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군 스케줄 속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 트로트 장르를 통해 대중 인지도를 확보한 숙행은 고음 '뽕발라드'(트로트+발라드) 창법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미스트롯' 앞서 JTBC '히든 싱어'와 Mnet '트로트X'서 이미 실력 인증
[더팩트|강일홍 기자] 숙행(41·본명 한숙행)은 트로트 장르를 통해 대중 인지도를 확보한 늦깎이 스타다. TV CHOSUN '미스트롯'을 통해 그는 감춰 둔 끼와 역량을 맘껏 과시했다. 그의 매력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목소리 변신이다. 시청자들 역시 고음 발라드로 다듬어진 트로트 가창력에 환호했다.
"트로트에는 다른 음악 장르와 구분되는 고유한 맛이 있어요. 우리끼리는 '뽕필'이라고 하는데 듣는 분한테는 확실히 느낌이 달라요. 저만의 색깔도 있어요. 송가인처럼 국악의 맛을 가미한 국악 트로트가 있듯이 제 경우엔 발라드 스타일의 '뽕발라드'(트로트+발라드) 분위기가 유독 강해요."
숙행의 원래 창법과 스타일은 대표 발라드 여가수 이선희 신효범에 가까웠다. 현재의 약간 허스키한 보이스는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뒤 생긴 변화다. 그는 "성대에 이상이 생겨 수술했는데 처음엔 핸디캡이라고 생각했지만 트로트를 하면서 오히려 깊이와 연륜이 묻어난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숙행은 이미 JTBC '히든 싱어'와 Mnet '트로트X'를 통해 실력을 검증받았다. '히든 싱어' 역대 모창능력자 중에 유일하게 재도전에 성공한 모창능력자이기도 하다. 그는 '히든 싱어' 시즌1 '백지영 편'에 출연한 뒤 3년이 지나 '히든 싱어' 시즌4 '소찬휘 편'에 3라운드 소찬휘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모창했던 가수들은 트로트 전공 가수가 아니다. 트로트 오디션 '트로트 X'에서도 숙행은 오리지널 트로트곡이 아닌 걸그룹 씨스타의 '기브 투미'를 트로트 버전으로 불렀다. 대신 완벽한 걸그룹 스타일 안무를 가미해 차별화를 줬다. 이런 다양한 시도는 '미스트롯'을 거치며 그만의 독특한 색깔로 거듭났다.
숙행은 트로트 데뷔 전까지 일렉트로닉 현악 그룹 '미켈'의 싱어로 활동했다. 그는 "키보드와 기타를 연주하며 다양한 장르를 경험한 게 지금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데 자신감을 키워준 것 같다"고 말했다. '미스트롯' 출신 가수 중 맏언니로 송가인과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트로트 스타로 부활한 그의 이력을 되짚어봤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송)가인이와는 동병상련 마음으로 뭉친 단짝 자매." TV조선 '미스트롯'을 통해 송가인은 감춰 둔 끼와 역량을 맘껏 발산했다. 스페셜 인터뷰는 지난 25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남용희 기자 |
-'숙행'이라는 가수 이름으로 대중에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건 역시 '미스트롯' 아닌가. 이전과 이후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연예인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탄생한다는 말에 공감해요. '미스트롯'이라는 통로가 없었다면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을 기회가 없었겠죠. 이전에도 여러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냈지만, 반짝 관심사로 끝난 경우가 많았거든요. 대중의 관심이 깊어질수록 더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해야죠. 가장 큰 변화라면 무대에 서면 관객들이 환호한다는 사실이에요. '미스트롯' 이전까지만 해도 유명 선배가수들 앞 뒤 무대에 양념 역할로 서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당당히 메인 가수로 대접을 받는다는 거죠. 행사는 올해 코로나로 올 스톱 됐지만 과거에 비해 스무 배 이상 상승했고요.
