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V 출범②] 거대 플랫폼의 등장…우려와 기대 사이
입력: 2020.09.07 05:00 / 수정: 2020.09.07 05:00
카카오M은 카카오TV 출범에 앞서 수많은 제작사와 기획사와 인수합병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사진은 김성수 카카오M 대표. /카카오M 제공
카카오M은 카카오TV 출범에 앞서 수많은 제작사와 기획사와 인수합병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사진은 김성수 카카오M 대표. /카카오M 제공

콘텐츠 춘추전국시대에 새로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카카오TV가 공식 출범했다. 굴지의 기획사와 제작사 스타 PD들을 거느린 어마어마한 크기의 플랫폼이다. 독과점, 경쟁 과열 등 수많은 우려에 업계는 고심이 깊다. 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줄 거라는 희망도 품고 있다. <편집자 주>

"정체성 보여줄 핵심 콘텐츠 필요"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새로운 플랫폼 카카오TV가 출범과 동시에 수많은 콘텐츠를 선보였다. 카카오M이라는 커다란 기업이 수년 준비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니 어느 정도의 성공은 예상됐다. 하지만 굴지의 기획사와 제작사를 섭렵해 몸집을 키웠다는 점은 다소 위협적이다.

카카오M은 지난 1일 플랫폼 카카오TV 출범에 앞서 공격적 행보를 펼쳐왔다. 이들은 수많은 제작사와 기획사와 인수합병을 체결했다. 드라마 제작사는 메가몬스터와 로고스필름 글앤그림미디어, 영화 제작사는 영화사 월광과 사나이 픽처스 등이다. 여기에 유명 공연제작사 쇼노트를 인수하며 영상은 물론 공연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것을 예고했다.

유명 배우들이 소속된 굴지의 매니지먼트사들도 카카오M과 손을 잡았다.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 김고은), 매니지먼트숲(공유 공효진), 킹콩 By 스타쉽(이동욱 유연석), VAST엔터테인먼트(현빈 이재욱), 제이와이드컴퍼니(강예원 김소연), 이담엔터테인먼트(아이유) 등이 모두 카카오M의 산하로 들어갔다.

히트메이커라고 불리는 스타PD들도 대거 영입했다. MBC '무릎팍도사' '뜨거운 형제들'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비긴어게인' 등을 연출한 문상돈 PD, KBS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 MBC '진짜 사나이'의 김민종 PD,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의 박진경 권해봄 권성민 PD 등도 대거 카카오M에 둥지를 틀었다.

찐경규(왼쪽) 페이스 아이디 등은 모두 호성적을 거뒀지만 카카오TV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카카오M 제공
'찐경규'(왼쪽) '페이스 아이디' 등은 모두 호성적을 거뒀지만 카카오TV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카카오M 제공

카카오M의 공격적인 투자는 시장독과점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시장에서 힘을 가진 회사들이 카카오M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PD들의 대거 영입은 방송사의 위기설과 맞물려 더욱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방송 관계자들은 "한동안 카카오M에 실력을 인정받은 PD들이 대거 이동해 방송사들이 새로운 인력을 채우느라 바빴다"고 입을 모았다. 거대한 기업이 탄생하는 만큼 카카오TV 론칭 전부터 잡음은 이미 조금씩 시작되고 있던 셈이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카오M은 모든 일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이미 노하우를 쌓은 제작사를 아래에 두고 콘텐츠 기획자도 모았다. 연예 기획사를 인수해 출연자 섭외도 이전보다는 쉬워졌으니 시너지 효과는 있었다. 실제로 BH엔터테인먼트 소속 박보영은 오리지널 콘텐츠 '카카오TV 모닝'의 출연자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그 결과로 탄생된 카카오TV의 주요 콘텐츠들은 모두 론칭 이틀 만에 350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 성과 역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찐경규'는 이경규, '페이스 아이디'는 이효리, '카카오TV 모닝'은 박보영 노홍철 김구라 유희열 등을 섭외했다. 모두 각 에피소드마다 10만뷰를 훌쩍 뛰어넘으며 순항 중이지만 스타마케팅에 그칠 수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대부분 인기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콘텐츠다. 카카오TV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줬다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며 "지금의 콘텐츠들은 당장의 성과는 보여줄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인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TV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광고 수익을 얻는 광고형 OTT 서비스를 택해 경쟁 과열에서 벗어났다. /카카오M 제공
카카오TV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광고 수익을 얻는 광고형 OTT 서비스를 택해 경쟁 과열에서 벗어났다. /카카오M 제공

또한 각자의 시스템을 구축해 자리를 잡았던 기업들이 카카오M 산하에 들어간 만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같은 목표를 만들고 유대를 쌓는 것이 카카오M이 가진 가장 큰 과제다. 한 관계자는 "콘텐츠로부터 나오는 시너지보다는 상장만을 바라고 인수합병을 체결한 회사도 있을 거다. 이런 회사들까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결국 동상이몽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의 힘이 케이블 종편을 넘어 모바일과 웹 시장까지 분산돼 이제는 콘텐츠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여기에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시장을 장악하며 국내 플랫폼들은 고군분투 중이다. 카카오TV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광고 수익을 얻는 광고형 OTT 서비스를 택해 경쟁 과열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OTT 업계의 걱정은 여전하다.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시장을 장악했고 국내 OTT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합병도 시도했지만 결국 물 건너갔다. 이제 카카오TV까지 나왔으니 국내 플랫폼 간의 제로섬게임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우려에도 업계는 카카오M에서 어떤 가능성을 찾고 있다. 무한경쟁 속에서 등장한 커다란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희망이다. 한 웹 콘텐츠 제작자는 "카카오TV는 출범을 준비하며 다른 무엇보다 광고를 따올 수 있는 인력을 가장 먼저 섭외했다. 하지만 그 큰 회사의 유지비를 광고수익에만 의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카카오TV가 어떤 수익 모델을 만들지 궁금하다. 위협적이긴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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