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시청률 놓친 'SF8', 그 반쪽짜리 영광
입력: 2020.09.18 05:00 / 수정: 2020.09.18 05:00
SF8이 한국 SF 드라마의 미래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한계도 드러냈다. 2%의 벽을 넘지 채 못하는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MBC 제공
'SF8'이 한국 SF 드라마의 미래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한계도 드러냈다. 2%의 벽을 넘지 채 못하는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MBC 제공

"당장의 실패 씁쓸하더라도 한국형 SF 자양분 될 것"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최근 방송국에서 보기 어려웠던 단막극 형태다. 여기에 다양한 SF 소재를 가져왔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협업까지 했으니 모든 면에서 파격적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성적표가 엉망이다.

MBC는 지난 8월 14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10분 시네마틱드라마 'SF8(에스 에프 에잇)'을 편성 중이다. 특별한 프로젝트다. MBC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DGK) 그리고 웨이브(wavve)가 손잡고 수필름이 제작한 현국형 SF 연작이다. 명확히 SF라는 장르를 내세운 것도 이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선보이는 것도 새롭다. 방송과 더불어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작품을 공개한다는 점 역시 기존 틀을 벗어난다.

'SF8'은 DGK 소속 8명의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민규동, '나를 잊지 말아요'의 이윤정, '연애의 온도'의 노덕,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안국진, '죄 많은 소녀'의 김의석 등 나름 걸출한 작품을 탄생시킨 감독들이다. 여기에 이유영 이시영 하준 김보라 이연희 이동휘 신소율 EXID 하니 등 화려한 출연진이 힘을 보탰다.

홍보도 가득 공을 들였다. 지난 7월 세 시간에 걸쳐 제작보고회를 진행했고 작품 공개를 앞둔 8월에는 감독들을 모아 간담회까지 개최했다. 각 작품의 프리뷰와 리뷰, 편성 방식, SF 장르적 특성을 한층 더 살려줄 UHD 송출 등 작품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계속해 쏟아냈다. 또한 극장과 방송국 OTT 각 플랫폼의 구분을 허문 크로스오버라는 의미도 내세웠다.

이유영 주연의 간호중은 장엄한 분위기와 미스터리한 결말로 나름의 호응을 얻었다. /MBC 제공
이유영 주연의 '간호중'은 장엄한 분위기와 미스터리한 결말로 나름의 호응을 얻었다. /MBC 제공

지난 8월 14일 'SF8'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간호중'(극본 김지희, 연출 민규동)은 1.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시청자를 만난 '만신'(극본 한분외, 연출 노덕)은 1.4%, '우주인 조안'(극본 문주희, 연출 이윤정)은 0.6%다. 지난 4일 방송된 '블링크'(극본 강산, 연출 한가람)는 1.0%, 11일 전파를 탄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수 없다'(극본 한분외, 연출 안국진)는 0.9%를 기록했다. 떠들썩한 홍보와 플랫폼 경계 허물기라는 당찬 포부에도 성적은 초라하다.

형편없는 작품은 아니다. 인공지능 증강현실 로봇 게임 판타지 호러 데이터 초능력 재난 등 다양한 SF 소재는 매 순간 새로움을 안긴다. 이유영 주연의 첫 작품 '간호중'의 경우 장엄한 분위기와 미스터리한 결말로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 흥미를 자극할지언정 이를 이어갈 수 없는 단막극의 명확한 한계다.

앞서 '간호중'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확실히 영화 제작비보단 적었다. 드라마 평균 회당 제작비보다 적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은 SF 장르를 드라마로 옮기는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SF 장르 특성상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 많지만 결국 이를 완성해내는 것은 자본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로 중무장하더라도 조악한 컴퓨터그래픽 앞에서는 의미를 잃는다.

써클 루갈 듀얼 등 SF8에 앞서 방송된 SF 장르 드라마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영했다. /tvN, OCN 제공
'써클' '루갈' '듀얼' 등 'SF8'에 앞서 방송된 SF 장르 드라마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영했다. /tvN, OCN 제공

한 드라마 관계자는 "제작비 자체가 적은 데 좋은 SF가 나올 리 없다. SF의 기본은 투자"라며 "'SF8'에 나오는 시각효과는 대부분 미국드라마에서 쓰는 방식이다. 생활적 특수효과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예전이라면 모르지만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진 만큼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고 짚었다.

2037년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tvN '서클 : 이어진 두 세계'(극본 김진희 유혜미 류문상 박은미, 연출 민진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대결과 복제 인간 소재를 내세운 OCN '루갈'(극본 도현, 연출 강철우) '듀얼'(극본 김윤주, 연출 이종재) 등 앞서 방송된 드라마들도 모두 장르만 SF일뿐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SF8'은 결국 그 한계를 답습했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SF8'의 탄생이 한국 SF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해외 시장에서 한국의 공포 콘텐츠는 꾸준히 잘 나가는 스테디셀러다. MBC 'M'(극본 이홍구, 연출 정세호)을 비롯해 수많은 공포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가 나왔고 그만큼이나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라며 "'SF8'은 'M'과 같은 포지션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괜찮은 SF가 나오겠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작품이 나오길 바란다. 당장의 실패는 씁쓸할지라도 한국형 SF가 발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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