숙행은 지난해 상반기 종영한 '미스트롯' 최종 6위에 올랐다. 송가인(진), 정미애(선), 홍자(미), 정다경, 김나희, 숙행, 강예슬, 두리, 박성연, 하유비, 김소유, 김희진 등과 준결승 진출 12인 멤버로 방송 직후 '미스트롯' 콘서트를 통해 뜨겁게 열기를 이어갔다. 그는 "방송 경연 중에는 매 라운드를 통과해야하는 부담 때문에 늘 긴장의 연속이었는데 콘서트를 하면서부터 멤버들과 제대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면서 "거의 매주 강행군 스케줄에 힘들기는 했어도 가수 데뷔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고 말했다.
-'미스트롯' 최종 예심을 거친 100인 멤버로 경연을 했는데, 첫 출발은 아슬아슬했다. 패자부활로 턱걸이하듯 간신히 통과하지 않았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선곡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미스트롯'을 거치며 절실히 깨달았지만 이후 '미스터 트롯' 도전자들의 진출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삼 확인했어요. 물론 실력은 필수겠죠. 그럼에도 도전자의 목소리나 스타일 등에 가장 적합하고 잘 어울리는 곡이 따로 있더라고요. 저는 100명의 예심 통과자 중 마지막 100번째로 노래를 불렀는데 새벽 3시 쯤에 녹화가 끝났죠. 오래 기다린 탓에 그만큼 긴장도 많이 한 것 같아요. 다행스러운 건 어렵게 본선에 진출한 만큼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더 열심히 준비할 수밖에 없었어요.
숙행은 정통 트로트 서바이벌 오디션임에도 시작부터 아이돌 곡을 선택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원조 아이돌 서태지의 하여가와 블랙핑크 제니의 '솔로'를 트로트 콜라보 믹스로 편곡해 불렀다. 안타깝게 11하트를 받아 예비합격자(1하트 부족)로 돌려진다. 추가 합격자 명단에서도 빠졌다가 패자부활로 라이벌 지원이와 함께 가까스로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마스터들로부터 '숨은 고수'라는 호평을 받게 되지만 그는 출발부터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며 오히려 드라마틱한 예심 라운드 통과자로 각인됐다.
"무대 위 주인공이 돼 관객들과 호흡하고 즐기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숙행은 2016년부터 4년간 단독콘서트 '숙행쇼'를 이끌었다. 사진은 '미스트롯 & 백령도 평화 콘서트' 당시. /임세준 기자 |
-'히든 싱어' 역대 모창능력자 중에 유일하게 재도전에 성공한 기록을 갖고 있다. 소찬휘 편 3라운드에선 초 고음 가창력을 발휘해 주목을 받았다.
백지영 씨나 소찬휘 씨는 창법 스타일이 전혀 다른 데 어떻게 두 가수의 모창에 도전할 수 있었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더라고요. 아시다시피 '히든 싱어'는 시청자나 방청석에서 볼 수 없는 밀폐된 부스에 들어가 부르잖아요. 목소리가 꼭 비슷하지 않아도 호흡법이나 특징적 가창 기법을 연습하면 가능해요. 개그맨들이 보여주는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도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해요. 백지영 편에서는 2라운드에서 탈락했는데 사실 많이 연습하고 준비한 만큼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해 아쉬웠어요. 원래 연습하던 부스가 갑자기 다른 방으로 바뀌어 당황하는 바람에 부드럽게 이어가야할 첫 소절부터 삐끗했거든요.
숙행은 '미스트롯' 이전에도 JTBC '히든 싱어'와 Mnet '트로트X'에서 실력자로 눈길을 끈 주인공이다. '히든 싱어' 시즌1 '백지영 편' 2라운드('잊지말아요')서 탈락한 뒤 3년 후 시즌4 '소찬휘 편'에 재도전했다. 소찬휘의 '현명한 선택' '티어스' 등 고음 곡들을 소화해 찬사를 들었다. 그는 "현악 그룹 싱어로 활동하면서 록 발라드 스타일의 노래를 많이 불렀다"면서 "완벽한 모창은 아니었지만 소찬휘 씨의 고음 목소리에 자신이 생겨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로트X'에서도 그는 트로트가 아닌 씨스타의 '기브투미'를 트로트 버전으로 불렀다.
