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사이코지만 괜찮아' 박규영, '만취'해 미움받을 용기
입력: 2020.08.27 05:00 / 수정: 2020.08.27 05:00
박규영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문강태(김수현 분)를 짝사랑하는 정신보건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애달픈 짝사랑도 좋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술에 취해 투정부리는 만취 연기였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박규영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문강태(김수현 분)를 짝사랑하는 정신보건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애달픈 짝사랑도 좋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술에 취해 투정부리는 '만취' 연기였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만취한 남주리 연기, 저도 속 시원했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최근 안방극장에서 술 취한 연기를 보여줬던 사람들 가운데 으뜸은 단연 박규영이다. 그저 그 술주정이 현실적이라서 만은 아니다. 나름의 재치와 표정 연기로 캐릭터를 살려냈고 미워 보일 수 있는 행동을 매력적으로 빚어냈다. 아침에 눈을 떠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기억을 더듬거리다 좌절하는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박규영은 지난 9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에서 정신보건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남주리의 술주정은 문강태(김수현 분)를 향한 짝사랑에서 시작된다. 문강태는 계속해 남주리를 밀어내고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과 사랑에 빠진다. 남주리는 답답한 마음에 술을 마시고 그때마다 "내 마음을 알아달라" "내 남자를 왜 빼앗아갔냐"며 소리친다. 짝사랑에 속앓이만 했던 그가 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투정이다.

박규영은 남주리 캐릭터를 준비하며 '미움받을 용기'라는 문장을 떠올렸다. 자기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하는 주리의 속마음을 발견하면서다. 그 면면이 자신과 참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4개월 동안 연기하며 남다른 애착이 생겼다. 많은 배우가 작품이 끝난 소감으로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선택하지만 박규영에게서는 남다른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술은 전혀 못한다"는 그에게 '만렙' 만취 연기 비결을 들어봤다.

Q. 남주리 캐릭터를 처음 어떻게 구상했나.

"주리는 비교적 드라마 안에서 현실적인 인물이에요. 감독님은 캐릭터를 제가 현실감 있게 표현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캐스팅했다고 말씀 주셨어요. 모든 사람이 그렇듯 제 안에도 여러 모습이 있어요. 인간 박규영의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을 꺼내 봤어요. 남녀 주인공이 러브라인을 그리는 데 주리가 발랄하고 귀여운 캐릭터라면 시청자들이 나쁘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Q. 정돈되고 차분한 느낌으로 시작한 것 치곤 술 취한 주리는 너무 다른 사람이다.

"'주리는 참 미움받을 용기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적으로 좋은 이미지만 남기고 싶은 사람이요.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절제하고 때로는 그 절제한 에너지를 분출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엄마 앞에서 아이처럼 우는 장면, 술에 취해 술주정을 부리는 장면에 그걸 마음껏 표현해봤어요. 맨 처음 술에 취한 연기를 한다는 말씀은 없었어요(웃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남주리는 술만 마시면 참아왔던 속마음을 꺼낸다. 박규영은 완전히 상상에 기반한 연기라고 설명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캡처
남주리는 술만 마시면 참아왔던 속마음을 꺼낸다. 박규영은 "완전히 상상에 기반한 연기"라고 설명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캡처

Q. 주리의 이중성에 공감하는 시청자가 참 많았다.

"좋게 봐주셔서 참 감사해요. 아마 주리가 사회적인 인간이라 공감해주신 게 아닐까 해요. 사람들 앞에서는 '알겠습니다' '그래요'하고 넘어가지만 사람 없는 엘리베이터에서는 확 짜증을 푸는 장면도 있잖아요. 이 모든 게 사회생활과 비슷하다고들 하시더라고요. 맨 처음에는 '좀 무섭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주리의 진심이 나오면서 무서움이 공감으로 바뀌지 않았나 해요."

Q. 실제로 술을 좀 좋아하나. 연기가 정말 생생하다.

"전혀 못 마셔요. 한 두 잔 마시면 금방 얼굴이 빨개지고 졸려요. 어떤 틀을 정해놓고 술에 취한 연기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기본적인 설정만 잡아뒀어요. 웃음이 많아지고 목소리와 행동이 커지는 정도요. 누군가의 주사나 술 취한 연기를 모티브로 잡진 않았어요. '나라면 이렇게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음껏 연기를 펼쳤던 것 같아요."

Q. 꾹 참아왔던 감정을 술에 취해 폭발할 때 배우로서는 어떤 기분이 들었나.

"정말 저도 속이 시원해지더라고요(웃음). 주리가 짝사랑 때문에 너무 힘들었고 그걸 연기하는 저도 감정적으로 힘들었으니까요. 처음으로 '아 짝사랑 못 해 먹겠네'라고 외치는 데 통쾌했어요. 남주리와 박규영의 케케묵은 감정을 발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그리고 다들 개성이 강한 캐릭터라 주리는 이 장면들에서 임팩트를 주고 싶었요."

Q. 김수현과 투샷이 좋았다. 함께 연기하며 호흡은 어땠나.

"사실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김수현 선배를 볼 생각에 많이 긴장했어요. '프로듀사'를 정말 좋아하는 데 그분과 함께 연기를 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기운을 가져다주시는 분이에요. 눈동자에서 오는 에너지가 정말 컸어요. 정말 많이 배웠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나고 싶어요."

박규영은 주리와 나는 참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며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박규영은 "주리와 나는 참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며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Q. 중반부부터 출판사 대표 이상인 역의 김주헌과 러브라인을 그린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짝사랑도 안 되고 그저 사랑을 주기만 했던 아이에요. 주리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에 그저 감사했어요. 김주헌 선배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에요. 실제로 상인과 같은 기운을 느꼈어요. 덕분에 함께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Q. 남주리와 박규영은 얼마나 닮아있나.

"비슷한 지점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애정도 많이 갔고요. '미움받을 용기가 없다'는 지점은 저랑 정말 비슷해요. 처음 감독님과 미팅을 하며 '이거 그냥 저인데요?'라고 할 정도였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짝사랑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문영이 같은 친구랑 머리채를 잡고 싸우지 않는다는 것?(웃음)"

Q. 로맨틱 코미디인 동시에 힐링 드라마였다. 박규영은 작품을 통해 어떤 위로를 받았나.

"배우로서는 4개월 동안 주리로 살았으니까 그 캐릭터가 행복해졌다는 사실이 위로에요. 캐릭터가 외로우니 저도 외로워지더라고요. 하지만 기댈 사람이 하나둘씩 생기고 숨 쉴 수 있는 구멍들도 많이 생겼죠. SNS에 '사이코지만 괜찮아' 대사가 캡처 돼 공유되는 것을 봤어요. 다들 위로와 관련된 대사들이었죠.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나마 위로를 줄 수 있어서 기뻐요."

Q. 열심히 준비한 작품이 끝났으니 앞으로의 계획도 세웠을 것 같다.

"학교 졸업이 먼저예요. 9학점 남았어요. 그리고 쉬는 방법을 잘 몰라요. 쉬면서 그 방법들을 찾아보려고 해요. '사이코지만 괜찮아' 전에 넷플릭스 '스위트홈' 촬영을 마쳤어요. 모든 준비가 끝나면 다시 저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 외에 해보고 싶은 작품은 정말 많아요. 어떤 장르든 좋은 이야기라면 도전해볼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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