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116-박구윤] '뿐이고'로 인생 전환 '트로트 금수저'
입력: 2020.11.23 05:45 / 수정: 2020.11.23 06:57
박구윤은 대학 시절 박효신 박완규 이적 김범수 거미 등 내로라하는 팝 발라드 가수들의 코러스로 활동했다. 그는 트로트 가수 데뷔는 대중가요 작곡가이신 아버지와 형님 등 음악가족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박구윤은 대학 시절 박효신 박완규 이적 김범수 거미 등 내로라하는 팝 발라드 가수들의 코러스로 활동했다. 그는 "트로트 가수 데뷔는 대중가요 작곡가이신 아버지와 형님 등 음악가족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국내 유명 발라드 가수들 코러스로 활동하다 트로트 전향

[더팩트|강일홍 기자] 박구윤(38)은 대중적 스타성을 두루 갖춘 가수다. 그는 인생곡 '뿐이고'에 이어 '나무꾼'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데뷔 12년 만에 가요계 입지를 다졌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다재다능한 끼를 분출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도 자리매김했다.

2008년 '구윤'이란 예명으로 데뷔('말랑말랑')한 뒤 2010년 '뿐이고'를 히트시키며 '본명 박구윤'을 되찾았다. 그가 부른 '뿐이고'는 노래방 애창곡 1순위를 넘어 대통령 선거유세곡으로 불리며 대중가요 저작권료 수입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운이 좋아 잠시 인기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땀과 노력이 없으면 결국 모래성에 불과해요. 예전엔 뭐든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고 했잖아요. 요즘엔 달라졌어요. 가수라면 노래는 당연히 잘 불러야하고, 다방면의 탤런트적 멀티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

박구윤의 원래 꿈은 연기자다. 그는 서울 가락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자체 축제 중 하나로 송파연극제에 출전해 입상하는 등 일찌감치 연기자로 자질을 인정받았다. 이후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작곡 전공)에 진학해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박구윤은 "사실 연기자의 꿈을 접은 뒤에도 아버지나 형처럼 작곡가의 길을 가고 싶었는데 대학시절 우연한 기회에 유명가수들의 코러스에 참여한 뒤 진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전공교수였던 '달의 몰락' 가수 김현철의 제의에 따라 '김현철&이소라 박완규 박효신' 콘서트에 코러스로 참여했다.

그는 내로라하는 팝 발라드 가수들의 코러스를 섭렵하면서 싱어로 방향을 틀었다. 트로트 가수 데뷔는 대중가요 작곡가인 아버지(박현진)와 형(박정욱) 등 가족의 영향이 크다. 트로트 젊은 바람의 주역으로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스페셜 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2008년 구윤이란 예명으로 데뷔한 뒤 2010년 뿐이고를 히트시키며 본명 박구윤을 되찾았다. 아버지는 작곡가 박현진이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동안 진행됐다. /임영무 기자
2008년 '구윤'이란 예명으로 데뷔한 뒤 2010년 '뿐이고'를 히트시키며 '본명 박구윤'을 되찾았다. 아버지는 작곡가 박현진이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동안 진행됐다. /임영무 기자

-트로트가 대세 장르로 굳으면서 분위기가 좋다. 가요계 젊은 바람을 일으키는 대표가수인데 각오부터 한마디 한다면?

데뷔 이후 요즘처럼 행복한 시기가 없었어요. 10여년 전 처음 데뷔할 때만 해도 트로트 하면 주류에서 벗어난 장르로 인식이 됐어요. 당시 저는 20대 중반이었는데 젊은 가수지망생이라면 당연히 발라드를 해야하고, 소위 '뽕짝'으로 불리던 트로트는 중년이 넘은 나이 든 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거든요. 모처럼 맞은 전통 트로트 열기가 식지 않도록 더 노력하는 모습을 잃지 않겠습니다. 선배 형님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영웅이나 영탁이 같은 실력파 후배들의 멘토까지 허리 역할을 잘 해내야죠.

연예계는 인사만 잘해도 이미 절반은 성공이다. 그만큼 이미지가 중요하다. 박구윤은 가요계 선배들이 좋아하는 성실하고 반듯한 가수 이미지의 전형이다. 늘 깎듯한 인사와 살가운 표정으로 친근감을 내뿜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유명 대중가요 작곡가 박현진이다. 그는 "조금이라도 거만하고 건방지단 소리를 듣는 순간 아버지한테 누가 돼 돌아오기 때문에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처음 데뷔할 때 아버지의 존재를 감추고 싶어 다른 분의 곡을 받았고 이름도 구윤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곡을 받으려고 가수들이 줄을 설 만큼 명성이 나 있는 아버지가 왜 아들한테는 매정하게 했다고 생각하나? 오히려 혹독한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고 들었다.

