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박상남, 2회 초 타석에 선 '역전의 신예'
입력: 2020.11.05 05:00 / 수정: 2020.11.05 05:00
박상남은 웹드라마 트웬티 트웬티에서 정하준 캐릭터에 분해 열연을 펼쳤다. 악역이라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지만 박상남은 뜨거운 반응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동률 기자
박상남은 웹드라마 '트웬티 트웬티'에서 정하준 캐릭터에 분해 열연을 펼쳤다. 악역이라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지만 박상남은 뜨거운 반응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동률 기자

"하준이가 밉다고요? 저는 100% 하준이 편이에요"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술자리 진상 선배를 처치해준다.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을 들어준다. 잊고 있던 과제를 말도 없이 대신해준다. 온라인에 떠도는 곤란한 사진도 삭제해준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워너비 남사친'이라 마음을 줬는데 알고 보니 세상 '나쁜놈'이다. 신비로운 마스크의 박상남이 빚어낸 웹드라마계의 강렬한 악역이다.

박상남은 최근 플레이스트 웹드라마 '트웬티 트웬티'(극본 성소은, 연출 한수지)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정하준 역을 맡은 그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채다희(한성민 분)의 완벽한 '남사친'의 면모로 극 초반을 이끌었다. 하지만 채다희가 이현진(김우석 분)과 '썸'을 타자 어두운 내면을 드러냈다. 그의 설렘 가득한 행동은 애정이 아닌 트라우마로 점철된 집착이었다.

애청자들에게 "알고 보니 제일 나쁜 놈"이라는 빈축을 사기까지 했는데 박상남은 요즘 매일이 즐겁기만 하다. 배우로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 반응을 끌어냈으니 "이야말로 최고의 칭찬"이라며 웃었다. 고교 야구선수 출신인 그는 현재 배우로서의 위치를 1회 말을 끝내고 2회 초를 준비 중인 선수라고 비유했다. 긍정에너지와 위트로 똘똘 뭉친 신예 박상남을 <더팩트>가 만났다.

Q. '트웬티 트웬티'가 종영했다. 주연을 맡아 활약했고 반응도 있었으니 감회가 궁금하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작품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마음이 가장 커요. 하준이 캐릭터로는 욕을 많이 먹었지만 배우 박상남으로서는 많은 사람이 칭찬해줬어요. 작품은 끝났으니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겠죠. 시청자분들은 다시 정주행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어떻게 만나게 된 작품인가.

"지금까지 모든 작품을 오디션을 보고 출연했어요. '트웬티 트웬티'는 오디션을 하는 줄도 몰랐어요. 아는 동생이 카페에서 대본을 보고 있어서 '나도 오디션 봐도 괜찮냐'고 물어봤죠. 결국 저만 붙고 그 친구는 떨어졌어요. 그래도 정말 고마웠던 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 형이 돼서 좋다'고 해주더라고요. 오디션은 뭐 워낙 많이 봐서(웃음) 자신감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트웬티 트웬티 속 완벽한 남사친이었던 박상남은 후반부 분위기를 180도 바꿔 악역으로 변신한다. /트웬티 트웬티 캡처
'트웬티 트웬티' 속 완벽한 남사친이었던 박상남은 후반부 분위기를 180도 바꿔 악역으로 변신한다. /'트웬티 트웬티' 캡처

Q. 키다리아저씨인 것 같지만 사실 속은 새까만 캐릭터였다.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나.

"초반부 후반부를 극명하게 나누려고 노력했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아우라 같은 것에 변화를 줬어요. 몰입해서 연기했고 그래서 캐릭터를 향한 애착이 커요. 저는 무조건 하준이 편이에요. 엄격한 집안에서 자랐고 이제 막 스무살이 돼 세상 모든 걸 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다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자신만의 틀 안에 가둔 거죠. 결코 나쁜 친구는 아니에요."

Q. 애정이 있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악역이다. 좋은 이야기만 듣진 못했을 것 같다.

"욕을 먹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이 먹을 줄은 몰랐어요(웃음). 그걸 짐작 못하고 연기했으니 더 결과물이 좋지 않았나 싶어요. 주저 같은 게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배우에게 욕은 사실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그런 반응들에 감사해요. 세상의 말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이건 내 몫이고 내 캐릭터니까 열심히 했을 뿐이에요."

Q. 극 중 삼각관계를 그린 김우석 한성민과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우석이와 많이 부딪히는 장면은 없었지만 친근감 있게 먼저 다가와 줬어요. 현장에서 제가 유일한 형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예의가 참 바른 친구예요. 동생들이 많은 현장이었는데 유일하게 우석이만 끝까지 저한테 존댓말을 했어요. 성민이는 작품에서도 현실에서도 가장 많이 본 친구에요.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장면까지 의견을 나눌 정도로 신뢰가 생겼어요. 두 사람 다 요즘도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요."

박상만은 자신을 야구 선수에 비유하며 2회 초 타석에 서서 공을 치고 히트 앤 런도 성공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박상만은 자신을 야구 선수에 비유하며 "2회 초 타석에 서서 공을 치고 히트 앤 런도 성공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Q. 모든 배우들이 그렇듯 아쉬움도 남았을 것 같다.

"작품이 끝나면 느끼는 감정을 이번에도 느꼈어요. 전보다 더 크게요. 어떤 칭찬을 들어도 배우로서는 아쉬움이 남아요. 연기에는 정답이라는 게 없으니까 만족할 수가 없어요. 그걸 없애기 위해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과 대화도 많이 나눴어요. 앞으로는 그 아쉬움을 줄이는 작업을 스스로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랑을 많이 받아서 '트웬티 트웬티'는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에요."

Q. 인간 박상남과 '트웬티 트웬티' 정하준의 공통점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선 삼각관계 경험은 없고(웃음) 작품에 술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맥주 500 한 잔도 못 마셔요. 카페에서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헌신하는 부분은 같아요. 사랑하는 데 뭘 못해주겠어요. 간 쓸개 다 빼주죠. 가장 큰 차이는 제가 캠퍼스 생활을 해본 적 없다는 것? 진학 후 바로 연기하느라 학교를 못 다녔어요. 그래도 덕분에 대리만족 제대로 했어요."

Q. 현재의 박상남, 그리고 앞으로의 박상남을 이야기하자면?

"저는 그냥 열심히 연기해왔어요. 그리고 이제야 빛을 보고 있어요. 오정세 선배가 했던 수상 소감이 자주 맴돌아요. '늘 똑같이 연기했는데 이제야 사람들이 알아봐 준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도 같은 길을 걸었으면 좋겠어요. 야구선수 출신으로서 지금의 저를 비유하자면 이제 막 1회 말을 끝내고 2회 초 타석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타자에요. 공을 치고 히트 앤 런도 해볼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