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코로나 속 추석 특집…'진화·적응'의 경계

KBS가 추석을 맞아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선보인다. 온택트로 기획된 특별한 형식의 추석 특집 콘서트다. /KBS 제공

언택트 트렌드 녹여낸 SBS 파일럿 예능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방송사가 코로나19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채 추석을 맞이했다. 그래서인지 특집 프로그램도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KBS2는 추석 연휴 첫 날인 30일 오후 8시 30분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이하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방송한다. <더팩트>의 [단독] '가황' 나훈아, '신비주의' 깨고 15년 만에 TV 복귀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명절을 맞아 콘서트를 편성하는 것은 이전부터 있던 일이다. 지난해만 해도 KBS2의 '아리아나 그란데 라이브 인 런던', MBC의 '빈 소년 합창단 신년음악회' 등이 명절에 전파를 탔다. 두 방송이 공연 실황을 담은 데 그쳤다면 올해 설 MBC는 송가인을 섭외하고 기획까지 한 '2020 설 특집 송가인 콘서트-고맙습니다'를 선보였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코로나19 재확산 시기에 기획된 콘서트인 만큼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관객은 온라인으로 공연을 관람하고 아티스트는 홀로 무대를 꾸미는 비대면 형식을 가져왔다. 기존 비대면 공연과의 차별성도 눈에 띈다. 1000명의 관람객을 4면 무대에 마련된 스크린에 옮겨내 한 공연장에 있는듯한 현장감을 더했다. 추석 명절, 나훈아의 15년만 방송 출연, 코로나 재확산이 맞물려 탄생한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아육대'는 올해 '아이대'와 '아멍대' 두 가지 콘셉트로 나뉘어 전파를 탄다. 두 프로그램 모두 방역수칙 허용 범위 안에서 촬영됐다. /MBC 제공

2010년부터 매 명절마다 아이돌 가수들이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아 호응을 얻었던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도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변모했다. 지난해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한 데 이어 올해 추석에는 '아이돌 e스포츠 선수권대회(이하 '아이대')'와 '아이돌 멍멍 선수권대회(이하 '아멍대')'로 나뉘었다. 각각 추석 연휴인 10월 1·2일 오후 5시 50분 방송된다.

올해 MBC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최근 바이러스의 재확산으로 위기를 맞았고 기존 체육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모든 종목을 전면 취소했다. '아이대'와 '아멍대'는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실외에서 개최 가능해 방역수칙 준수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각각 e스포츠와 반려견 스포츠를 주제로 하는 만큼 출연진 간의 접촉을 최소화했고 부상 위험도 대폭 줄였다.

SBS는 새 파일럿 프로그램 '홈스타워즈'(위쪽)와 '방콕떼창단'을 추석을 맞아 편성했다. 모두 코로나19 여파에 트렌드로 떠오른 언택트 형식을 접목한 포맷이다. /SBS 제공

SBS는 코로나19로 새로 떠오른 트렌드를 추석 파일럿 예능에 녹여냈다. '랜선 집들이 전쟁-홈스타워즈'는 대중이 집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인테리어를 향한 관심이 늘어난 것을 캐치해 기획됐다. 다양한 사람들의 집을 방문해 인테리어 노하우를 전하는 콘셉트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직접 집을 방문하는 것이 아닌 '랜선 집들이' 형식으로 꾸며진다. 다른 파일럿 '방콕떼창단'은 집에서 정체를 숨긴 채 '떼창'하는 사람들과 이들의 정체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튜디오 출연자들의 대결이다. 참가자들의 경연 장소를 스튜디오가 아닌 각자의 집으로 옮긴 셈이다.

'대한민국 나훈아 어게인'은 코로나19가 탄생시킨 명절 특집 콘서트의 진화형태다. 하지만 다른 콘텐츠들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아육대'의 경우 좋아하는 아이돌이 땀을 흘리며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던 이전보다는 몰입이 덜할 터다. 또한 '홈스타워즈'는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 '집방'(집을 주제로 한 예능), '방콕떼창단'은 추리형 음악예능에 비대면 요소만 첨가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 여파 속 진화와 적응의 경계에 선 방송가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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