강 기자님이 더 잘 아시는 것처럼 가요계가 녹록치 않은 곳이잖아요. 트로트 쪽이 인정을 받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시니 반대를 하셨던거죠. 아마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 크고 염려가 많아서 더 엄격하게 하신 것 같아요. 자력으로 일어서길 바라셔서 처음엔 곡도 주지 않으셨어요. 처음엔 그게 서운해 더 이를 악물고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저도 가수로 활동을 하면서, 또 자식을 낳고 살아보니 그 당시 아버지의 심정을 좀 알 것같아요.

그의 아버지 박현진은 1980년대 부터 인기가수들의 곡을 히트시킨 유명 작곡가다. 가수 현철의 '봉선화 연정' '사랑에 푹 빠졌나봐', 배일호의 '신토불이' '99.9' '장모님', 송대관의 '네 박자', 박진도의 '야간열차', 박상철의 '무조건' '자옥아' '황진이' 등 숱하게 많은 노래를 작곡했다. 박구윤은 "데뷔 당시엔 탐탁치 않게 생각하셨는지 곡도 주지 않아 다른 분의 노래로 활동했다"면서 "기대 이상으로 제가 열정을 쏟아내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시고는 뒤늦게 곡을 주셨는데 그게 바로 가수로서 제 인생곡이 된 '뿐이고'였다"고 말했다.

박구윤은 가요계 선배들이 좋아하는 성실하고 반듯한 가수 이미지의 전형이다. 늘 깎듯한 인사와 살가운 표정으로 친근감을 내뿜기 때문이다. /임영무 기자
박구윤은 가요계 선배들이 좋아하는 성실하고 반듯한 가수 이미지의 전형이다. 늘 깎듯한 인사와 살가운 표정으로 친근감을 내뿜기 때문이다. /임영무 기자

-사실 아버지 명성 때문에 '트로트계 금수저'로 불리지 않나. 팝 발라드 가수들의 코러스로 활약하다 어떻게 트로트 가수로 진로를 바꾸게 됐는지 그 과정도 궁금하다.

금수저라기보다는 음악과 자연스럽게 접하고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살았어요. 그래서 대학에서도 실용음악 작곡을 전공했는데 실제로는 싱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학과 교수였던 김현철 선배가 동료 가수들과 콘서트를 하면서 한번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게 코러스를 하게 된 계기였죠. 나중엔 박효신 박완규 이적 김범수 거미 SG워너비 빅마마 등 스타 발라드 가수들의 코러스는 거의 다 했던 것같아요. 노래에 자신감이 붙을 만하니 무대를 장악하는 주인공이 되고 싶더라고요. 아버지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겠지만 발라드보다는 트로트로 저만의 색깔을 내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박구윤은 어려서부터 가수 현철(봉선화연정)을 큰아버지로, 강진 진성을 삼촌으로, 현숙 김혜영을 고모나 이모처럼 알고 살았다. 유명 작곡가인 아버지와 인기가수들의 관계로 인해 자연스럽게 음악환경에 녹아들었다. 그는 "제가 코러스를 할 때 만해도 아버지가 적극 지지하셨는데 트로트 가수를 한다고 하니 반대하셨다"면서 "직접 실력 테스트를 해보신 뒤 아예 '부적격' 판정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코러스로 활동하며 쌓은 다양한 경험과 함께 이런 혹독한 검증 과정들이 축적돼 트로트 가수로 비교적 빠르게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박구윤은 가요계 선배들한테 깎듯한 만큼 후배들이 거리낌없이 잘 따르는 선배이기도 하다. 사진 위는 임영웅 영탁, 아래는 김호중과 함께. /박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박구윤은 가요계 선배들한테 깎듯한 만큼 후배들이 거리낌없이 잘 따르는 선배이기도 하다. 사진 위는 임영웅 영탁, 아래는 김호중과 함께. /박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항상 웃고 다니는 스마일 이미지가 마스코트다. 방송이나 행사 무대에서는 물론이고 평소 만나는 마주치는 사람들한테도 친근감이 넘쳐나는데 원래 성격이 밝고 유쾌한가.

대중가수가 된 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원래 좀 유쾌한 편이에요. 어려서부터 이웃집 어른들이 '구윤이는 둘째라서 그런지 애교나 애살이 많다'고들 하셨어요. 제 경우를 보면 성격은 역시 타고나야 하는 것같아요. 가요계 활동하는데 붙임성 많은 제 성격이 큰 도움이 되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사색에 잠길 만큼 진지함보다는 밝고 유쾌한 노래가 좋더라고요. 가수는 노래도 성격이나 스타일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은 그 이치를 좀 알 것 같아요.

박구윤은 가요계 선후배들이 인정하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언제 어디서 만나든 항상 표정이 밝고 명랑해서다. 그는 "웃는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어쩌다 이별 소재의 슬픈 노래를 불러도 사람들이 진지하지가 않다고 말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통해 힐링되는 노래도 좋아하지만 대중 앞에 부르는 건 제 몫이 아닌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왕 이럴 바엔 저한테 잘 어울리는 신나는 노래로 긍정의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사만 잘해도 이미 절반은 성공. 박구윤은 인기는 거품이나 마찬가지여서 자만하는 순간 금방 외면받을 수 있다면서 관심을 받을 때 더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인사만 잘해도 이미 절반은 성공. 박구윤은 "인기는 거품이나 마찬가지여서 자만하는 순간 금방 외면받을 수 있다"면서 "관심을 받을 때 더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트로트 가수 중에서는 신유와 여러가지 점에서 비슷한 데가 있다. 발라드로 출발해 트로트로 방향을 튼 게 대표적이다.

