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이 '18 어게인'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첫 주연 작에서 그는 30대 아저씨의 내면을 가진 18살 청년 고우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책임감이 컸지만 잘 작품이 마무리돼서 다행"이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
어느 날 고등학생 몸이 된 아재 고우영 역 맡아 열연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전학생이라는데 말투와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 마치 아빠라도 된 양 윽박지르고 잔소리도 어마어마하다. 팔자 걸음걸이에 아저씨처럼 '쯧'이라는 추임새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밉지가 않다. 되려 그 특유의 구수한 언행에 자꾸만 마음이 간다. '18 어게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2020년 막바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온 라이징 스타 이도현의 이야기다.
이도현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18 어게인'(극본 김도연 안은빈 최이륜, 연출 하병훈)에서 고우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묘한 캐릭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모는 18살이지만 일거수일투족이 구수한 아저씨 같다. 자칫 잘못하면 과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역할이지만 이도현은 능수능란하게 캐릭터를 빚어냈다. 한없이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사랑스러운 '18살 아재'는 그렇게 탄생됐다.
"첫 주연 드라마라 부담이 컸어요. 전부터 주연작을 꿈꾸긴 했지만 실제 앞에 닥치니까 무섭고 떨리더라고요. 막연했던 자신감이 무거운 책임감이 됐어요. 그래도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에요. 원래 성격이 무언가 주어지면 열심히 파고들어요. 감독님과 미팅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해오겠다'고 말씀드렸죠. 아직은 가진 게 열정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극중 김하늘의 남편 윤상현은 이혼 직전 "가장 빛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기도한 후 이도현(왼쪽위부터 시계방향)이 된다. /'18 어게인' 캡처 |
드라마는 주인공 홍대영(윤상현 분)이 이혼 직전 위기에서 "가장 빛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기도를 하고 난 후 18살의 몸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홍대영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고우영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간다. 이도현은 윤상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특유의 걸음걸이부터 목소리 톤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윤상현 선배와 같은 목소리 톤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했고 그래서 참 어려웠어요. 똑같으면 뭔가 이상하고 비슷하지 않으면 또 이질감이 생기니까 그 미묘한 걸 찾으려고 엄청 연습했어요. 일부러 계속 말을 꺼냈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따님한테 뽀뽀는 하고 나오셨어요? 하면서(웃음). 정말 감사한 게 한 가지를 물으면 열 가지를 답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관찰한다는 걸 알고 계시면 의식할 것 같아서 몰래몰래 지켜봤어요."
'18 어게인'이 방송되는 동안 이도현은 드라마 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 극 중 아들 홍시우(려운 분), 딸 홍시아(노정의 분)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며 펼치는 활약이 남달라서다. 괴롭힘 당하는 아들을 위해 '일찐'들을 단숨에 제압하고 자신과 같이 농구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다. 비행 소녀의 경계에 선 딸에게는 아버지로서 구수한 말투로 잔소리를 일삼는다. 소년만화의 주인공 같으면서도 친근한 매력까지 겸비했으니 시청자들의 마음은 동했다.
이도현은 윤상현을 관찰하며 고우영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위에화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
"드라마에서 딸 역할의 노희정한테 잔소리를 많이 하는데 이게 현실에서도 좀 일부러 그랬어요. 슛이 들어갈 때만 잔소리를 하면 뭔가 서로 몰입이 좀 떨어질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 모든 행동이 결국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드라마에 나오지는 않는 홍대영의 전사도 많이 상상했어요.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의 기쁨이나 함께 여행 갔을 때의 행복한 나날들이요. 그래서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18 어게인'의 초반부가 동갑내기 친구가 되어버린 아빠의 이야기라면 중반부부터는 정다정(김하늘 분)과 고우영의 로맨스가 주된 서사였다. 이도현은 김하늘과 17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숨기지 않는 '직진남'으로 변신했다. 후반부 펼쳐지는 김하늘과의 드라마틱한 키스신을 떠올리고는 "촬영이 있던 날 밥도 굶었다"며 부끄럽게 미소 지었다.
"원래는 키스가 아니라 포옹이었어요. 그런데 촬영 3~4일 전에 키스로 바뀌었죠. 고우영이 사실 홍대영이라는 걸 알고 다시 과거의 애틋함을 느끼는 장면이라 키스하는 게 더 맞겠다 싶으셨대요. 촬영 전날 잠을 못 잤고 걱정도 많았어요. 가만히 서 있을지 아니면 한발 더 나가갈지, 어깨를 잡을지 허리를 감쌀지 정말 많이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막상 슛이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연기가 됐어요. 김하늘 선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18 어게인' 후반부는 이도현과 김하늘의 러브라인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18 어게인' 캡처 |
이도현은 '18 어게인' 촬영에 매진하며 가족의 의미를 하나씩 다시 짚었다. '내가 아빠가 된다면 어떨까' '자식을 낳는다면 내게 어떤 의미일까'와 같은 질문도 태어나 처음으로 해봤다. 그래서 그에게 '18 어게인'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 됐다. 부모님께 꼬박꼬박 안부를 묻는 효자 이도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게 연기하며 배우로서 성장하게 만든 드라마이기도 하다.
"요즘 부모님께 연락을 자주 드려요. 어느 날부터인지 제가 먼저 전화하고 헤어질 때 포옹하고 그러더라고요.(웃음) 이제 작품 끝났으니 같이 시간을 좀 많이 보낼 생각이에요. 배우로서는 감정의 폭이 정말 넓어졌어요. 처음 주연을 맡은 작품인데 많은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늘 그렇듯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윤상현 선배와 더 비슷하게 연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면서요. 그래도 이제 우영이를 보내줘야겠죠."
이도현은 지금까지 데뷔작인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자신의 출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tvN '호텔 델루나'의 조연을 거쳤다.
인터뷰 말미 그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무턱대고 뛰었다면 '18 어게인'은 머리띠를 두르고 스파이크까지 신은 또 이도현의 다른 출발선"이라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대중은 앞으로 이도현을 마주 보게 될 전망이다. 이미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공개를 기다리고 있으며 차기작으로는 KBS2 '오월의 청춘'을 검토 중이다.
"산등성이가 빼곡한 산에서의 정상을 꿈꿔요. 정상에 올랐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려가고 다른 산을 오르는 걸 반복하고 싶어요. 꾸준히 나아가는 배우가 될게요. 잘생긴 배우들이 참 많아요. 저는 잘생긴 건 아닌데 매력 있는 얼굴입니다.(웃음) 자신감도 있고 열정도 커요.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처지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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