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팝/록 장르 페이보릿 듀오/그룹'과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2년 연속 수상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는 미국의 3대 시상식이다. 나머지 하나는 바로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그래미 어워드'다.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으로 음악 업계 모든 종사자들의 꿈의 무대다. 세계 최고의 활약에도 방탄소년단은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발표한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 발표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올랐다. 지난 8월 'Dynamite'로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오른 뒤 "이번엔 '그래미 어워드'에서 단독 무대를 하고 싶다. 수상도 하면 좋겠지만 일단 그 무대에서 우리의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방탄소년단의 꿈이 또 이뤄진 순간이다.
'제63회 그래미 어워드'는 내년 2월 1일(한국시간) 열린다. 방탄소년단이 또 한 번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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