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K-드라마, 넷플릭스서 찾은 재도약 활로
입력: 2020.08.31 05:00 / 수정: 2020.08.31 05:00
사이코지만 괜찮아(왼쪽)와 사랑의 불시착의 해외 반응이 뜨겁다. 정규 방송 편성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면서다. /tvN 제공
'사이코지만 괜찮아'(왼쪽)와 '사랑의 불시착'의 해외 반응이 뜨겁다. 정규 방송 편성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면서다. /tvN 제공

"OTT 작품 공개 효과, 분명히 있다"

[더팩트 | 유지훈 기자] K-드라마가 글로벌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TV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넷플릭스라는 순풍을 탔다. 한국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던 작품마저 해외 곳곳에서 뜨거운 인기를 달린다. 이에 새로운 한류가 시작될 거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들려온다.

지난 27일 글로벌 넷플릭스 순위를 공개하는 사이트 'FlixPatrol(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tvN 금토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는 26일 기준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 스트리밍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2위,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등 아랍권 국가들에서는 톱 10에 이름을 올려 글로벌한 인기를 과시 중이다.

지난 6월 20일 첫 방송된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지난 9일 최종회 7.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종영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김수현 오정세 서예지 박규영 등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한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아쉬움도 잠시 예상치 못한 해외 반응이 이어졌고 현재까지 드라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드라마 흥행은 출연 배우들의 러브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김수현 서예지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 관계자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후 해외 팬들의 선물이 부쩍 늘었다. 종영 후 글로벌 브랜드 문의도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박규영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 역시 "이전보다 해외 브랜드를 비롯해 다양한 제안을 받았다. 세계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서예지 김수현 박규영(왼쪽부터)의 소속사는 모두 해외에서의 반응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tvN 제공
서예지 김수현 박규영(왼쪽부터)의 소속사는 모두 "해외에서의 반응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tvN 제공

넷플릭스를 통한 K-드라마의 약진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초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tvN '사랑의 불시착'은 최근 일본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일본 주요 매체 중 하나인 아사히 신문은 "최근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4차 한류 붐이 일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처럼 '사랑의 불시작'에서 주연을 맡은 손예진 현빈도 인기를 체감했다. 손예진은 현지의 러브콜에 이어 지난 30일 팬들과 온라인 팬 미팅을 진행했고 현빈은 인기를 넘어 해병대 화보집이 협의 없이 발간될뻔한 헤프닝까지 겪었다.

K-드라마는 꾸준히 해외 팬들의 반응을 끌어내 왔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성 한한령, 일본의 경제보복 등 한동안 정치 외교 역사적인 외부 요인으로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세계적 유행까지 겹쳐 뮤지션들의 월드투어, 배우들의 해외 팬 미팅 등도 한동안 뜸하던 요즘이었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K-드라마들의 해외 흥행 소식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게 다가온다.

두 드라마를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효과를 확실히 느꼈다"며 현 상황을 짚었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과 '사이코지만 괜찮아' 모두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든 것은 아니었다. 좋은 콘텐츠가 먼저였을 뿐이다. 대개 국내 반응이 좋으면 해외 반응도 비슷하다. 이제 추세는 TV에서 OTT로 넘어가고 있다. 우리도 해외 시장에 안정적으로 보여주는 플랫폼이 필요했다. 그래서 넷플릭스와 협약했고 두 드라마는 해외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반응을 끌어냈던 이태원 클라쓰 역시 현지 방송사 송출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JTBC 제공
해외에서 반응을 끌어냈던 '이태원 클라쓰' 역시 현지 방송사 송출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JTBC 제공

K-드라마의 넷플릭스 공개는 제작사와 플랫폼 모두를 만족시킨다. 제작사는 현지 방송사와 미팅해 편성료를 조율하는 번거로운 과정 대신 OTT를 통해 전 세계 팬들에 작품을 선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족한 제작비도 제공받는다. 넷플릭스는 더 많은 콘텐츠를 유저에게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과거 한국 드라마는 동남아 수요가 특히 높았다. 이제는 미주나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유럽권에서도 많이 보고 있다"며 "세계 시청자들이 한국 콘텐츠를 원하니 넷플릭스도 공급을 마다할 리는 없을 거다. 두 드라마의 성공은 K-드라마와 넷플릭스가 만들어낸 시너지"라고 전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모회사로 있는 CJ ENM은 지난해 JTBC와 함께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맺었다. 향후 3년간 20여 편의 드라마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과 함께 해외에서 인기를 누렸던 '이태원 클라쓰'는 JTBC 드라마다. 시간에 맞춰 채널을 틀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해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일 터다.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는 해외 시청자 접근성에 있어서 유효하다.

넷플릭스라는 순풍을 탄 K-드라마는 다시 세계로 뻗어 나갈 전망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다는 건 모두 다 알고 있다. 두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은 다시 이를 느꼈을 거다. 시청자는 좋아했던 작품과 유사한 걸 다시 찾게 되는 성향이 있다. K-드라마에 관심이 생겼으니 앞으로의 드라마들도 해외 인기를 기대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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