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 OTT·영화·드라마, 미디어 지각변동
입력: 2021.01.01 05:00 / 수정: 2021.01.01 05:00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콜 차인표 승리호(왼쪽위부터 시계방향)가 극장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모두 코로나19 여파에 극장 개봉을 수차례 미뤄온 끝에 선택한 생존법이다. /넷플릭스,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콜' '차인표' '승리호'(왼쪽위부터 시계방향)가 극장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모두 코로나19 여파에 극장 개봉을 수차례 미뤄온 끝에 선택한 생존법이다. /넷플릭스,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넷플릭스·카카오TV가 바꾼 생태계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뉴 미디어가 전통 미디어의 자리를 위협하는 세상이 됐다. 짐작은 했지만 모두의 예상을 웃도는 속도감이다. 누군가는 경쟁이라고, 누군가는 공존이라고 말하는 사이 2020년 영화·드라마 시장은 수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2020년 영화계는 극장과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TV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사이의 많은 경계를 허물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관객 동원에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영화가 손익분기점이 어렵다고 판단해 개봉을 미뤘다. 그리고 극장 대신 OTT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를 택한 작품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그 첫 주자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다. 2월 개봉을 예정했던 이 작품은 코로나19 사태로 일정 연기를 거듭한 끝에 4월 23일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리틀빅픽처스와 해외세일즈사 콘텐츠판다의 불협화음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은 타협했고 '사냥의 시간'은 극장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를 통해 베일을 벗은 첫 작품이 됐다.

이후 영화의 넷플릭스 직행은 잡음 없이 순조로웠다.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스릴러 '콜'(감독 이충현)이 11월 27일 같은 플랫폼에서 베일을 벗었고 '차인표'(감독 김동규)는 1월 1일, 한국형 우주 블록버스터 '승리호'(감독 조성희)는 2021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영화들 모두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미뤄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올해 처음으로 힐빌리의 노래 맹크 더 프롬(왼쪽부터)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극장 상영을 결정했다. /넷플릭스 제공
CGV와 롯데시네마는 올해 처음으로 '힐빌리의 노래' '맹크' '더 프롬'(왼쪽부터)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극장 상영을 결정했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관은 신작 수급이 어려워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상생을 택했다. 국내 멀티플렉스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지난 4월 VOD 동시 개봉한 '트롤: 월드투어'(감독 월트 도른)을 보이콧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1월과 12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힐빌리의 노래'(감독 론 하워드), '맹크'(감독 데이빗 핀처), '더 프롬'(감독 라이언 머피) 등을 개봉했다. 코로나19 여파에 CJ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넷플릭스 영화가 처음으로 개봉하게 된 셈이다.

드라마계는 넷플릭스 덕분에 다시 한류라는 순풍을 탔다. 동남아 시장에서 꾸준히 두각을 나타냈던 K-드라마는 올해 일본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tvN '사랑의 불시착'(극본 박지은, 연출 이정효)은 '2020년 일본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 톱 10' 중 1위에 올랐다. 이 드라마는 올해 2월 국내 종영 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서비스됐으며 일본 내에서 2020년 최장기간 '오늘의 톱 10 콘텐츠' 자리를 지켰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사이코지만 괜찮아(왼쪽부터)는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일본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tvN, JTBC 제공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사이코지만 괜찮아'(왼쪽부터)는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일본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tvN, JTBC 제공

또 올 초 방송된 웹툰 원작의 JTBC '이태원 클라쓰'(극본 조광진, 연출 김성윤 강민구)가 2위에 올랐고 김수현 서예지 주연의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와 박보검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 tvN '청춘기록'(극본 하명희, 연출 안길호)은 각각 6위와 8위를 차지했다. 2018년 작인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 최보림, 연출 박준화)는 9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뜸했던 일본 내 한류 열풍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K-드라마의 호성적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방송사는 여전히 고심이 깊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저조한 성적으로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상파 3사의 경우 SBS를 제외하면 2020년 시청률 10%가 넘는 히트작을 탄생시키는 데 실패했고 일본 넷플릭스 '톱 10'에도 작품을 올리지 못했다. 2020년 선보인 미니시리즈 가운데 최고 히트작은 KBS2 '포레스트'(극본 이선영, 연출 오종록)와 MBC '꼰대인턴'(극본 신소라, 연출 남성우)으로 각각 7.5%, 7.1%의 시청률에 그쳤다.

넷플릭스는 올해 킹덤2와 보건교사 안은영, 카카오TV는 며느라기와 도시남녀의 사랑법(왼쪽위부터 시계방향)이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카카오TV 제공
넷플릭스는 올해 '킹덤2'와 '보건교사 안은영', 카카오TV는 '며느라기'와 '도시남녀의 사랑법'(왼쪽위부터 시계방향)이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카카오TV 제공

여기에 다양한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이 가속화되며 방송사의 위기설도 가시화됐다. 넷플릭스는 올해 '킹덤2'(극본 김은희, 연출 김성훈 박인제)를 시작으로 '인간수업'(각본 진한새, 연출 김진민), '보건교사 안은영'(극본 정세랑, 연출 이경미), '스위트홈'(극본 홍소리 김형민 박소정, 연출 이응복) 등을 선보였다. 이 모든 작품이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방송사가 선택하지 못한 파격적인 소재와 연출만큼은 두드러졌다.

여기에 국내 OTT 플랫폼 카카오TV까지 가세했다. 올해 '연애혁명'(연출 서주완), '아만자'(극본 곽재민, 연출 김동하), '며느라기'(극본 이유정, 연출 이광영), '도시남녀의 사랑법'(극본 정현정, 연출 박신우) 등을 선보였다. 정해진 시간에 텔레비전 앞에 앉아 1시간을 보내야 하는 지상파 드라마와 10분 내외로 간단히 감상 가능한 웹드라마의 중간 형태다. 30분 내외의 숏폼 형식으로 기획됐으며 장소 제약 없이 스마트폰으로 감상 가능하다. 지창욱 김지원 박하선 권율 지수 등 유명 배우들의 캐스팅과 더불어 유명 감독과 각본가를 투입해 완성도까지 잡았다.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안방에 나란히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던 당연한 풍경은 이제 점차 추억이 돼가고 있다. 2020년 일어난 미디어 지각변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전히 많은 영화들이 극장과 OTT의 기로에 서서 고민 중이다. 영화들이 고민하는 사이 멀티플렉스는 신작 수급을 위해 다시 넷플릭스와 손을 잡을 터다. 넷플릭스와 카카오TV는 이미 2021년 공개할 수많은 드라마를 제작 중이다. 방송사는 그들에게 시청자 일부를 내주는 대신 드라마의 해외 진출을 노리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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