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트로트 오디션 출발 전 '샅바 싸움' 왜?
입력: 2020.09.02 08:58 / 수정: 2020.09.02 09:19
TV 채널을 돌리면 온통 트로트 천국. 원조와 모방이 혼재된 가운데 비슷한 포맷 베끼기에 물고 물리는 신경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MBN 보이스트롯의 한 장면. /MBN 보이스트롯 캡쳐
TV 채널을 돌리면 온통 트로트 천국. 원조와 모방이 혼재된 가운데 비슷한 포맷 '베끼기'에 물고 물리는 신경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MBN '보이스트롯'의 한 장면. /MBN '보이스트롯' 캡쳐

방송가, 비슷한 포맷 '베끼기'에 물고 물리는 신경전 가속

[더팩트|강일홍 기자] 흔히 방송 콘텐츠에는 오리지널이 따로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방송계 현업 작가들이 공감하고 인정하는 부분인데요. 돌려말하면 어떤 기발한 아이템도 완벽하게 독창적일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얼핏 신선한 포맷처럼 보여도 찬찬히 뜯어보면 어디선가 한 번쯤 시도됐던 것들이 태반이거든요. 세상의 모든 콘텐츠가 모방을 통해 재탄생된다는 말은 그래서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더 민감합니다. 이런 '모방적 재활용 포맷'에 훨씬 빠르게 반응하는 편이죠. 한때 국내 방송사들은 일본 방송프로그램을 작심하고 베낀 적이 있습니다. 일부 PD들은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 호텔에서 며칠씩 TV만 보다 돌아오기도 했는데요. 심지어 아예 형식과 구성이 똑같은 프로그램을 베껴내도 포맷 도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국내 방송계가 트로트 열풍에 휩싸이면서 이상기류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트로트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음악 프로그램에서조차 홀대를 받던 장르입니다. 지금은 음악 예능은 물론 심지어 교양 프로그램까지 트로트 아니면 명함을 내밀지 못합니다. 종편채널에서 불기 시작한 열기가 지상파로 번지면서 '이전투구' 양상마저 보여주고 있는데요. 트로트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될수록 분위기는 더 어수선합니다.

트로트는 불과 2~3년전까지만 해도 음악프로에서조차 홀대를 받던 장르지만, 트로트 쏠림현상으로 지금은 기성가수들도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왼쪽부터 김연자 남진 혜은이. /MBN 보이스트롯
트로트는 불과 2~3년전까지만 해도 음악프로에서조차 홀대를 받던 장르지만, 트로트 쏠림현상으로 지금은 기성가수들도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왼쪽부터 김연자 남진 혜은이. /MBN '보이스트롯'

트로트 강세 속 방송가 물고 물리는 모방 베끼기 '신경전' 가속

이미 알려진 대로 TV 조선 '미스트롯' 시즌2가 닻을 올린 가운데 지상파 3사도 트로트 오디션을 준비 중인데요. '트롯 전국체전'(KBS), '트로트의 민족'(MBC), '트롯신 오디션'(SBS, 이상 각 프로그램 명칭 '가제') 등이 하반기부터 한 두달 시차를 두고 격돌합니다. 문제는 형식과 포맷이 거의 비슷하다는 겁니다. '미스, 미스터 트롯' 스타일의 순수 아마추어 가수나 신인들을 발굴하는 오디션이기 때문이죠.

방송사야 트렌드를 따라간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시청자 처지에서 보면 중복이고 겹치기입니다. 지금도 TV 채널을 돌리면 온통 트로트 천국입니다. 원조를 자처하는 TV CHOSUN '미스 미스터' 출신 남매들은 그렇다치더라도 틈새를 노리고 뛰어든 MBN '보이스퀸' '보이스트롯'까지 사실상 포화상태임을 부인할 수 없는데요. 새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가세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트로트에 불을 지핀 '미스트롯' 시즌1은 종편 최고 시청률(18%)을 찍으며 화제를 모았고 방송에 이어 콘서트까지 뜨겁게 달궜습니다. 지난해 지역방송 KNN이 이를 벤치마킹해 '골든마이크'로 방송하고, 종편채널 MBN이 '보이스퀸'으로 바통을 이어받았죠. 단순 모방이 아닌 사실상 베끼기란 지적이 나왔지만, '보이스퀸'(최고 시청률 8.5%)의 경우 앞서 달궈놓은 '트로트 군불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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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조선 사랑의 콜센타는 미스터 트롯 출신 TOP7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팬들과 전화 연결로 신청곡을 불러주며 미스터 트롯에 버금갈 만큼 대세 인기를 누리고 있다. /TV CHOSUN 사랑의 콜센타 캡쳐
TV 조선 '사랑의 콜센타'는 '미스터 트롯' 출신 TOP7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팬들과 전화 연결로 신청곡을 불러주며 '미스터 트롯'에 버금갈 만큼 대세 인기를 누리고 있다. /TV CHOSUN '사랑의 콜센타' 캡쳐

'미스트롯2' vs '트롯 전국체전',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

'미스트롯'과 같은 제작진이 탄생시킨 '미스터 트롯'(최고 시청률 35.7%)은 올해 방송가 판도를 또 한번 뒤흔들어 놓는데요. 음악예능 30대 시청률 돌파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꿈의 숫자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전까지 꿈쩍 않던 지상파들도 이변에 화들짝 놀라고, 종편 개국 8년째 지지부진하던 TV 조선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불과 1년 사이 연타석 대박히트를 치며 방송계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합니다.

요즘 방송가에는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습니다. 다름아닌 KBS와 TV CHOSUN의 트로트 서바이벌의 자존심 대결입니다. KBS가 준비 중인 '트롯 전국체전'은 '미스트롯' 당시 TV조선 제작진과 한배를 탔던 포켓돌스튜디오 K모 대표가 관여돼 있는데요. TV 조선은 '미스터 트롯'을 제작하면서 K 대표와 등을 졌습니다. 결국 피할 수 없는 경쟁자로 맞서게 된 형국이고, 이미 치열한 '샅바싸움'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TV 조선 '사랑의 콜센타'는 '미스터 트롯' 출신 TOP7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전국의 팬들과 전화 연결로 신청곡을 불러주며 '미스터 트롯'에 버금갈만큼 대세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요. 최근 '전국콜센타대전'이란 자막을 등장시켰습니다. '전국' '체전' '대전' 등 어감이 '트롯 전국체전'과 매우 흡사합니다. 얼핏 김을 빼거나 '물타기' 모양새로 비치는데요. 가열되고 있는 신경전이 어디로 흘러갈지 지켜보겠습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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