-'미스트롯 진' 송가인과는 단짝 자매처럼 지낸다고 들었는데, 평소 스타일이 비슷해서인가? 무명가수 시절에도 알고 지낸 사이인가?
네, (송)가인이 (정)다경이랑 셋이 가장 잘 통하는데 고향이 같은 가인이와는 유독 비슷한 데가 많아요. 우린 둘 다 성격적으로 솔직하고 화끈하죠. 내숭이 없고 끊고 맺는 게 분명해요. 활달하고 털털한 대신 잔정도 많아요. 특히 제 경우는 방송에서 비치는 모습이나 실제 모습이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부러 다듬거나 꾸며서 말하지 않아요. 이미지 관리에 다소 손해볼 수 있겠죠. 개의치 않아요. 당장은 좀 손해볼지언정 길게 보면 역시 솔직한 게 최선이다라고 생각하니까요. 가인이는 나이는 저보다 어려도 무명가수로 활동하는 동안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많이 위로를 해준 친구예요.
숙행은 '미스트롯' 3차 군부대 미션에서 송가인, 하유비, 김희진 등과 '트롯여친'이라는 팀으로 호흡을 맞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마마무), '트로트 메들리'(환희, 아모르파티, 강원도 아리랑), '쓰러집니다'(서주경), '봉숙이'(장미여관) 등을 매시업해서 불렀지만 결과는 최하위인 5위에 머물렀다. 위기의 순간 에이스 송가인이 2라운드 완벽한 퍼포먼스로 1·2라운드 합계 2718점으로 1위에 올랐다. 숙행은 "가인이 덕분에 준결승 레전드 미션에 참가하게 됐으니 멤버들 모두 가인이의 최종 우승을 더 축하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숙행은 '미스트롯' 이전에도 JTBC '히든 싱어'와 Mnet '트로트X'에서 실력자로 눈길을 끌었다. '트욘세'(트롯계 비욘세) '트돈나'(트롯계 마돈나)란 별칭을 갖고 있다. /남용희 기자 |
-트로트 가수로 활약하며 '트욘세'(트롯계 비욘세) '트돈나'(트롯계 마돈나)란 별칭을 얻었다. 숙행은 본명(한숙행)인데 원래 더 예쁜 이름이 따로 있다는 얘기는 뭔가?
네 어려서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있어요. 한아름으로 불렸어요. 바로 아래 2살 터울 여동생 이름이 다운이고요. 그래서 우리 자매 이름을 합하면 '아름다운'이에요. 그냥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죠. 동생은 원래 이름 그대로인데 저만 호적 이름을 지금의 숙행으로 바꿨어요. 예쁜 이름이 아쉽긴 하지만 요즘에 와서야 개명 덕을 톡톡히 봐요. 독특한 어감 때문에 강렬하고 파워풀한 이미지가 극대화되는 것같단 말을 많이 듣거든요. 발라드 가수 시절엔 몰랐는데 트로트를 부르면서 진가를 발휘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트로트 가수 중에 장타 골퍼로 소문 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비거리와 핸디는 어느 정도인가? 티칭 프로 출신이란 얘기도 들린다.
골프 좀 친다는 얘길 많이 들었죠, 하하. 컨디션이 좋을 땐 싱글 실력이었으니까요. 요즘엔 보기플레이어 수준이에요. '미스트롯' 이후론 필드에 많이 못나간 데다 약간의 부상을 입은 뒤론 종이호랑이가 됐어요. 근데 잘쳐야한다는 부담을 내려놔서인지 이상하게도 더 편하고 기분 좋게 라운드를 즐기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티칭 프로란 말은 와전된 얘기예요. 동생인 다운이가 현역 티칭 프로로 오래 활동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가 만들어졌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동생한테 많이 배우는 건 맞죠.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며 함께 라운드를 종종 해요.
