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이 오는 25일 개봉한다. 오달수의 '미투' 의혹으로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다.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오달수 '미투' 논란 이후 3년만 복귀작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매력 넘치는 '이웃사촌'이다. 정의감으로 무장해 솔선수범하고 정치인으로서 신념도 뚜렷하다. 가족에게는 그저 따뜻한 아버지다. 그런 그가 선한 웃음을 머금고 "친해지고 싶다"며 먼저 말을 걸어온다. 마음이 동하는데 자꾸만 머릿속이 복잡하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장 대권(정우 분)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의식(오달수 분)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정우 오달수 이유비 김병철 김희원 등이 출연한다.
극중 정우(왼쪽)는 오달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을 넘어 생활 패턴까지 맞춘다. /리틀빅픽쳐스 제공 |
영화는 "자유 민주주의"를 외쳐도 하다못해 빨간 옷을 입기만 해도 '빨갱이'로 낙인찍히던 1985년 독재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대권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색출하는 도청 팀장이다. 안정부 김실장(김희원 분)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가택 연금 중인 야권 대표주자 의식을 도청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동식(김병철 분) 영철(조현철 분)과 한 팀이 된 대권은 도청 임무를 충실히 해낸다. 같은 시간에 기상하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제대로 마주한 적도 없는 의식과 한 몸이 된다. 하지만 의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신념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어느덧 의식에게 대권은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인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꿈꾸는 정치가이자 따뜻한 마음을 지닌 모범적인 아빠다.
영화의 중심을 잡는 도청팀의 케미는 연신 웃음을 안긴다. /리틀빅픽쳐스 제공 |
어떤 시대상을 반영하고 코미디 요소를 적절히 버무렸으며 후반부에는 절절한 신파로 눈물을 쏙 빼게 만든다. 이환경 감독의 전작 '7번방의 선물'을 떠올리게 하는 정석적인 상업 영화다. 식상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 뼈대가 탄탄해 완성도가 높다.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1985년이라는 배경도 의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이용된다.
도청이라는 영화의 핵심 요소도 힘을 잃지 않는다. 의식의 집에서 나는 정체불명의 소리에 함께 귀를 기울이게 되고 이와 관련해 캐릭터들이 내놓는 엉뚱한 해석은 웃음 타율이 높다. 매사 허술한 도청팀의 특급 케미다. 정우는 영화를 끌고 가는 주연 배우로서의 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대권의 심경변화는 그의 열연 덕분에 자연스럽게 소화된다. 특유의 맛깔스러운 부산 사투리는 덤이다.
영화 속 오달수는 결코 코믹하지 않다. 웃음기를 쫙 뺴고 진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리틀빅픽쳐스 제공 |
'이웃사촌'은 2018년 초 촬영을 마쳤지만 3년 동안 개봉을 미뤄왔다. 의식 역을 맡은 오달수가 그해 '미투'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의식이 정의를 품은 정치인이자 절대 선으로 그려지는 만큼 몰입이 쉽지만은 않다. 웃음기를 빼고 진중한 표정으로 빚어낸 오달수의 의식은 물론 매력적이다. 논란 전이라면 '오달수의 재발견'이라는 찬사가 따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려워 보인다.
어마어마한 신선함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할 약점도 없는 영화다. 3년이라는 기간 동안 개봉이 미뤄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썩 괜찮다. 남은 것은 오달수를 향한 불편한 시선을 감내할 관객의 선택이다. 12세 관람가고 러닝타임은 130분으로 다소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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