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클래식한 로맨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입력: 2020.09.28 05:00 / 수정: 2020.09.28 05:00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클래식 감성으로 매주 월 화요일 시청자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시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 없이 청춘들의 면면에 집중한 슴슴한 맛이 일품인 로맨스다. /SBS 제공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클래식 감성으로 매주 월 화요일 시청자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시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 없이 청춘들의 면면에 집중한 슴슴한 맛이 일품인 로맨스다. /SBS 제공

박은빈·김민재 열연과 함께 순항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상큼 발랄한 톤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이렇다 할 자극적인 장면도 없다. 그런데도 빠져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다.

SBS는 지난달 31일부터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 연출 조영민)를 방송 중이다.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첫 회 5.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산뜻한 출발을 알린 후 줄곧 5%대를 유지했고 지난 22일 6.3%로 자체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드라마는 화제성도 함께 가져갔다. CJ ENM이 공개하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 집계(9월 7일~13일) 결과 종합부문에서 253.1점을 기록해 전주 대비 두 계단 상승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6위 TV조선 '뽕숭아학당(258.3점), 8위 MBC '놀면 뭐하니?'(234.5점)라는 두 인기 예능프로그램 사이에 안착해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2008년 MBC '배토벤 바이러스', 2014년 '내일도 칸타빌레'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클래식 소재의 드라마다. 소비층이 한정된 음악 장르기에 이를 주제로 하는 드라마는 호응을 얻기 어려웠고 좀처럼 제작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은 모두 로맨틱 코미디를 내세워 그 진입 장벽을 낮췄다.

박은빈이 맡은 채송아(왼쪽)는 바이올린을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는 캐릭터다. 반면 김민재이 연기하는 박준영은 재능은 있지만 음악에 흥미를 잃은 인물이다. /SBS 제공
박은빈이 맡은 채송아(왼쪽)는 바이올린을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는 캐릭터다. 반면 김민재이 연기하는 박준영은 재능은 있지만 음악에 흥미를 잃은 인물이다. /SBS 제공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그 요행도 없다. 차분한 톤을 유지하는 전통적인 로맨스다. 음악적 성공을 꿈꾸는 캐릭터들의 시기 질투 등 자극적인 요소로 몰입을 꾀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저버린다. 인물들은 날 선 경쟁 대신 각자의 꿈을 좇는다. "경쟁과 질투 동료애 연민이 공존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는 류보리 작가의 말은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캐릭터들은 특별한 것 없이 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여자 주인공은 채송아(박은빈 분)라는 이름부터 '웃프'다. "채송아입니다"라고 인사하면 사람들은 "뭐가 죄송한데요?"라고 되묻는다. "죄송하다는 게 아니라 제 이름이 채송아입니다"라고 다시 한번 되짚어줘야 하는 고달픈 인생이다. 바이올린을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어 자존감을 잃어가는 캐릭터다.

반면 남자 주인공 박준영(김민재 분)은 재능을 가졌지만 단 한 번도 음악을 즐긴 적 없는 피아니스트다. 콩쿠르 상금은 가족의 빚을 갚는데 급급하다. 여기에 자신을 후원해준 사람들을 향한 책임감마저 늘 그를 짓누른다. 상호보완적인 설정의 두 사람은 서로의 내면에 조금씩 다가가며 극의 중심을 끌어간다.

슴슴한 멜로물이라 가슴 벅차오르게 만드는 격정적인 장면도 배제했다.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겉으로 보기엔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타인이 아닌 자신을 위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그저 묵묵히 응원한다. 하지만 이는 음악 때문에 매사 눈물짓는 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다. "기분 좋을 때 연락하겠다"는 채송아, "힘들 때 연락하겠다"는 박준영의 약속은 스킨십 없이도 설렘을 안기기 충분하다.

박은빈(왼쪽) 김민재는 그저 손가락을 건 약속 하나만으로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긴다. /SBS 제공
박은빈(왼쪽) 김민재는 그저 손가락을 건 약속 하나만으로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긴다. /SBS 제공

두 사람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박준영은 후원자의 손녀인 이정경(박지현 분)을, 채송아는 절친 강민성(배다빈 분)의 전 남자친구 윤동윤(이유진 분)을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다. 사랑과 우정 속 싹튼 짝사랑이지만 이마저도 자극적인 감정싸움이 아닌 촉촉하고 섬세한 감정선으로 그려내 몰입이 쉽다.

연기도 모두 합격점을 넘어 일품이다. 박은빈은 JTBC '청춘시대'의 발랄함, SBS '스토브리그'의 단단함에 이어 이제는 처연하기까지 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눈물을 쏟을지라도 꿋꿋이 버텨내는 내면 연기도 돋보인다. 김민재는 무뚝뚝한 박준영의 면면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여기에 매 순간 흔들리는 감정도 소화하며 어엿한 청춘 배우로서의 면모를 과시 중이다.

극을 맛깔스럽게 만들어줄 음악도 이야기의 전개도 모두 클래식에 무게를 뒀다. 자극적인 소재들에 웃음을 버무려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인기 드라마의 문법을 당당히 무시했다. 슴슴한 재미 속 촘촘하게 이야기를 쌓아 올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이제 막 절반을 끝냈을 뿐이다. 인물들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서로의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은 경쾌한 클래식 선율과 함께 한동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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