숙행의 친 여동생은 서울 대치동과 역삼동 지역 골프 티칭프로인 한다운 씨다. 숙행 역시 다양한 운동을 좋아하는 스포츠 우먼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때 가수들 사이에 숙행이 티칭 프로 출신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워낙 장타(비거리 200m)를 치는 데다 싱글 골프 실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숙행은 "동생이 티칭프로여서 도움을 받은 것도 있지만 저도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라 필드에 나가면 항상 자신이 있었다"면서 "요즘엔 무대 소화를 하다 무릎 연골을 한 번 다친 뒤로는 예전만 같지 못하다"고 고백했다.
'미스트롯 팔방미인' 숙행은 최근 신곡 '여자라서'를 발표했다. 시간 앞에 무너지지 않는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노래로 '가시리' 이후 5년 만의 신곡이다. /숙행 인스타그램 |
-대중이 인정하는 트로트 가수로 거듭났는데 향후 바람이나 희망사항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결혼에 대한 입장이나 배우자 기준도 궁금하다.
긴 시간 희망과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오직 열정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대중이 인정하는 가수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벌써 포기했을 거예요. 저는 이미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한번 더 스스로 업그레이드 해야할 책무가 생겼어요. 마지막 꿈인 대형 콘서트형 가수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죠. 그만큼 더 열심히 뛸 이유가 있는거죠. 결혼은 제 관심 순위에서 밀려나 있어요. 저한테는 아직도 남자보다는 음악이 먼저예요. 다만 정 많고 순수한 남자라면 언제든 오케이할 것 같은데 어디 그런 남자가 있겠어요? 독신을 고집하는 게 아니니까 언젠가는 인연이 닿는 분이 나타나겠죠.
숙행은 2016년부터 4년간 단독콘서트 '숙행쇼'를 이끌었다. '미스트롯'에 도전한 기성 가수 중에는 유일하게 콘서트형 가수로 활동해온 셈이다. 그는 "2011년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뒤에도 이전부터 해온 현악 그룹 활동을 병행했다"면서 "무대의 두려움은커녕 무대 위 주인공이 돼 관객들과 호흡하고 즐기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콘서트에 기획과 연출, 퍼포먼스까지 1인3역을 도맡았다. '미스트롯' 이전까지 1인기획사 '쑥쑥엔터테인먼트'를 직접 운영하며 독립형 자립형 가수의 길을 걸었다. 현 소속사는 코로나엑스엔터테인먼트다.
가수 동료나 트롯오디션 출신 후배들에 대한 배려도 '미스트롯' 맏언니답게 대범하다. 사진 위는 백령도 콘서트 당시, 아래 사진은 '미스트롯' 미국 투어 후 인천국제공항 귀국 모습. /인천=이선화 기자 |
'미스트롯'으로 가요계 팔방미인으로 거듭 난 숙행은 최근 신곡 '여자라서'를 발표했다. 시간 앞에 무너지지 않는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노래로 '가시리' 이후 5년 만의 신곡이다. 춤과 안무에 자신이 있는 그는 KBS2 '뮤직뱅크'에 출연해 파워풀한 보컬과 함께 중독성 강한 퍼포먼스, 화려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 등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그는 가수 동료나 트롯오디션 출신 후배들에 대한 배려도 '미스트롯' 맏언니답게 대범하다. 숙행은 "혼자 하는 미션엔 강한데 여럿이서 함께하는 팀워크에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 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면서 "특히 팀을 이뤄 콜라보 미션을 하다보면 나보다 상대 입장에 신경 쓰다 손해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살가운 붙임성 덕분에 평소 선후배 가수들의 허리를 자임하며 소통의 감초 역할도 도맡는다. 나이에 비해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잘 먹고 열심히 걷는 게 전부일 뿐인데 예쁘게 주목을 받으니 왠지 기분이 업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다. "'미스트롯'이 진흙 속에서 나를 꺼내줬다." 필자의 눈에 비친 숙행의 매력은 다름아닌 내숭없는 솔직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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