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과 노정의 김혜수(왼쪽부터)가 '내가 죽던 날'로 뭉친다. 시사회 후 취재진 앞에 선 세 사람은 "작품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느꼈다"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이동률 기자

"눈물 많았던 현장…보석 같은 영화"

[더팩트 | 유지훈 기자]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가 '내가 죽던 날'로 관객들을 만난다. 두 베테랑 배우와 한 후배 배우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완성한 끈끈한 연대를 스크린에 펼친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배우 김혜수와 이정은 노정의 연출을 맡은 박지완 감독이 참석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 세진(노정의 분),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김혜수 분)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 순천댁(이정은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단편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작품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 배우, 이를 스크린에 담아내는 감독 모두 여성으로 이뤄졌다. 각자의 사정으로 위기에 내몰린 세 여성 캐릭터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가 이야기의 원동력이다. 김혜수는 "제목을 봤을 때 이미 마음이 뺏겼다. 운명 같은 영화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내가 꼭 해야 할 이야기라는 느낌이었다"며 영화를 향한 남다를 애정을 내비쳤다.

김혜수는 실종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았다. /이동률 기자

박지완 감독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우연히 여자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가 됐다"며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을 가진 채 타인의 인생을 돌아보는 게 영화의 중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가 나왔다. 여성서사라는 멋진 의미를 붙여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여성서사를 의도한 영화는 아니지만 배우들은 보이지 않는 연대를 몸소 체험했다. 김혜수는 "이정은과 후반부를 촬영할 때였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걸 보니 나도 모르네 눈물이 나더라. 리허설도 아니었다. 둘이 서로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정은 역시 "어떤 연대가 만들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서로가 소중하다고 느껴졌다"고, 노정의는 "연기를 하다가 누군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 진짜인지 연기인지 알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화답했다.

'기생충'(감독 봉준호)으로 대세 배우로 떠오른 이정은은 KBS2 '동백꽃 필 무렵' '한 번 다녀왔습니다', OCN '타인은 지옥이다', tvN '반의반' 등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특별한 연기에 도전한다.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순천댁 역을 맡았다.

노정의(왼쪽)는 "누군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고, 이정은은 "어떤 연대가 만들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동률 기자

"나름 고민이 많았다"고 말문을 연 이정은은 "소리가 없는 걸 관객들이 집중해서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잘 듣고 잘 반응하려고 했다. 감독님과 오랫동안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에 대해 고민했다. 후시 녹음도 공을 많이 들였다. 말을 대신할 필체도 연구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아역에서 차세대 배우로 성장한 노정의는 미스터리를 안고 사라진 세진에 분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찾아와 고통스러워하는 10대 소녀의 내면을 열연한다. "쉽지 않다면 쉽지 않은 역할"이라며 "한순간에 모든 걸 잃은 어린 아이의 아픔과 상처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가 죽던 날'의 핵심 인물인 현수를 맡은 김혜수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지난 날들을 돌아봤다. "내게도 드러낼 수 없는 좌절감이나 상처들이 있었다"며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 위안을 얻었고 따뜻함을 느꼈다. 우리 모두 고통과 절망 좌절의 순간을 겪으면서도 살아간다. 모두 따뜻한 위로를 얻고 가셨으면 한다"고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내가 죽던 날'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고 러닝타임은 116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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