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109-김다현] 국악 신동서 '트로트 요정' 깜짝 변신
입력: 2020.10.05 05:50 / 수정: 2020.10.05 05:50
국악신동을 넘어 트로트 요정으로 우뚝 서다. 김다현은 오디션 경연프로그램 보이스 트롯에 출전해 수많은 성인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이새롬 기자
'국악신동'을 넘어 '트로트 요정'으로 우뚝 서다. 김다현은 오디션 경연프로그램 '보이스 트롯'에 출전해 수많은 성인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이새롬 기자

'청학동 훈장' 아버지 김봉곤 셋째 딸, MBN '보이스트롯' 준우승

[더팩트|강일홍 기자] MBN '보이스트롯' 준우승을 거머 쥔 김다현(11)은 지리산 청학동 '댕기동자' 이미지로 유명한 김봉곤 훈장의 1남3녀 중 막내다. 한학자 겸 시인이자 방송계 셀럽인 아버지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전통 예술분야에 빠졌다.

바로 위 언니인 도현(14)양이 먼저 판소리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언니를 따라 5살 때부터 국악을 접했다. 이후 김영임 명창(경기민요)과 박복희 명창(판소리) 등을 찾아가 사사하면서 차츰 천재성을 드러낸다. 제43회 정선아리랑제와 어린이판소리왕중왕전 등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제 김다현은 '국악신동'을 넘어 '트로트 요정'으로 대중적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MBN '보이스트롯' 최종 준우승에 오르면서 부쩍 주가를 올렸다. 아역부 도전자(트롯샛별팀) 중 유일하게 결승 진출 10인의 명단에 합류한 뒤 최종 3인의 두 번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시청자들을 감동시킨 대반전 시나리오도 썼다. 결승 진출 당시 '뽕기마틴' 홍경민, '랩트로트' 슬리피에 이어 3위로 올랐지만 마지막 감동 무대로 이들을 가뿐히 따돌리고 혼자 살아남았다. 최종 결과는 뮤지컬배우 박세욱(1위), 김다현(2위), 슈스케 출신 조문근밴드의 조문근(3위)이었다.

아마추어 중에서는 사실상 우승이나 진배없는 결과였다. 마지막 무대를 지켜본 가요계 레전드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최고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노래!"(가수 진성)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창법, 그야말로 천재!"(남진) 성인 경쟁자들도 인정한 역대급 극찬이었다.

김다현이 부른 최종곡은 '엄마의 노래'(금잔디)였다. 아버지 김봉곤 훈장은 "마지막 무대를 지켜보며 울컥 했다"고 말했다. 김다현은 "엄마 얼굴이 떠올라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스페셜 인터뷰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아버지 김봉곤이 함께했다.

매회 전율의 열창을 보여준 당찬 트로트 천재. 김다현 인터뷰에 동행한 청학동 훈장 아버지 김봉곤은 매 라운드마다 다현이한테 맞는 노래를 찾는 선곡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새롬 기자
매회 전율의 열창을 보여준 당찬 트로트 천재. 김다현 인터뷰에 동행한 '청학동 훈장' 아버지 김봉곤은 "매 라운드마다 다현이한테 맞는 노래를 찾는 선곡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새롬 기자

-마지막 결선 무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원곡 가수 더원과 콜라보 무대로 펼친 '사랑아'는 감동이었다. 갑자기 왜 눈물을 흘렸는지 궁금하다.

그냥 엄마를 떠올리는 노래여서 그랬을 거예요. 저도 모르게 울컥한 감정에 빠져들었어요. 3개월간 저를 데리고 다니며 모든 정성을 다한 엄마와 아빠 심정을 알 것 같았어요. 그런 느낌이 노래 가사(딸래미 아들래미 키우시며 까맣게 타버린 눈물에 그 세월들을 어떻게 말로 다 할까요) 속에 고스란히 묻어났어요. 마지막 미션 곡이란 생각이 들어 더 그랬어요. 엄마 아빠 언니, 그리고 저도 힘들었거든요. 경쟁자를 떠나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돌봐주신 이모 삼촌들한테도 고마운 마음이 떠올랐어요.

김다현은 3개월간 진행된 이번 오디션 무대에서 총 10곡을 불렀다. '사랑님'(김용임) '오늘이 젊은날'(김용임) '정말 좋았네'(주현미) '천년바위'(박정식) '아모르파티'(김연자) '님이여'(정의송) '무슨사랑'(유지나) '용두산 엘레지'(고봉산) '사랑아'(더원) '엄마의 노래'(금잔디). 매회 전율의 열창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아버지 김봉곤은 "매 라운드마다 다현이한테 맞는 노래를 찾는 선곡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마지막 곡이 '천년바위'나 '용두산 엘레지'였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수없이 많은 성인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1등은 1억원의 상금을 받았는데 2등을 하고도 상금과 부상이 하나도 없었다. 아쉬운 마음은 없나.