강 기자님이 정확히 짚으셨어요. 그것 말고도 우린 공통점이 정말 많아요. 우선 동갑내기 트로트 2세 가수예요. 중학교 다닐 땐 축구선수로 뛰었는데 알고보니 신유도 그랬더라고요. 신유 아버님도 가수 겸 트로트 작곡가로 이름이 알려졌잖아요. 신유와 가요계에서 만나 단짝친구 사이가 되고 난 뒤 "우연치곤 참으로 기묘하다"고 서로 얘기 한 적이 있어요. 이런 닮은꼴 때문에 방송가에서 라이벌 구도로 무대에 세운 적도 있어요. 우린 경쟁자보단 영원히 서로 돕는 우군이 되기로 했어요.

신유의 아버지는 가수 겸 작곡가 신웅이다. 박구윤이 그랬듯이 신유 역시 아버지의 후광을 벗고 일찌감치 독자 행보에 나섰다. 신웅은 한때 김용임 진성 김난영과 함께 4대 고속도로 메들리 가수로 불릴만큼 트로트 메들리로 유명했다. 박구윤은 "나이도 같고, 데뷔 사연이나 활동 반경도 비슷하다"면서 "더구나 가요계에서 만난 친구 중에서는 가장 친한 사이로 지내니 주변에서 부러워할만큼 특별한 인연"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같은 트로트 가수라도 음악 색깔이 달라 팬층이 겹치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행사가 사라진 요즘 가수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실업 해결'이다. 대부분의 무대가 사라졌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스케줄은 많은 편 아닌가?

네, 오늘 인터뷰도 원래는 오후에 하기로 했다가 오전으로 옮겼잖아요. 갑자기 잡힌 생방송 스케줄 때문이었는데 양해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사실 강 기자님 스페셜 인터뷰는 1년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어요. 불러주시기만을 학수고대했거든요. 이렇게 아침 일찍이라도 무조건 인터뷰에 응하고 싶었어요. 괜히 바쁜 척 하는 것 같아 죄송한데 저는 다행스럽게 방송 출연도 많지만 유튜브나 SNS 행사에 비대면 출연 요청도 많아요. 늘 고맙고 행복한 일이죠.

그는 트로트 가수 중에 끼 많은 예능인으로 통한다. 한때 '트로트 4인방'으로 불리며 방송을 장악했던 송대관 태진아를 능가한다. 코로나19 여파로 행사출연이 막힌 가운데서도 그는 TV와 라디오 등에 출연 섭외가 봇물을 이루는 가수 중 한명이다. 현재 KBS2 '트롯전국체전'과 MBN '로또싱어'에 고정 멤버로 출연하면서 KBS 2FM '김혜영과 함께'(나의 넘버원 애창곡)과 MBC 표준FM '모두의 퀴즈생활 서유리입니다' 등 라디오에도 고정 게스트로 출연중이다.

박구윤은 가요계 선후배들이 인정하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언제 어디서 만나든 항상 표정이 밝고 명랑해서다. 사진 왼쪽부터 김양 김용임 진성 박구윤. /박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박구윤은 가요계 선후배들이 인정하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언제 어디서 만나든 항상 표정이 밝고 명랑해서다. 사진 왼쪽부터 김양 김용임 진성 박구윤. /박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박구윤은 젊은 바람을 일으키며 비교적 빠르게 성공한 가수로 통한다. 그런 만큼 그에게도 자신만의 분명한 기준은 있다. 그는 "인기는 거품이나 마찬가지여서 자만하는 순간 금방 외면받을 수 있다"면서 "관심을 받을 때 더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과는 뗄 수 없는 가족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트로트 히트 메이커(박현진 작곡가)이고, 친형(박정욱 작곡가)은 워너원의 '술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 '눈물자리', 이우의 '이별 행동', 시아준수의 '길', 백지영의 '한참 지나서' 등을 쓴 유명 작곡가다.

이에 대해 박구윤은 "환경적 요소보다는 스스로 인정받기 위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보니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면서 "막상 데뷔 후엔 '부형의 후광을 입는다'는 말이 듣기 싫어 더 피나는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음 달 5일부터 방송될 새로운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인 KBS2 '트롯 전국체전'에서 그는 강원도 지역 코치를 맡았다. "숨은 고수들이 자꾸 발굴돼야 트로트 분위기가 더 활성화됩니다." 선배 가수의 조언과 팁은 물론 특유의 재치와 입담을 펼쳐보이겠다는 각오다. 그의 유쾌한 다짐이 필자한테는 새삼 '멀티예능 가수'의 면모로 와닿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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