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2: 정상회담'에는 여러 재미요소가 숨겨져있다. 짧지만 강렬한 조우진의 활약, 배우들의 애드리브, 잠수함 속 블랙코미디 등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대본 살린 정우성, 위트 살린 유연석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정우성 유연석 곽도원의 열연, 독도 심해에서 펼쳐지는 잠수함 액션이 눈을 사로잡는다. 현실을 꼬집는 묵직한 메시지도 유효하다. 양우석 감독은 여기에 몇 가지 요소를 숨겨두고 관객들이 직접 찾는 재미도 준비했다.
지난 7월 29일 개봉한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이하 '강철비2')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개봉 첫주 주말 66만 관객을 기록했고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여름을 겨냥한 '빅3' 작품들과 함께 관객들을 극장가로 꾸준히 불러들일 전망이다.
'강철비2'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영화다. 분단이라는 민감한 내용을 주제로 하는 만큼 각자의 가치관을 펼치는 토론의 장이 예상된다. 만약 언성이 높아진다면 영화에 숨겨진 비하인드로 대화 주제를 돌려보길 권한다. 추천하는 첫 질문은 "조우진 배우가 나오는 거 알고 있었어?"다.
전작에서 북한 암살요원으로 활약했던 조우진은 '강철비2'에 아주 잠깐 등장한다. /NEW 제공 |
조우진,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
'강철비2'는 전작과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는다. 대신 배우들의 진영을 바꿔 새로운 재미를 꾀했다. 북한의 특수요원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에, 남한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도원은 북한 쿠데타를 일으키는 호위총국장 박진우에 분했다.
조우진은 전작에서 북한 지도자와 정우성을 맹렬하게 추격하는 암살 요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역시 '강철비2'에서 대한민국 소속으로 진영을 바꿨다. 대신 모습을 직접 드러내진 않는다. 후반부 잠수함 전투 종료 후 한경재에게 위기상황이 끝났음을 알리는 대한민국 함장의 목소리가 바로 조우진이다. 얼굴을 볼 수 없고 대사도 짧지만 갈등과 관련된 핵심인물이라는 점은 전작과 같다.
정우성 신정근은 영화에 자신의 애드리브를 첨가하지 않았다. 반면 유연석 앵거스 맥 페이든(왼쪽부터)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곳곳에 담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No 애드리브' 정우성·신정근…"I'll Never Smoke!" 유연석
한경재 역의 정우성은 애드리브를 하지 않았다. 침묵하고 양보해야 하는 중재자 대한민국 대통령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어서다. 잠수함의 부함장 역의 신정근도 마찬가지로 일절 애드리브 없이 촬영을 마쳤다. "캐릭터의 우직함 외에 나머지 행동은 모두 사족이 될 것 같아서"라는 이유다.
반면 북위원장 조선사 역의 유연석과 미국 대통령 스마우트 역의 앵거스 맥페이든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영화 곳곳에 녹여냈다. 영어 대화에 어려움을 겪은 한경재에 "한국 주입식 교육 멀었다"고 지적한 후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아 또 멀다 그러면 안되갔구나"라는 대사, 스마우트가 고정된 책상을 뽑을 때 "I'll Never Smoke!(아윌 네버 스모크)"라고 소리치며 두 손을 드는 행동은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앵거스 맥페이든은 미국의 풍자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 음식 세팅에 햄버거 도넛 등을 추가해달라고 제안했다.
잠수함 속 세 정상의 대화는 웃음을 안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양우석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숨어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잠수함 속 세 정상의 '블랙' 코미디
한경재 조선사 스마우트는 북한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날 선 카리스마를 펼친다. 하지만 잠수함에 납치된 후부터는 줄곧 코믹한 언행을 유지한다. 이는 그저 관객을 웃기기 위한 장면들이 아닌 남북미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은유로 풀어낸 블랙 코미디다.
스마우트는 약에 취해 "Great America(그레이트 아메리카)"를 외치고 생리현상을 참지 않는다. 조선사는 점잖은 척하다가 담배를 태우고 스마우트는 이에 반발한다. 한경재는 두 사람의 갈등 중재에 전전긍긍한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사건이나 진실을 이야기하다 보면 강의가 된다. 세 정상의 은유로 이를 전달하는 감독님의 똑똑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중반부 주 무대가 되는 잠수함 백두호는 세트 제작에 두 달이 걸렸고 20억이 투입됐다. /'강철비2' 예고편 캡처 |
안팎으로 탄탄한 잠수함 백두호
양 감독과 미술감독은 북한의 잠수함은 러시아 기체를 기반으로 자주적 변형을 가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군사전문가들의 예측도 같았다. 그래서 세 정상이 억류된 백두호는 러시아 잠수함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해군에서 잠수함장으로 복무했던 김용우 전 함장이 프리 프로덕션부터 물론 촬영 기간까지 현장에 상주해 디테일 감수를 도왔다.
내부의 현실감을 살릴 장치들은 실제 잠수함에 납품하는 진해의 군수공장에 주문 제작했다. 잠항해 들어갈 때 수평이 바뀌는 부분, 어뢰가 오가는 수중전에서 폭발 충격을 받아 함 내 사람들이 균형을 잃은 장면 등은 별도로 제작한 짐벌로 구현했다. 세트장에만 두 달의 시간이 걸렸고 20억이 투입됐다.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