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대표 韓 스릴러 탄생[더팩트 | 유지훈 기자] 그저 눈에 힘 잔뜩 준 살인마가 칼 들고 쫓아오겠거니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좁은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광기가 넘실대는 넷플릭스 대표 스릴러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괴물 신예 전종서가 있다.
지난달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콜'(감독 이충현)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2019년의 서연(박신혜 분)과 1999년의 영숙(전종서 분)이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박신혜 전종서를 비롯해 김성령 이엘 박호산 오정세 이동휘 등이 출연한다.
서연은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린시절 화재 사고로 아버지(박호산 분)를 여의고 어머니(김성령 분)마저 투병 중이다. 어머니를 보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기차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다. 집구석에 방치돼 있던 낡은 전화기를 연결하고 이때부터 영숙이라는 알 수 없는 인물의 전화를 받기 시작한다. 그는 영숙이 20년 전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거에 살고 있는 영숙의 도움으로 서연은 행복을 되찾는다. 아버지는 살아 돌아와 따뜻한 미소로 반기고 어머니도 건강한 모습이다. 그 행복을 만끽하느라 영숙과는 다소 소원해진다. 계속되는 외출에 몇 차례 영숙의 전화를 받지 못한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섬뜩하다. 더 이상 영숙은 동갑내기 친구가 아닌, 현재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광기로 점철된 살인마다.
타임 슬립이라는 뻔한 장치를 영리하게 이용한 작품이다. 많은 타임 슬립물은 두 시간대의 인물이 서로를 도와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해왔다. '콜'은 초반부까지만 이를 차용하고 중반부부터는 과거 인물의 변화로 서스펜스를 꾀했다.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과거 자체가 악역이 되는 셈이니 불가항력적 공포감이 어마어마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그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린다. 특히 전종서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강렬한 에너지로 전에 없던 여성 빌런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피해자인 것만 같았던 소녀가 눈빛을 바꾸고 욕설을 뱉을 때의 섬뜩함이 뇌리에 박힌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데뷔한 데 이어 할리우드 진출까지 확정한 괴물 신인의 저력은 고스란히 전달된다. 캐릭터의 광기를 아등바등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되고 날카롭게 벼려냈다.
박신혜는 대중이 기억하던 사랑스러운 얼굴이 아니다. 선이 굵고 처연하며 또 투박하다. 차츰 쌓아 올린 감정들을 전종서와 맞설 때 폭발시킨다. 다만 전종서의 활약이 너무 큰 나머지 다소 묻힌다는 인상이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엘, 인간적이고 따뜻한 김성령 등 영숙과 서영의 엄마 역할을 맡은 두 배우의 활약도 짧지만 부족함이 없다.
연출도 썩 괜찮다. 과거 텔레비전 화면은 그저 추억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기말적 분위기를 살려내 기괴하다. 서영이 과거의 영숙을 저지하기 위해 택하는 방법들도 참신한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남는 유일한 아쉬움은 스크린에서 이 작품을 볼 기회를 앗아간 코로나19일 터다. 15세 관람가이고 러닝타임은 112분이다. 쿠키 영상을 잊지 않고 챙기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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