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해본 욕설 연기, 어색해 보일까 걱정 많았죠"[더팩트 | 유지훈 기자] 2020년의 박신혜는 대중이 기억하던 얼굴과는 조금 다르다. 좀비가 들끓는 세상인 영화 '#살아있다'에서 치열하게 생존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포감마저 느껴지는 서스펜스 영화 '콜'로 돌아왔다. '로코 퀸'이라는 이미지는 점차 옅어지고 대신 연기의 선은 점차 굵어진다. 누군가는 이 변화가 야속하게 느껴지겠지만, 정작 박신혜는 자유로울 뿐이다.
박신혜는 최근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편) 공개를 기념해 라운드 인터뷰에 임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취재진 모두 카메라를 끄고 있어 외로웠던 모양이다. 공손한 인사에 이어 미소와 함께 "여러분 카메라 좀 켜주시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코로 퀸'이라는 수식어만 내려놓았을 뿐 박신혜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건강한 매력의 소유자다.
"집에서 '콜'을 봤어요. 오프라인 행사가 없었는데 마치 시사회 현장에 있는 것처럼 긴장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집에서 느끼니 색다르더라고요.(웃음) 전체적으로 좋은 평을 해주신 분들이 많았고 네 여자 배우가 똘똘 뭉쳐서 더 좋았다는 기사도 있었어요. 분명 배우로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기분 좋았고 뭔가 해소된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2019년의 서연(박신혜 분)과 1999년의 영숙(전종서 분)이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 든 박신혜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에게 주어진 서연 캐릭터가 너무 수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수 차례 논의와 수정 끝에 서연은 조금 더 입체적인 인물로 변모했다. 그리고 그 입체성을 넘어 자신의 과거를 뒤흔드는 영숙에게 욕설과 독기까지 뿜는다. 박신혜는 그 날 선 연기를 곧잘 해낸다.
"제가 욕도 하죠?(웃음) 기존 작품에서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어요. 촬영하면서 좀 어색해 보이지 않을까 저 스스로도 걱정했어요. 전종서 배우와의 시너지 덕분에 잘할 수 있었어요. 의식하지 않고 정말로 열이 받고 황당해서 욕이 절로 나오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족을 잃어가는 한 사람의 처절함과 절박함. 영숙과 함께 끓어오르는 서연이의 광기와 분노. 이렇게 다양한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 많았어요. 후반부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그 과정들을 잘 구분 지어보려고 노력했어요."

박신혜는 인터뷰의 많은 비중을 전종서를 칭찬하는 데 썼다. 극 중 전종서는 박신혜의 과거를 쥐락펴락하는 강렬한 악역이다. 첫인상은 순진한 소녀의 모습이지만 어느 순간 돌변해 살인마가 된다. 영화 두 사람이 마주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대신 전화로 대화를 나누며 연신 긴장감을 안긴다. 완벽한 호흡을 위해 이들은 서로의 촬영 현장에 찾아가기도 했다.
"정말 많은 장면에서 전종서 배우의 열연이 빛났어요. 그가 조금씩 변해갈 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떤 쫄깃한 긴장 같은 걸 줬던 거 같아요. 전종서 배우가 연기를 끝내면 제가 답변하는 식의 촬영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만 따라가면 뻔한 장면만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전종서 배우의 현장에 가고 반대로 전종서 배우가 제 촬영장에 와주고 그런 식으로 각자의 온도를 맞춰갔어요."
'콜'은 지난해 4월 크랭크업했다. 후반 작업을 마친 후 개봉 시기를 조율하는 동안 코로나19가 극장가를 덮쳤다. 우여곡절 끝에 작품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박신혜는 올해 8월 유아인과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로 넷플릭스 영화 콘텐츠 부문에서 글로벌 조회수 1위라는 성공을 맛봤다. 그래서 '콜'의 넷플릭스 공개는 그에게 아쉬움과 설렘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안겼다.

"사운드 스릴감 분위기 전반적 색감 이런 걸 느끼기에는 솔직히 극장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넷플릭스는 최선의 선택이었어요. 아쉬움은 있지만 190여 개 국에서 동시 오픈되는 것은 새로운 강점이에요. '#살아있다'가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가 아쉽긴 하지만, 나중에는 분명 한국 영화가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최근의 박신혜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다소 멀어져 있다. '#살아있다' '콜' 그리고 곧 베일을 벗을 JTBC 드라마 '시지프스'까지 연달아 장르물을 택했다. 어떤 특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선택은 아니다. 어느덧 30대 배우가 됐고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풋풋하고 성장하는 그런 작품이 제게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30대가 됐고 여기에 오기까지 많은 경험이 쌓였어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이로 인한 감정 변화 같은 것들이요. 신기하게도 그런 경험에 맞는 작품들이 저를 찾아오더라고요. 풀리지 않는 매듭 같은 게 있었는데 '#살아있다'와 '콜'이 그걸 풀어줬어요. 쾅 하고 감정들이 터지고 또 다른 길이 생기더라고요."
이별에 눈물짓고 그 슬픔을 이겨내 성장하던 '로코 퀸'이라는 가면은 이미 오래전에 던졌다. 그 이후 장르물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넷플릭스 속 걸출한 두 작품에서 그는 한층 폭넓어진 연기를 보여줬고 그 연장선인 '시지프스'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박신혜는 또 다른 매듭을 풀고 싶단다. 그것도 "조금은 솔직하고 낯 뜨거운 사람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니 앞으로 그가 쓸 새로운 가면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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