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대작 OTT 行+관람료 인상…격변의 영화계
입력: 2020.10.27 05:00 / 수정: 2020.10.27 05:00
김태리 송중기 진선규 유해진(왼쪽부터) 주연의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240억을 투입한 대작의 거취 논의에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화계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김태리 송중기 진선규 유해진(왼쪽부터) 주연의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240억을 투입한 대작의 거취 논의에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화계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코로나19로 시장 급변, 새 시스템 도입 필요"

[더팩트 | 유지훈 기자] 240억을 투입한 대작이 OTT를 선택하고 세를 넓혀가던 멀티플렉스가 축소된다. 코로나19의 여파일까. 아니면 예견된 변화일까.

올해 초 영화계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았다. 관객은 급감했고 큰 자본이 들어간 대작들은 연이어 개봉을 연기했다. 올해 4월 관객은 지난해 대비 13.7%인 97만까지 떨어졌다. 6월은 '침입자'(감독 손원평) '결백'(감독 박상현) 등 크진 않지만 상업성을 띈 영화들이 신작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개봉을 결정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7월 말 '반도'(감독 연상호)를 시작으로 8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등이 연달아 개봉해 '빅3' 라인업을 완성했다. 기대작이 스크린에 걸리니 관객 수는 반등하는듯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관객 수는 햐항세로 돌아섰다. 영화계 전통의 성수기 추석이 지나고 나서도 반전은 없었다. 10월 셋째 주인 지난 주말(16~18일) 총관객 수는 40만 5299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동 기간 대비(2019년 10월 18~20일, 146만 6117명) 27.6%에 해당하는 수치다.

콜(왼쪽)은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탁했다. 낙원의 밤 역시 같은 제안을 받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NEW 제공
'콜'(왼쪽)은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탁했다. '낙원의 밤' 역시 같은 제안을 받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NEW 제공

이로 인한 영화계의 위기'설'은 이제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한국형 우주 SF의 시초가 될 기대작 '승리호'(감독 조성희)는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작품은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유명 배우들이 주연을 맡는다. 올해 8월 개봉하려 했으나 코로나 여파로 일정을 수정했고 다시 9월 말 추석 성수기로 가닥을 잡았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는 "넷플릭스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아직 어떤 것도 확정된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초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택한 '사냥의 시간'은 순 제작비 90억에 홍보·마케팅비 25억이 들어갔다. '승리호'는 그보다 몸집이 두 배 큰 240억 대작이다. 이렇게 큰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것은 한국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혀온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콜'(감독 이충현)은 결국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택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 박보검 수지 공유 탕웨이 주연의 '원더랜드'(감독 김태용) 등은 OTT와 극장의 갈림길에 서 있다. 모두 영화관 개봉을 통한 제작비 회수가 불투명해서라는 관측이다.

한 관계자는 일련의 움직임을 영화관에 치중되어 있던 한국 영화 시장이 OTT로 분산되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그는 "영화관은 전통적인 플랫폼이다. OTT로 시장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 현상이 가속화됐다"며 "최근의 10대와 20대는 영화관에 향수는 있을지라도 충성심은 없다. 이미 멀티플렉스는 포화상태였다. N차 관람과 같은 기존 관객들의 열정이 빈 좌석을 채워주고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CGV는 직영점 가운데 30%를 줄일 예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CGV 제공
CGV는 직영점 가운데 30%를 줄일 예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CGV 제공

그의 말처럼 영화관은 축소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일 멀티플렉스 CGV는 관객 감소를 이유로 3년내에 119개 전국 직영점 중 35~40개가량을 줄인다는 목표 아래 단계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직영점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를 줄이는 셈이다. 관람료 역시 1000~2000원 인상한다. 멀티플렉스 업계 1위 브랜드가 대대적인 개편을 공표하니 영화계 위기설은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영화계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주 소비 플랫폼이 극장에서 OTT로 양분되는 것뿐이라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한국영화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꾸준히 칸느를 비롯한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을 뿐만 아니라 올해 초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까지 수상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콘텐츠의 완성도는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통한다.

다만 계속해 이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 영화계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했다. '어떤 요소들로 영화를 만들면 성공한다'는 공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OTT에서 공개하니 참고할만한 데이터가 없게 된 셈이다. 제작 시스템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한국 영화는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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