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황의 품격①] 나훈아, 언택트 한계 극복한 '마음'
입력: 2020.10.07 00:00 / 수정: 2020.10.07 10:21
지난달 30일 방송된 나훈아의 비대면 콘서트 KBS2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2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대와 각계각층에 상당한 파급력을 줬다. /KBS 제공
지난달 30일 방송된 나훈아의 비대면 콘서트 KBS2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2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대와 각계각층에 상당한 파급력을 줬다. /KBS 제공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은 어떻게 전 세대를 사로잡았나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 시대에 공연계에서는 가수와 관객을 연결(On)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그 결과 수많은 온택트(Ontact) 공연이 나왔다. VR 등 각종 첨단 기술까지 동원하지만 물리적 거리감은 넘어서기 어렵다. 나훈아는 '마음'으로 그 거리를 좁혔다.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나훈아의 비대면 콘서트 KBS2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방송됐다. 나훈아는 앞서 KBS홀에서 오프라인 관객 없이 온라인 관객 1000명만으로 공연을 했고 당시 실황이 안방을 찾아갔다. 나훈아가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건 15년 만이다.

이 방송은 전국 시청률 29%(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고정 시청 층이 두꺼운 KBS2 주말드라마가 아니고서는 근래 보기 어려운 숫자다. 파급력은 그 이상이다. 어르신들만이 아니라 SNS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들마저 열광하고 있고 정치인들은 나훈아의 말을 가져다 쓰기 바쁘다.

나훈아라는 이름값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다. 수많은 비대면 공연들 속에서 나훈아는 뭐가 달랐던 걸까.

쟁쟁한 톱 아이돌그룹과 기획사들이 너도나도 온택트 공연에 힘을 쏟으면서 대면 콘서트와는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VR 등 첨단 기술로 화려함을 더하거나 멀티 뷰 화면으로 공연장에서와는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하는 형태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러한 온택트 공연은 팬덤이 단단한 아이돌그룹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온택트 공연의 특성도 그에 한 몫 한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도 현장의 감동을 화면 너머로 전달할 순 없지만 퍼포먼스를 더 화려하게 빛내 줄 수는 있다. 아이돌에게 최적화된 형태다.

나훈아가 비대면 콘서트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외의 선택이라고 여겼지만 사실 흥행은 이미 어느 정도 보장됐다. 그는 장년 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불세출의 스타이기 때문이다. 흥행 여부보다 더 관심을 모은 건 공연 장인인 그가 과연 어떤 무대를 보여줄 지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많은 이들의 확인한 것처럼 나이도 장르도 중요치 않았다. 전 세대 각계각층이 나훈아에게 빠져들었다.

나훈아는 2007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공연을 취소하고 두문불출했다. 그러다 11년 만인 지난 2017년 7월 새 앨범 'Dream again(드림 어게인)'을 발표하고 전국투어 콘서트를 개최했다. 2019년에는 '청춘어게인'으로 전국투어를 이어갔다.

이미 당시부터 효심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장을 찾았다가 '입덕'한 자녀 세대들의 후기는 심심치 않게 온라인에 등장했다.

나훈아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당당한 풍채와 카리스마 그리고 흐트러짐 없는 보컬과 다재다능한 퍼포먼스 등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KBS 제공
나훈아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당당한 풍채와 카리스마 그리고 흐트러짐 없는 보컬과 다재다능한 퍼포먼스 등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KBS 제공

그도 그럴 것이 나훈아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당당한 풍채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수십 곡을 뛰면서 불러도 흐트러짐 없는 가창력 그리고 시작부터 끝까지 웅장한 무대 연출, 직설적이면서도 친근한 입담으로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고 끝내 사로잡고야 만다.

이번 비대면 콘서트에서도 그러한 면모들이 이어졌다. 매 공연마다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줬던 나훈아는 사방을 둘러싼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파도와 안개들 속에서 배를 타고 나타나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쉼없이 이어지는 노래로 청각을 만족시켰다.

공연장은 각각의 곡들이 지닌 이야기에 맞게 꽃밭이 펼쳐지고 기차가 지나가고 눈이 내렸다. 나훈아는 노래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타를 치고 북을 치고 헤비 메탈 협연까지 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나훈아는 고향, 사랑, 인생을 이야기했다.

나훈아는 국가 훈장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 "세월의 무게가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엄청나게 무거운데 훈장 무게까지 어떻게 견딥니까. 정말 중요한 것은 노랫말 쓰고 곡을 만들고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나훈아가 펼쳐 놓는 노래와 이야기이기에 진정성이 느껴지고 이를 지켜보는 모두가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루머 해명도 "가수라고 하면 전 꿈을 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꿈이 고갈이 된 것 같아서 11년 동안 여러분 곁을 떠나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잠적했다고 한다. 이젠 뇌경색에 말도 어눌하고 잘 못 걷는다고 하니까 똑바로 걸어다니는 게 미안해 죽겠다"처럼 위트 있었다.

여기에 "역사책을 봐도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는 말은 우리 모두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신곡 '테스형!'을 소개하면서는 "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래 세월은 또 왜 저래 물으니까 모른다고 하데요. 세월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세월은 그냥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가게 되어있으니까 이왕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삶과 시대가 녹아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공연의 마지막 페이지인 '인생'을 장식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트로트 공연으로 한정할 수 없고,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비대면 콘서트 틀에 갇히지 않은 이유다.

[가황의 품격②] "나훈아, 19년 전 열정·카리스마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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