아쉬워요, 상금을 받아 저보다 더 고생하신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1등과 2등은 28점밖에 차이가 안났어요. 제 친구들도 그러더라구요. 1등(50%) 2등(30%) 3등(20%) 이렇게 나눠주면 될걸 왜 1등(100%)한 테만 다 줬는지 모르겠대요.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요. 엄마 아빠가 2등 입상한 것만으로도 이미 큰 선물을 했다며 칭찬하고 위로해주셨거든요. 녹화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마지막 회 방송을 보면서 좀 실감이 났어요. 방송이 모두 끝나고 나니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제가 엄청 유명해졌더라고요.

준결승전에서 살아남은 최종 10인은 홍경민, 슬리피, 김다현, 조문근, 황민우, 박세욱, 추대엽, 박상우, 박광현, 문희경이었다. 홍경민, 슬리피, 김다현이 TOP3로 올랐지만 주제 미션을 통해 최종 3인이 선정됐다. 박세욱이 1700점을 받아 1위로 우승했고, 김다현은 28점 차로 아깝게 2위를 차지했다. 조문근이 전문평가단 637점, 심사위원 963점으로 총 1600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김다현은 홍경민 슬리피를 큰 점수차로 꺾고 홀로 최종 3인 명단에 살아남는 대반전을 일궈냈다.

김다현은 추석 연휴 직전에 첫 솔로 음반을 냈다. 타이틀 곡은 5라운드에서 지정곡으로 부른 님이여로, 생애 첫 음반은 지난달 26일 오후 1시 김봉곤 TV를 통해 발표됐다. /이새롬 기자
김다현은 추석 연휴 직전에 첫 솔로 음반을 냈다. 타이틀 곡은 5라운드에서 지정곡으로 부른 '님이여'로, 생애 첫 음반은 지난달 26일 오후 1시 '김봉곤 TV'를 통해 발표됐다. /이새롬 기자

-어린이 판소리와 국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으로 입상한 실력인데 KBS '전국노래자랑'에 나갔다가 예심에서 탈락했다고 들었다.

네, 두 번이나 본선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떨어졌어요. 유치원 때여서 뭐가 뭔지 모른 채 그냥 엄마 아빠한테 떼를 쓰고 엉엉 울었어요. 송해 할아버지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게 서러웠거든요. 노래는 잘 불렀는데 두 번 다 운이 너무 없었어요. 아빠 말이 어린이 도전자들은 본선 진출 기회가 많지 않다고 해요. 저는 혼자 출전하는데 다른 팀은 2~3명씩 단체로 나오는 거예요. 아역들은 귀엽고 재롱을 많이 떠는 쪽이 훨씬 유리해요. 노래도 하고 춤도 추잖아요. 실력보다 숫자에 밀려 떨어진 거예요.

김다현은 처음엔 언니 도현 양을 따라 국악공부를 시작했다. 6살 때 '전국노래자랑'에서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르고 탈락한 뒤엔 트로트에도 흥미를 가졌다.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을 자주 보면서 따라 부르거나 흉내를 내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아버지 김봉곤은 "단지 '송해 할아버지' 나오는 무대에만 세워주면 1등 할 수 있다고 졸라서 데리고 나갔다"면서 "어려서부터 노래에 소질이 있었기 때문에 설마 두 번이나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작년까지 2년간 아버지, 언니와 팀을 이뤄 전국 6대도시 콘서트를 하기도 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힘든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그냥 엄마 아빠 언니를 따라다니며 무대에 서는 게 마냥 즐거웠어요. 그땐 아빠가 워낙 유명하셔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박수쳐주시고 반겨주는 게 좋았어요. 노래하고 기념사진 찍고, 맛있는 거 먹고, 졸리면 자고, 일어나면 언니랑 장난치고, 저는 매일 놀러다니는 기분이었어요. 지금도 노래 공부할 때 빼면 언니랑 장난하고 놀 때가 가장 재밌어요. 아빠는 무대 연습시키고 운전까지 하시니 힘드셨을 거예요.

김다현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 김봉곤 훈장과 언니 도현 양과 함께 전국 5일장 순회 국악 버스킹을 펼쳤다. 2018년부터는 '김봉곤과 청학동 국악자매'라는 이름으로 전국 투어 '복자선콘서트'를 펼쳤다. 서울 부산 인천 광주 청주 고양(경기)에서 총 6500명 관객을 동원했다. 소외 어르신들이 주 관객이어서 모두 무료 공연으로 진행됐다. 아버지 김봉곤은 "공연에 소요되는 시스템 비용까지 자비로 하다보니 경제적 출혈이 많았다"면서 "대신 아이들에게 봉사와 나눔의 정신을 심어주고 무대 위의 값진 경험을 쌓는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방송인 아빠가 그림자처럼.  아버지 김봉곤은 보이스트롯 3라운드 당시 천년바위가 지정곡으로 선곡되자 지체없이 딸 다현이를 데리고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올랐다. /이새롬 기자
"방송인 아빠가 그림자처럼." 아버지 김봉곤은 '보이스트롯' 3라운드 당시 '천년바위'가 지정곡으로 선곡되자 지체없이 딸 다현이를 데리고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올랐다. /이새롬 기자

-추석 연휴 직전에 첫 솔로 음반을 냈다. 어떤 내용의 곡인지 소개해달라. 앞으로 음반 활동을 적극 하겠다는 신호탄인가.

