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로 변신한 '원조 MC' 허참, 고희 넘어 신바람 난 '인생 후반전'
입력: 2020.10.13 11:25 / 수정: 2020.10.13 17:38
저를 보며 힘내세요. 허참의 신곡 아내는 지금은 코로나19 이후 가장으로서 입지가 더욱 궁색해진 은퇴 남성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표현한 노래다. /더팩트 DB
"저를 보며 힘내세요." 허참의 신곡 '아내는 지금'은 코로나19 이후 가장으로서 입지가 더욱 궁색해진 은퇴 남성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표현한 노래다. /더팩트 DB

방송 봇물, 26일 KBS '가요무대'서 신곡 '아내는 지금' 열창

[더팩트|강일홍 기자] 허참(71)은 예능프로그램 '원조 MC'에서 '가수'로 변신한 뒤 새로운 인생 후반전을 살고 있는 방송인 겸 가수다. 그가 요즘 노래로 은퇴 가장들의 기살리기에 팔을 걷어 부쳤다.

"모든 은퇴가장들이 제 노래를 통해 잠시마나 위로를 받았으면 해요. 젊은시절 가족을 위해 혼신의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막상 내려놔야할 시기가 되면 초라하고 외롭습니다. 일평생 함께해온 아내조차도 위로가 돼주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죠."

허참의 신곡 '아내는 지금'(정원수 작곡, 박은희 작사)은 코로나19 이후 가장으로서 입지가 더욱 궁색해진 은퇴 남성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표현한 노래다. 지난해 하반기 발표된 직후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외로움 달래려 나서보지만 아무데도 나는 갈곳이 없다/ 잘 나가던 시절도 모두 부질없더라/ 드라마 시간만 기다리는 신세/ 아~친구도 취미도 멀리한 채 살아온 세월이 야속하구나/ 오늘도 아내는 늦는다며 저녁은 알아서 하라네요'(아내는 지금)

허참의 신곡 아내는 지금(정원수 작곡 박은희 작사)은 코로나19 이후 가장으로서 입지가 더욱 궁색해진 은퇴 남성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표현한 노래다. /작곡가 정원수 제공
허참의 신곡 '아내는 지금'(정원수 작곡 박은희 작사)은 코로나19 이후 가장으로서 입지가 더욱 궁색해진 은퇴 남성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표현한 노래다. /작곡가 정원수 제공

작곡가 정원수는 "오랜 방송 MC로 활동해온 허참 씨는 무엇보다 굵고 묵직한 목소리가 매력"이라면서 "풍성한 보이스 컬러에 이웃집 아저씨나 오빠같은 정겨움까지 더해져 한번 들으면 금방 따라부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참은 신곡을 발표한 뒤 문득 그 주인공은 바로 자신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아내한테 투정을 부리거나 밥을 해달라고 떼를 쓰는게 아니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은데 현실이 받아주지 않으니 외로움만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모르고 살았던 일인데 저절로 빨래, 청소, 설겆이도 하게 되고 때론 아내 대신 공과금도 처리한다. 바쁘게 방송활동을 할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많아지니 집안 일을 할 수 밖에 없더라. 문제는 입장이 바뀐 아내가 밖으로 나도니 늘 집안의 외토리가 되고 만다"고 말했다.

음악 다방 '쉘부르' DJ 출신인 허참은 자타가 공인하는 방송 MC의 원조다. 그는 KBS '가족오락관'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첫방부터 종영까지 진행한 기록을 갖고 있다. 26년간 무려 21명의 여성 MC를 바꿔가며 마이크를 잡았다.

남의 얘기가 아니더라. 허참은 방송 마이크를 떠나면 전원생활을 하면서 여생을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 막상 모든 걸 내려놓고 보니 뒤늦게 숨어있던 음악적 욕구가 솟아나더라고 했다. /작곡가 정원수 제공
'남의 얘기가 아니더라'. 허참은 "방송 마이크를 떠나면 전원생활을 하면서 여생을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 막상 모든 걸 내려놓고 보니 뒤늦게 숨어있던 음악적 욕구가 솟아나더라"고 했다. /작곡가 정원수 제공

◆ 은퇴 가장 기살리기 '올인', "집안의 외토리 신세, 남의 얘기가 아니더라"

앨범은 '멍에' '내 나이가 어때서' 등을 히트시킨 작사가 겸 음반제작자 박웅 씨(군복무시절 허참의 문선대 직계 선임)가 제작했다. 박웅 씨는 "오승근 씨가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는 사랑을 갈구하는 중년여성들의 솔직한 속마음을 담았는데 허참 씨의 '아내는 지금'은 은퇴한 남자들의 하소연을 담은 노래"라고 말했다.

신곡 '아내는 지금'은 허참의 4번째 음반이다. 허참은 라디오 DJ로 인기 절정을 달리던 70년대 중반 '왜 몰라주나'(유심초)로 첫 음반을 냈다. '가족오락관' 진행자 시절 방송 진행자들끼리 옴니버스을 냈고, 10년 뒤인 2007년 설운도 작사 작곡의 '추억의 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허참이 황혼기에 음반을 내고 가요계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방송 마이크를 놓으면 전원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오손도손 여생을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면서 "막상 모든 걸 내려놓고 보니 제 노래 가사 처럼 아내는 따로 취미활동에 바쁘고, 스스로 뭔가 열중할 일을 찾다보니 숨어있던 음악적 욕구가 솟아나더라"고 했다.

허참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그가 부른 이번 노래가 흔한 사랑 타령이 아닌 코로나로 힘든 어깨 쳐진 가장, 노령자, 혼밥 먹는 사람들의 맘을 달래주고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덕분에 원조 방송 예능인답게 밀려드는 출연 섭외에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MBC TV '기분 좋은날'(14일) TV조선 '퍼펙트 라이프'(21일) 출연에 이어 오는 26일엔 KBS '가요무대'에서 신곡 '아내는 지금'을 열창한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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