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 '검객'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국제수사' '담보'(왼쪽위부터 시계방향)가 추석 성수기 관객들을 만난다. 각양각색 뚜렷한 개성의 작품들이라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규모는 다소 아쉽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오퍼스픽쳐스,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케일 대신 다양성 택한 충무로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영화계가 전통적인 성수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 대작을 선뜻 꺼내지 못했다. 대신 다양성은 꽉 잡았다.
영화계는 최근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총 다섯 작품의 경쟁구도를 완성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디바'(감독 조슬예)와 '검객'(감독 최재훈)에 이어 29일 공개된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 '국제수사'(감독 김봉한) '담보'(감독 강대규)가 그 주인공이다. 무엇보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심리 스릴러와 코믹 스릴러 가족극 등 몇몇 작품에 액션이 가미됐을 뿐 장르도 톤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추석 성수기를 겨냥한 영화라고 하기엔 다소 밋밋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디바'와 '검객'은 각각 55·56억,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60억, '국제수사'는 90억, '담보'는 48억의 제작비를 들였다. 가장 규모가 큰 '국제수사'는 올해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수차례 일정이 밀려 홍보 활동을 7개월이나 했다. 이로 인한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면 순수 제작비는 70억까지 떨어진다.
지난해 추석 시즌인 9월 11일에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감독 손용호),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가 나란히 개봉했다. 두 작품은 각각 110억,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89억을 들여 탄생됐다. 세 영화의 총 제작비는 309억으로 평균치는 103억이다. 올해는 다섯 작품임에도 총 제작비가 지난해에 비해 낮다. 모두 합산하면 309억이고 평균치도 61.8억이다. 규모가 작품성에 직결되진 않지만 화려한 볼거리는 기대할 수 없을 터다.
지난해 추석에는 '나쁜녀석들: 더 무비' '타짜: 원 아이드 잭' '힘을 내요, 미스터리'(왼쪽부터)가 개봉해 '빅3'로 경쟁을 펼쳤다. 모두 100억 전후의 제작비가 투입된 큰 작품들이다. /CJ 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제공 |
당초 추석 영화계는 제 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여름 성수기에 '반도'(감독 연상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이 차례로 개봉해 선전했기 때문이다. '빅3'가 모두 스크린에 걸린 7월 8일 하루 전체 관객 수는 72만 945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이전인 1월 27일(122만8천548명)을 잇는 195일 만의 최고 수치다.
올해 4월 97만이던 관객은 5월 152만, 6월 386만, 7월 561만, 8월에는 883만 관객까지 치솟았다. 8월 관객은 지난해(2478만) 대비 35%에 머물렀지만 그래도 상승세는 뚜렷했기에 영화계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이달 초 코로나19 재확산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다시 관객 수는 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올해 9월 영화관을 찾은 총 관객 수는 지난해(1473만)보다 79.8% 포인트 하락한 298만 명에 불과하다.
'인셉션' '인터스텔라' '다크나이트' 시리즈 등 국내 관객에게 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도 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개봉 2개월 차에 접어들어 겨우 누적 관객 170만을 넘어섰다. 흥행이 다시 불투명해지니 추석 시즌 개봉이 거론됐던 대작 '영웅'(감독 윤제균) '승리호'(감독 조성희) 등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이 때문에 개봉작들의 규모는 자연스럽게 작아졌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어린이 애니메이션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EVOLUTION' 등 영화의 다양성은 합격점이다. /CGV 아이스콘, 이수C&E 제공 |
비록 기대를 충족시킬 라인업은 아니지만 영화계는 조금 더 긍정적으로 현 상황을 바라봐 주길 당부했다. 한 관계자는 "분명히 영화의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나름 풍성한 라인업이다. 대작이 연기한 틈을 중급 규모 영화들이 잘 채워줬다. 여기에 할리우드 외화 '테넷' '뮬란' '그린랜드'도 있으니 때때로 불거졌던 추석 성수기 한국 영화의 독식이라는 문제도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다섯 작품 외에도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BREAK THE SILENCE: THE MOVIE)', 김호중의 첫 팬미팅 실황을 담은 '그대, 고맙소 :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 등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도 있다. 여기에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EVOLUTION(에볼루션)', '극장판 미니특공대: 햄버거괴물의 습격'도 지난달 30일 개봉해 어린이 관객을 맞이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다양성이라는 측면으로 보면 어느 때보다 좋다. 액션 스릴러 애니메이션 음악 외화 등이 고루 분포돼 있다"며 "영화관은 좌석 간 거리두기 시행은 물론 안전한 관람환경 조성을 위해 여러 가지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관객들이 동참해 준다면 코로나블루를 이겨낼 수 있다. 부디 온 가족이 함께 영화관을 찾아와 작품을 즐기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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