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는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존경하는 이명박 각하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를 두고 KBS 공영노조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자사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주진우라이브 캡쳐 |
주진우 'MB 조롱'...KBS노조 "공영방송 품위와 미덕 상실" 지적
[더팩트|강일홍 기자] 언론 미디어학에서 언급하는 '불편부당'(不偏不黨, impartiality)은 뉴스가 편파적으로 쏠리지 않고 어떤 당파의 이익을 챙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자신이 만드는 모든 뉴스가 적정하게 불편부당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 내용이 편향되지 않고, 배제적이지 않고, 협소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말한다.
'불편부당'은 말그대로 영어나 한자어 모두 하나의 이념을 긍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쪽 편만을 들지 않는다'는 걸 강하게 강조하는 개념의 단어다. 뉴스의 생명은 객관성이고 균형성이다. 반드시 대립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방송은 더 엄격해야 한다.
진행자 개인적 견해와 사적 감정이 공영방송 KBS의 전파를 탄 사실은 심각한 오류다. 방송의 공적 기능은 여론의 다양성이고, 보편 타당한 시청자 권익이다. 사진은 KBS 신관 전경. /더팩트 DB |
◆ 특정 정파 대변 우려, "방송은 개인 유튜브와 다르다" 청취자 모욕
"(이명박에게 바치는) 주진우의 편지는 조롱과 빈정거림, 자신의 견해는 무조건 옳다는 오만과 편견, 상대방의 행위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자신들은 그들을 단죄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새로운 권력에 의해 재편된 대법원의 단죄를 받은 권력지형의 패배자에게 마음껏 침을 뱉어주고, 정적을 능욕하는 쾌감을 한껏 누리는 듯하다."(KBS 공영노조)
KBS 공영노조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자사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진행자 주진우의 이른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편지'와 관련해서다. 앞서 주진우는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존경하는 이명박 각하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뒤 대법원의 최종 판단(17년형 확정)이 나온 시점이다.
"(중략)대법원 판결을 보고 오늘 하신 말씀 역시 각하다웠습니다. 법치가 무너졌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그 말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중략)진실을 반드시 밝혀서 해외 비자금 반드시 찾아와서 그거 다 바치겠습니다. 각하를 거울삼아 더욱더 꼼꼼하고 치열하게 살겠습니다. 이 땅의 정의를 위해서 각하 17년 감방생활 건강하고 슬기롭게 하셔서 만기출소 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각하, 96살 생신 때 뵙겠습니다."('주진우 라이브' 10월29일 방송)
공영방송 KBS 진행자의 자질을 둘러싼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김제동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김정은 찬양 방송논란' '고액 출연료 논란'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김제동 오늘밤 캡쳐 |
◆ 공영방송 KBS '심각한 오류', 진행자 개인 견해와 사적 감정 배제돼야
편지 글에 담긴 '각하'의 속뜻은 '조롱과 빈정거림'이다. 방송 직후 우려의 목소리가 전방위적으로 쏟아졌다. 해당프로그램 청취자 청원 중에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건방진 말투로 온통 편향적인 잡설을 지껄일 것 같으면 차라리 본인과 생각이 같은 부류들과 인터넷에서 팟캐스트나 하는 것이 낫지 않나?' 같은 불편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글도 있다.
공영방송 KBS 진행자의 자질을 둘러싼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KBS는 예능인 김제동을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내세우면서 '보상 차원의 기용' '김정은 찬양 방송논란' '고액 출연료 논란' 등에 휩싸였다. 방송 전부터 '가요무대' 등 당시 기존 프로그램과 시간대가 맞물리거나 축소될 처지에 놓인 일부 PD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내홍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상대방을 악마화 하고 기회가 되면 보복을 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게 할 뿐이다.' 공영노조의 이런 지적이 아니라도 진행자 개인적 견해와 사적 감정이 공영방송 KBS의 전파를 탄 사실은 심각한 오류다. 방송의 공적 기능은 여론의 다양성이고, 보편 타당한 시청자 권익이다. 진행자가 특정 정파에 치우친 인물이라면 이미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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