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다만 악' 박정민, '연기 모범생'이 준비한 반전
입력: 2020.08.20 05:00 / 수정: 2020.08.20 05:00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속 박정민의 역할을 베일에 싸여있었다. 영화가 꽁꽁 숨겨둔 히든카드 박정민의 정체는 트렌스젠더 유이였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속 박정민의 역할을 베일에 싸여있었다. 영화가 꽁꽁 숨겨둔 히든카드 박정민의 정체는 트렌스젠더 유이였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트렌스젠터 유이 캐릭터로 존재감 각인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다만악'이 준비한 히든카드 박정민의 변신은 통했다.

박정민은 지난 5일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이하 '다만 악')에서 유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화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 분)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담았다.

개봉 전 유이는 그저 '인남의 조력자'라는 짤막한 소개가 전부였다. 사전 홍보로 쓰이는 스틸컷에서조차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걸출한 배우를 캐스팅해놓고 홍보에 이용하지 않으니 궁금증은 커졌다. 개봉을 한 달 여 앞두고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황정민과 이정재가 그를 영화의 키포인트로 꼽으며 궁금증은 차츰 기대감으로 변했다.

박정민은 영화 중반부에 불쑥 등장한다. 인남이 납치사건 해결을 위해 태국으로 향한 후 현지 가이드를 추천받는 장면에서다. 박정민은 남다른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핫팬츠에 시스루 셔츠, 머리는 똑 단발이다. 작품이 공개되는 순간까지 비밀에 부쳐뒀던 박정민의 캐릭터는 유이라는 중성적인 이름을 가진 트렌스젠더였다.

박정민은 시사회 후 유이 캐릭터와 관련해 외관과 말투를 과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박정민은 시사회 후 유이 캐릭터와 관련해 "외관과 말투를 과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2011년 '파수꾼'을 시작으로 2016년 '동주', 2018년 '변산' '염력' '그것만이 내 세상', 2019년 '사바하' '타짜: 원 아이드잭' '시동', 2020년 '사냥의 시간'까지. 박정민은 꾸준히 충무로의 선택을 받아왔다. 작품의 성패와 상관없이 그의 연기는 늘 합격점이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던 그의 저력은 '다만 악' 속 유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다수 작품 속 트렌스젠더는 과한 언행으로 보는 이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역할을 맡아왔다. 박정민은 그 편견을 깼다. 사전 준비 기간 다큐멘터리와 관련 영상들을 참고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거듭된 연구 끝에 웃음기를 쫙 뺀 친숙한 트렌스젠더 유이가 완성됐다. "외관과 말투를 과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고민했다"는 시사회 직후 박정민의 설명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웃음기는 쫙 뺐지만 매력은 더해졌다. 유이는 평범함을 넘어 인간미 넘치기까지 하다. 짙지 않은 화장, 배꼽티 아래 살짝 튀어나온 뱃살 등 박정민이 빚어낸 트렌스젠더는 바로 옆에서 말을 걸어올 듯 현실적이다. 여기에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드래그 퀸(여장 남자)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사연까지 가지고 있으니 마음이 동한다. 선 굵은 두 남자 인남과 레이의 액션 속 유이는 존재 자체로 쉼표다.

온라인에서 박정민은 유이 언니로 불리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온라인에서 박정민은 "유이 언니"로 불리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악' 개봉 후 박정민은 한동안 온라인에서 "유이쨩"으로 불렸다. 작품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맡아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말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라 관람을 마친 누리꾼들이 주고받는 은밀한 신호였다. 하지만 지난 18일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그의 스틸컷을 공개하며 함구령이 풀렸다.

이제 온라인에서 박정민은 "유이 언니"다. 누리꾼들은 자연스럽게 박정민의 열연을 논하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악'은 지난 18일 기준 누적 관객 수 381만 1088명(이하 영진위 집계)을 돌파했다. 올여름 '빅3' 라인업을 구축했던 '반도'(379만) '강철비2: 정상회담'(175만)을 모두 제친 기록이다. 코로나19 여파 속 흥행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박정민은 2020년 영화계 최고의 히든카드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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