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적재'] 힘주지 않아도 묵직한 '적재다움'
입력: 2020.11.16 05:00 / 수정: 2020.11.16 05:00
싱어송라이터 적재가 12일 2번째 미니 앨범 2006을 발표했다. FINE의 연장선에 있는 앨범이자 3년 8개월 만에 발매되는 피지컬 앨범이다. 적재는 자신의 시선에서 마주한 추억, 감정, 일상의 이야기를 앨범에 담았다. /안테나 제공
싱어송라이터 적재가 12일 2번째 미니 앨범 '2006'을 발표했다. 'FINE'의 연장선에 있는 앨범이자 3년 8개월 만에 발매되는 피지컬 앨범이다. 적재는 자신의 시선에서 마주한 추억, 감정, 일상의 이야기를 앨범에 담았다. /안테나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12일 2번째 미니 앨범 '2006' 발표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기타연주가로 활동할 때부터 1년 스케줄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유명했지만, 대중이 적재를 알게 된 건 그가 2017년 3월 발표한 '별 보러 가자'를 배우 박보검이 리메이크하면서다. 그게 2018년 10월이고 2년이 지난 2020년 11월의 적재는 가장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다.

'별 보러 가자'로 이름을 알린 적재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방송된 JTBC '비긴어게인3'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더 친숙해졌다. 훈훈한 외모에 유명 가수들과 훌륭하게 호흡을 맞춰 버스킹을 하는 모습은 그를 더 궁금하게 했다.

세션맨으로 활약하던 그가 2014년 발표한 첫 정규 앨범 '한마디'와 '별 보러 가자'가 수록된 앨범 'FINE(파인)' 그리고 싱글들을 들어 보면 적재는 서정적이다. 그의 노랫말과 목소리는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요란하지 않게 강력한 힘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다.

지난 9월 음악 명가 안테나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전환점을 맞은 적재는 12일 2번째 미니 앨범 '2006'을 발표했고 마침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안테나 사옥에서 만난 적재는 그의 음악과 닮았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꾸미지 않은 단어와 문장들을 썼다. 그렇게 꺼내놓은 그의 얘기들은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묵직하고 진솔하게 다가왔다. 그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적재다움'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그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소속사다. 오랫동안 세션맨으로 활약했기에 이미 소속 아티스트들과는 모두 친분이 있었다는 적재는 "오랫동안 혼자 했더니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 안테나와 전속계약을 맺었고 "와서 음반을 만들고 활동을 해보니까 생각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적재는 제가 06학번이다. 신입생이었고 꿈에 그리던 학교에 들어오게 되고 또 그런 환경이 마련되니까 작업하고 음악하고 합주하는 모든 것들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서로의 눈빛을 봤을 때 반짝반짝 빛난다고 느꼈던 그 기억들을 모아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2006을 소개했다. /안테나 제공
적재는 "제가 06학번이다. 신입생이었고 꿈에 그리던 학교에 들어오게 되고 또 그런 환경이 마련되니까 작업하고 음악하고 합주하는 모든 것들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서로의 눈빛을 봤을 때 반짝반짝 빛난다고 느꼈던 그 기억들을 모아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2006'을 소개했다. /안테나 제공

곡 작업 능력을 갖췄고 추구하는 음악 색깔도 분명한 적재는 다른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유희열 형님께서 음악에 대한 부분보다는 만들어 놓은 음악을 어떻게 잘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주신다"고 했다.

그렇게 내놓은 안테나에서의 첫 결과물 '2006'은 'FINE'의 연장선에 있는 앨범이자 3년 8개월 만에 발매되는 피지컬 앨범이다. 적재는 자신의 시선에서 마주한 추억, 감정, 일상의 이야기를 앨범에 담았다.

"최근에 낸 싱글 3장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했고 곡은 제가 썼지만 편곡은 다른 분이 해주셨어요. 이번엔 이 시기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나의 손길이 더 많이 닿은 음악으로 환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만든 앨범이에요. 곡마다 다 다른데 전반적으로 오래 걸렸어요."

"제가 06학번이에요. 신입생이었고 꿈에 그리던 학교에 들어오게 되고 또 그런 환경이 마련되니까 작업하고 음악하고 합주하는 모든 것들이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서로의 눈빛을 봤을 때 반짝반짝 빛난다고 느꼈던 그 기억들을 모아서 노래를 만들어봤어요."

거창한 수식어들은 하나도 없었지만 '반짝반짝 빛난다고 느꼈던 그 기억'이라는 담백한 말만으로도 어느새 깊숙한 곳까지 밀려나버린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다시 열어보는 것 같아 설렜다. 적재의 2번째 미니 앨범 '2006'은 그만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타이틀 곡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은 곡 전반의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스트링 선율에 적재의 서정적인 감성이 더해져 시대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다. 적재가 2006년 대학교 신입생 시절을 회상하며 작업한 곡이다.

사실 적재의 대학교 신입생 시절은 평범하지 않았다.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거쳐 남들보다 2년 일찍 대학생이 됐다. 그는 "잘하는 사람들 속에 있다 보니까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 기복이 심하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순수함과 열정 때문이다.

적재가 쓰는 노랫말들은 그의 평소 말투와 간극이 좁다. 꾸며서 쓰지 않고 담백하게 평소 말투처럼 쓰려고 한 결과다. 그래서 그의 곡들은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바로 그 지점이 적재다움이다. /안테나 제공
적재가 쓰는 노랫말들은 그의 평소 말투와 간극이 좁다. 꾸며서 쓰지 않고 담백하게 평소 말투처럼 쓰려고 한 결과다. 그래서 그의 곡들은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바로 그 지점이 '적재다움'이다. /안테나 제공

"실력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이 심했어요.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 하겠다는 두려움 속에 살았어요. 항상 지쳐 있고 찌들어 있는 우울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때만큼 순수하게 열정에 가득 차서 음악을 하던 시절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다른 트랙들도 추억과 감정과 일상의 이야기다. 그리움을 테마로 어느 날 꿨던 꿈에서 모티브를 얻은 '풍경', 감성적인 피아노 연주로 저명한 나원주의 참여로 특별함을 더한 '알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먹먹한 감정이 느껴지게 하는 '너 없이도', 적재의 음색이 돋보이는 '흔적'까지.

적재가 쓰는 노랫말들은 그의 평소 말투와 간극이 좁다. 꾸며서 쓰지 않고 담백하게 평소 말투처럼 쓰려고 한 결과다. 그래서 그의 곡들은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바로 그 지점이 '적재다움'이다.

적재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또 부르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라이브 공연 세션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아이유 특집에 세션으로 참여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다만 앨범 세션 참여는 계속 할 생각이다.

"라이브 세션도 오래 하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저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을 봤을 때, 팬 분들이 보실 때 썩 달갑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 공연에 더 집중을 하고 수준 높은 무대를 보여드리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했어요. 제 음악 활동을 위해 잘 한 선택인 것 같아요."

"기타로 시작했고 싱어송라이터로 집중할 생각은 있지만 제 아이디어의 원천이나 그런 것들은 두 가지를 병행할 때 빛을 본다고 생각해요. 밸런스를 잘 잡으려고 한다. 두 가지를 잘 지키면 음악적으로 긴장을 놓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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