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구미호뎐' 황희, 매력의 '간주 점프'
입력: 2020.12.06 00:00 / 수정: 2020.12.06 00:00
황희가 구미호뎐으로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주인공 이연(이동욱 분)의 충신 구신주 역을 맡아 익살스러운 연기로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이선화 기자
황희가 '구미호뎐'으로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주인공 이연(이동욱 분)의 충신 구신주 역을 맡아 익살스러운 연기로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이선화 기자

"이동욱 선배와 연기 호흡…모든 장면이 좋았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심각한 얼굴로 '구미호뎐'에 몰입해 있다 보면 황희가 불쑥 등장한다. 우직하고 유쾌하고 또 사랑스러운 쉼표 역할이다. 극 중 그에게 푹 빠진 김용지는 거침없는 구애와 함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생략하자며 "간주 점프"를 외친다. 황희의 활약에 울고 웃던 애청자들 역시 김용지와 같은 마음이었을 터다.

최근 <더팩트>와 만난 황희는 "간주 점프보다는 마디 점프 정도가 괜찮을 것 같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4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극본 한우리, 연출 강신효 조남형)을 통해 얼굴을 많이 알려 나날이 기분 좋지만 아직은 더 내실을 다지고 싶단다. 그는 속도감 대신 대중과 함께 발을 맞추며 친숙한 배우로 남는 것을 꿈꾸고 있다.

"갑자기 뭔가 많이 바뀌면 기분이 좋을 거에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많아요. 천천히 올라가고 천천히 내려가고 싶어요. 다작이 꿈인데 그러려면 배우 생활을 오래 해야죠.(웃음) 한 방에 뜨는 것은 천운이지만 오래 활동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고 진정성 있게 꾸준히 연기하고 싶어요."

황희는 '구미호뎐'에서 구미호 이연(이동욱 분)의 충신 구신주 역을 맡았다. 이야기는 이연과 괴담 전문 PD 남지아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연은 카리스마를 뽐내며 요괴 퇴치에 매진하고 이 때문에 극은 때로 무거워진다. 그때마다 황희는 작품의 쉼표 역할을 해낸다. 치킨을 사 들고 집에 가며 '깨방정'을 떨고 이연을 위하는 척하며 모진 말을 뱉어 웃음을 안긴다. 황희는 그 역할을 해내기 위해 촬영장으로 향할 때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텐션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황희(왼쪽)는 이동욱과 차진 케미를 보여줬다. 이동욱을 위하는 척 하며 모진 말을 서슴치 않는 능청 연기로 무거워진 구미호뎐의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렸다. /tvN 제공
황희(왼쪽)는 이동욱과 차진 케미를 보여줬다. 이동욱을 위하는 척 하며 모진 말을 서슴치 않는 능청 연기로 무거워진 '구미호뎐'의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렸다. /tvN 제공

"실제 제 모습이랑 많이 달라요. 저는 침묵을 좋아하고 말도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캐릭터라는 게 배우가 가지고 있는 기운과 정서가 묻어나요. 흥이 없던 제가 갑자기 웃긴 연기를 하면 시청자들도 어색하다고 느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텐션을 끌어 올리려고 늘 노력했어요. 흥겨운 음악을 들으면서 현장으로 갔고 인사를 하면 '너 왜 이렇게 신났어?' 할 정도가 됐어요."

극 중 수백 년 동안 이연의 곁을 지킨 충신 역할을 맡은 만큼 황희는 이동욱과의 차진 케미를 보여줘야 했다. 촬영 동안 그는 이동욱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이동욱도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후배로서 부족함 없는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시험대 같았던 이동욱과의 촬영은 어느덧 놀이터가 됐다. 그저 대본에 충실했던 두 사람은 몇몇 장면을 모두 애드리브로 소화해내는 데까지 발전했다.

