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카이로스' '산후조리원'(왼쪽위부터 시계방향) 등 세 편의 드라마가 나란히 월화극으로 편성됐다. 각각 상류사회의 치열한 복수극, 타임 크로싱 장르물, 산후조리원 배경의 코미디다. /SBS MBC tvN 제공 |
장르물부터 코미디까지…개성만점 새 월화극
[더팩트 | 유지훈 기자] 각자 개성이 뚜렷한 작품이라 한데 모으니 더욱 다채롭다. 새로 짜인 월화드라마 판은 이색 그 자체다.
지난달 26일 SBS는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를, MBC는 '카이로스'(극본 이수현, 연출 박승우 성치욱)를 나란히 편성했다. tvN도 이에 질세라 지난 2일 '산후조리원'(극본 김지수 최윤희 윤수민, 연출 박수원)을 첫 방송했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새 월화극 경쟁구도다.
가장 분위기가 좋은 것은 '펜트하우스'다. 첫 회 9.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부)를 기록한 후 상승세를 타 최근 13%대를 돌파했다. 100층 펜트하우스의 범접불가 퀸 심수련(이지아 분),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욕망의 프리마돈나 천서진(김소연 분), 상류사회 입성을 향해 질주하는 평범한 여자 오윤희(유진 분)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펜트하우스'는 이지아 김소연 유진(위쪽부터)의 치열할 갈등을 그린다. /'펜트하우스' 캡처 |
드라마 전개는 맵다 못해 얼얼하기까지다. 오윤희는 성악가를 꿈꾸는 딸 때문에 오랜 악연 후 잊고 지내왔던 동창 천서진을 마주한다. 대립각을 세우다가 현실에 좌절하지만 이내 또 복수를 꿈꾼다. 심수련은 남편이 자신의 전 연인을 죽였을 것이라 추측하며 혼란에 빠져 있다. 여기에 세 사람을 둘러싸고 치청극 살인 재벌 등의 요소까지 뒤섞여 흡입력이 어마어마하다. 상류 사회와 펜트하우스를 담은 화려한 비주얼, 김소연 유진 엄기준 신은경 봉태규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도 백미다.
'펜트하우스'가 넘실대는 욕망이 돋보인다면 '카이로스'는 자로 잰 듯 완벽한 짜임새를 보여주는 장르물이다. 과거의 누군가와 전화를 통해 현재를 바꿀 수 있다는 타임 크로싱 소재를 내세웠다. 김서진(신성록 분)은 유괴된 딸(심혜연 분)을 되찾기 위해 한달 전 과거에 살고 있는 한애리(이세영 분)와 여러 사건을 재구성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김서진의 마음과 달리 현재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한애리와 연락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믿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의심되기 시작한다. 그의 절박함은 한애리를 죽음의 위기에 빠트리기도 한다. 매회 초반부 화면을 가득 채우는 'KAIROS' 로고를 비롯해 각자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세련된 연출도 연신 눈을 즐겁게 한다.
'카이로스'는 탄탄한 이야기에 세련된 연출을 더했다. /'카이로스' 캡처 |
다만 첫 회를 보지 않으면 몰입하기 어렵다는 장르적 한계가 '카이로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첫 회 3.7%로 시작해 반등 없이 3% 초 중반 대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2020년 다소 부진한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한 MBC 드라마의 체면치레를 도운 웰메이드 장르물의 탄생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 3일 한 주 늦게 월화극 대열에 합류한 '산후조리원'은 두 작품과 달리 다소 유쾌한 분위기로 무장했다. 지난 2일 첫 회 4.2%의 시청률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격정 출산 느와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웃음과 공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주인공 오현진(엄지원 분)이 관장을 하는 굴욕적인 순간부터 고통과 무통을 거쳐 저승사자를 마주하게 되는 격렬한 출산까지의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산후조리원으로 향하는 장면을 마치 위험이 도사리는 재난영화처럼 표현한 재치도 웃음을 끌어내기 충분했다.
'산후조리원'은 출산이라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 호응을 끌어냈다. /'산후조리원' 캡처 |
엄지원은 42세의 산후조리원 최고령 산모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워킹맘으로서의 지적인 면모로 시작해 출산 후 삶의 모든 것이 변한 초보 엄마로서의 면면도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잔망스러움 가득한 남편 김도윤 역을 맡은 윤박의 열연이 더해지니 연신 미소를 안긴다.
욕망이 들끓는 상류사회의 치열한 복수극, 이야기와 연출 모두 탄탄한 타임 크로싱 장르물, 공감과 웃음 모두 잡은 코미디까지 2020년 막바지 완성된 월화극 라인업이다. 개성도 완성도도 높아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세 작품이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며 앞으로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