아빠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오신 곡들을 모아 음반을 냈어요. 저도 경연대회 틈틈이 연습하고 녹음하고 바빴어요. '보이스트롯'을 하면서 붙은 자신감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매번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때 고민도 하고 고된 연습을 하게 되잖아요. 또 마스터 선생님들 가르침과 칭찬을 들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할지 저절로 방향을 터득하게 됐어요. 방송 추석연휴 특집 출연하느라 정신 없었고, 이제 음반까지 냈으니 언니랑 아빠랑 늘 해오던 공연을 계속할 것같아요.

김다현의 생애 첫 음반은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26일 오후 1시 '김봉곤 TV'를 통해 발표됐다. 아버지 김봉곤이 2년 전부터 착실히 준비해온 결실이다. 이번 MBN '보이스트롯' 5라운드에서 지정곡으로 부른 작곡가 겸 가수 정의송의 '님이여'가 타이틀 곡으로, '파이팅' '소녀의 기도' '대한민국 만세' '꽃처녀' '경사났네' 등 모두 6곡을 실었다. 김봉곤은 "다현이의 트로트 오디션 준우승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면서 "경상북도 김천과 전라북도 무주, 충청북도 영동을 잇는 삼도봉(三道峰) 정상에서 신곡 발표를 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 질문은 다현이 인터뷰에 동행하신 아버지께 대신 묻겠다. '보이스트롯' 고비 때마다 마니산 정상에 올라 연습을 했다고 하는데 어른들도 쉽지 않은 일 아닌가.

네, 맞습니다. 지나고 보니 아이가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는 미안함이 좀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그 선택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정식 씨의 '천년바위'는 11살 짜리 아이가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어요. 우리 나라에서 가장 기가 좋다는 마니산을 올라간 것은 바로 그 느낌을 알게 해주려는 거였고요. 마니산 정상의 심오하고 깊은 감정을 이끌어내 열창한 뒤 다현이는 단번에 40명 중 1등으로 올라섰어요. 5라운드와 6라운드 때도 마니산을 찾았는데 결과는 모두 좋았어요.

김봉곤은 지리산 청학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사서삼경 등 한학을 공부한 그는 풍수지리, 우주 천문학 등에도 조예가 깊다. '보이스트롯' 3라운드 당시 '천년바위'가 지정곡으로 선곡되자 지체없이 딸 다현이를 데리고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올랐다. 그는 "노래 가사가 너무 심오해 처음엔 다현이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면서 "산을 오르면서 수천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위의 존재와 자연의 섭리를 설명하고, 정상 참성단 앞에 앉아 초연히 노래 부를 기회를 주니 느낌이 달라졌다"고 했다.

김다현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 김봉곤 훈장과 언니 도현 양과 함께 전국 5일장 순회 국악 버스킹을 펼쳤다. 2018년부터는 김봉곤과 청학동 국악자매라는 이름으로 전국 투어 복자선콘서트를 펼쳤다. /김봉곤 제공
김다현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 김봉곤 훈장과 언니 도현 양과 함께 전국 5일장 순회 국악 버스킹을 펼쳤다. 2018년부터는 '김봉곤과 청학동 국악자매'라는 이름으로 전국 투어 '복자선콘서트'를 펼쳤다. /김봉곤 제공

김다현은 '보이스트롯' 준우승 후 일약 유명 스타가 됐다. TOP10을 포함해 오디션 경연 도전자 26명이 참여한 추석 연휴 특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팬카페 '얼씨구 다현'은 멤버가 1000명을 넘었다. 이모 삼촌 팬들은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면서다.

김다현은 판소리와 국악, 민요 등을 공부하면서도 발라드와 트로트에도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결선에서 더원(정순원)과 콜라보로 불러 찬사를 들은 '사랑아' 역시 평소 애창곡이었을 만큼 곡 소화력이 뛰어나다. 그가 "반드시 원곡가수 더원 삼촌과 콜라보 하겠다"고 우겨 끝내 성사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욕심도 많고 열의도 높아요. 지고 못 사는 성미예요. 코로나로 절반은 등교하고 절반은 인강으로 수업을 했는데 경연에 참가하느라 피곤한 와중에도 그날 해야할 공부는 꼭 하더라고요. 예체능에 능할 것 같은데 공부는 수학이나 영어 과목에 더 강해요."(김봉곤)

밝고 환한 성격은 낙천적인 아빠를 고스란히 빼닮았다. 아빠 김봉곤은 "다현이는 붙임성이 좋아 누구와도 금방 친해진다"고 말했다. 필자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틈만 나면 아빠 김봉곤을 놀리며 장난을 쳤다. '트로트 요정'으로 탄생한 무대 위 강렬한 카리스마와 달리 아빠 앞에서는 천생 11살 초등생 개구쟁이 딸이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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