"늘 선배한테 말씀드렸어요. 함께 했던 장면 모두 다 즐거웠다고요. 처음에는 서로 인간으로서 에너지를 쏟지 않았으니 낯설게 느껴졌을 거예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너지가 생겼어요. 이연이 북어국을 요리하는 장면은 상황 설정만 가져갔고 다 즉석 애드리브였어요. 서로를 믿게 되니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주게 되더라고요."

황희는 이동욱 선배와 함께 했던 모든 장면이 즐거웠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황희는 "이동욱 선배와 함께 했던 모든 장면이 즐거웠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이동욱과의 브로맨스만 가져간 것은 아니다. 황희가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많은 호응을 끌어낸 것은 김용지와의 로맨스다. 수의사인 구신주는 기유리(김용지 분)가 인간의 모습을 한 러시아에서 온 여우라는 사실을 알고 진중한 태도로 그를 대한다. 기유리는 거침없는 구애로, 구신주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순수한 면모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발적이고 위트 넘치는 '구미호뎐'의 서브 로맨스다.

"멜로는 늘 부담이에요. '과연 내가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에 관한 끝 없는 의구심이랄까요.(웃음) 액션 스릴러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해왔는데 기회가 계속 생기더라고요. 이번에는 김용지 배우에 기대서 가보기로 했어요. 캐릭터도 그 사람도 정말 매력적이에요. 그래서 묻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게 통했어요. 김용지 배우랑 연기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야기를 나눌 수록 정말 단단한 사람이었어요."

극중 김용지는 "낮술을 하고 싶다"며 술을 사 들고 불쑥 황희의 집으로 찾아온다. 두 사람은 쇼파에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고 분위기는 달아오른다. 김용지는 "너의 너덜너덜한 과거가 특히 마음에 든다"며 스킨십을 요구하고 황희는 그런 그와 거리를 두다가 쇼파 끝자락까지 몰린다. '구미호뎐'의 서브 로맨스를 대표하는 이 낮술 씬은 두 사람의 애드리브로 탄생됐다.

황희와 김용지의 낮술을 하는 과정은 구미호뎐의 명 장면으로 꼽힌다. /구미호뎐 캡처
황희와 김용지의 낮술을 하는 과정은 '구미호뎐'의 명 장면으로 꼽힌다. /'구미호뎐' 캡처

"그냥 술 마시면서 대화하는 장면인데 둘이 같이 행동을 만들었죠. 저는 부끄러워서 눈을 마주하지 않고 자리를 옮기면 김용지 배우가 따라오는 리듬감 있는 장면이 만들어졌어요. 몇 초 안 되지만 둘의 관계성이 잘 보이죠. 직진하는 기유리와 보수적인 구신주 캐릭터도 다 담겼고요. 실제로도 저는 구신주랑 좀 닮아 있어요. 많이 들어주고 맞춰주고 아끼려고 하는 편이에요."

황희는 한동안 "겨울잠에 들 예정"이라고 한다. 때때로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결국 희망을 이야기한 '구미호뎐'의 여운을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다. 겨울잠이 끝나고 '구미호뎐'에 소진한 에너지를 모두 채우면 다시 작품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tvN '아스달 연대기', SBS '의사요한' 그리고 이제 막 여정을 끝낸 '구미호뎐'에 이어 2021년 그가 어떤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릴지 궁금해진다.

"운이 참 좋았어요. 모두 오디션을 보고 들어간 작품인데 잘 됐죠. 앞으로도 오디션을 계속 보게 될 거예요. 배우는 계약직이라고 생각해요. 6~7개월짜리 프로젝트를 계속해 맡게 되는 거죠.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는 예상할 수가 없어요. 그냥 제가 맡은 캐릭터가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풍성해졌으면 좋겠어요. 그걸 잘하는 게 제 영원한 숙제가 될 거 같아요.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말은 '레디'와 '슛'이에요. 그만큼 현장이 좋아요. 집에서 연습하고 있는 것들을 또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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