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이준기·조승우·주원, 무표정의 '心 스틸러'
입력: 2020.08.28 05:00 / 수정: 2020.08.28 05:00
이준기 조승우가 표정 변화가 없는 캐릭터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주원(왼쪽부터)도 무감정증 형사로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더팩트 DB
이준기 조승우가 표정 변화가 없는 캐릭터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주원(왼쪽부터)도 '무감정증' 형사로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더팩트 DB

사이코패스·외톨이 검사·무감정 형사로 열연

[더팩트 | 유지훈 기자] 표정 변화가 없는 캐릭터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그저 서늘한 분위기만 풍기는 게 아니라 선악을 자유자재로 오가고 멜로도 펼친다. 이전과는 조금 색다른 배우들의 맹활약이다.

최근 이준기는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 연출 김철규)의 백희성(도현수), 조승우는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극본 이수연, 연출 박현석)의 황시목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두 캐릭터 모두 일련의 사건으로 감정을 잃었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오는 28일부터 주원도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극본 김규원 강철규 김가영, 연출 백수찬)로 이 무표정 캐릭터 연기 대결에 가세한다. 그는 무감정증 형사 박진겸에 분한다.

악의 꽃에서 이준기는 사이코패스 백희성을 맡았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는 차츰 인간성을 찾아가며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tvN 제공
'악의 꽃'에서 이준기는 사이코패스 백희성을 맡았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는 차츰 인간성을 찾아가며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tvN 제공

'악의 꽃' 이준기, 서스펜스 멜로 오가며 열연

'악의 꽃'은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 백희성과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차지원(문채원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준기는 문채원과의 달콤한 키스 신으로 포문을 열고 딸 백은하 앞에서는 천진난만한 딸바보의 면모를 과시한다. 여기에 화려한 요리도 척척 해내는 완벽한 남편이라 말랑말랑한 여느 로맨스의 남자 주인공과 닮아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백희성의 실체는 드러나고 이준기는 새로운 가면을 쓴다. 백희성의 정체는 수배 중인 살인 사건의 용의자 도현수다. 어린 시절 친구인 김무진(서현우 분)이 이를 알아차리자 공방 지하실에 감금하고 숨겨온 본성을 드러낸다. 로맨티스트를 완벽하게 지워낸 냉혈한 도현수로서의 열연이다.

감정을 잃은 사이코패스로서 면모는 이준기가 빚어내 더욱 서늘하다. 2화에서 그는 영상 강의를 보며 표정을 연습한다. 눈가 주름을 지게 해 미소를 지어 '행복'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고, 입꼬리를 내리고 눈에 초점을 흐리게 하며 '슬픔'을 연기한다. 억지로 서툴게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이준기의 열연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드라마의 전개와 함께 무표정하기만 했던 이준기의 얼굴은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띄기 시작했다. 아내 차지원이 자신 때문에 오열하는 모습을 보며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깨닫고 가족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보인다. 이 미세한 한 캐릭터의 변화는 이준기의 열연 덕분에 흡입력 있게 다가온다.

비밀의 숲2 속 조승우는 세상의 변화에 흔들림이 없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좇고 진실을 밝혀내는 우직한 검사다. /tvN 제공
'비밀의 숲2' 속 조승우는 세상의 변화에 흔들림이 없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좇고 진실을 밝혀내는 우직한 검사다. /tvN 제공

'비밀의 숲2' 조승우, 외톨이 검사 황시목

조승우는 3년여 만에 '비밀의 숲'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고독한 검사 황시목이다. 어린 시절 황시목은 외부세계를 경험하고 인식하는 뇌섬엽이 지나치게 발달돼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절제술을 감행했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외부세계와의 공감을 결정짓는 통로가 막혔다는 설정이다.

첫 시즌 미세한 감정 표현으로 화제를 모았던 조승우의 연기력은 여전하다. 표정이나 과장된 몸짓 대신 대사 한 마디, 눈빛의 깊이, 작은 몸짓으로 캐릭터를 이해시킨다. 그래서 캐릭터는 담백하고 차분하게 다가온다. 전작의 성공이 부담이 되어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그의 열연에서는 그 어떤 욕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황시목은 '악의 꽃' 백희성처럼 점차 감정을 꺼내지 않는다. 대신 드라마 속 활약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어낸다. 자신이 소속된 형사법제단과 관련해 "규정을 어기고 9년째 존치 중"이라는 말로 '팩트 폭격'을 날리고, 회식 자리 막내임에도 "내일 뵙겠습니다"라며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에도 '각자의 독립권 수호가 우선'이라는 핵심을 짚어낸다. 세상의 요구에 흔들림 없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우직함이 매력적이다.

첫 시즌과 같이 그 흔한 러브라인도 없다. 형사 한여진 역의 배두나와는 여전히 수사를 함께하는 동료일 뿐이다. 대신 조승우와 '비밀의 숲2' 제작진은 이번 시즌에 특별한 장면을 준비한 모양이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박현석 PD의 눈치를 본 후 "시목이가 사이다를 마신다"는 짤막한 말로 캐릭터의 특별한 변화를 예고했다.

주원은 앨리스를 통해 3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극적 감정 전달 없이 시청자를 몰입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SBS 제공
주원은 '앨리스'를 통해 3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극적 감정 전달 없이 시청자를 몰입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SBS 제공

'앨리스' 주원, 무감정증 형사로 3년만 복귀

주원은 제대 후 3년여 만의 복귀작으로 '앨리스'를 택했다. 그가 맡은 박진겸은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가 사망한 뒤 그 범인을 잡기 위해 형사가 된 인물이다. 방사능으로 뒤덮인 웜홀을 통과해 태어났고 이로 인해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됐다. 주원은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다양한 표현이 필요하지만 극적 감정 전달 없이 시청자들을 몰입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지난 2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대본 리딩 때만 해도 다들 '감정이 없으니 툭툭 뱉기만 해도 될 것 같다'고 했지만 아니었다. 초반 감정이 없을 때는 정말 미세하게 표현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 어려웠다. 그만큼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도 신경 썼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고 기대가 된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원의 열연에는 앞서 언급한 이준기 조승우와 조금은 다른 부분이 있다. 그는 형사 역할을 맡은 만큼 강도 높은 액션을 펼치고 여자 주인공인 박선영 역의 김희선과 명확한 러브라인을 그린다. SF 장르이지만 제작진은 "장르는 껍데기일 뿐 어렵지 않은 휴먼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주원이 맡은 무감정증 캐릭터는 다른 두 작품 속 주인공보다 더욱 친숙한 모습이라 쉽게 이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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