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안예은, '능소화'로 돌아본 독특한 세계관
입력: 2020.08.09 00:00 / 수정: 2020.08.09 00:00
뮤지션 안예은이 지난 6일 신곡 능소화를 발표했다. 그가 납량특집이라고 밝힌 이 곡은 호러의 형식을 가져왔지만 그 어떤 사랑 노래보다 처절하고 구슬프다. /더블엑스엔터 제공
뮤지션 안예은이 지난 6일 신곡 '능소화'를 발표했다. 그가 납량특집이라고 밝힌 이 곡은 호러의 형식을 가져왔지만 그 어떤 사랑 노래보다 처절하고 구슬프다. /더블엑스엔터 제공

6일 신곡 '능소화' 발표, 가장 처절하고 구슬픈 사랑 노래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능소화'는 작정하고 색깔을 낸, 오직 안예은만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안예은이 지난 6일 신곡 '능소화' 음원을 공개했다. 이젠 당연하다시피 된 안예은의 자작곡으로 그는 전설의 고향을 귀로 듣는 느낌을 낸 납량특집 콘셉트로 곡을 작업했다. 소재부터 화법까지 가사만 봐도 안예은 외에 다른 가수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색깔 강한 곡이다.

'능소화'는 임금의 성은을 입은 여인이 임금이 다시 올까 하염없이 기다리다 죽어 꽃이 되었다는 설화를 가진 능소화라는 꽃에서 착안해 쓴 곡이다. 후렴구의 일부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판소리 '사랑가'의 한 구절을 차용해 낯섦 속에 익숙함을 심었다.

'해가 일백 번을 고꾸라지고 달이 일백 번을 떠오르는데 무인동방 홀로 어둠이렷다/문득 고개를 들면 다시 해가 일천 번을 고꾸라지고 달이 일천 번을 떠오르는데 오신다던 님은 기별이 없다/죽어서도 원망하리'로 시작하는 가사는 익숙한 '내 사랑이로다. 내 사랑이여'로 이어진다.

바람 소리와 함께 '히이이 히이이 이이이이 서럽구나 잡초만 무성한 무덤이여 히이이 히이 이이이이 원통하오 비탄에 잠겨 죽으리'라고 구슬프게 이어지는 곡은 '지옥에서 다시 만나리'라는 마지막 절규로 이어진다. 납량특집이라지만 그 어떤 사랑 노래보다 처절하고 애처롭다.

이 같은 안예은의 독특한 색깔은 지난 4년간 발표한 무려 3장의 정규앨범 수록곡 수십 곡에도 칠해져 있다. 모든 곡이 대표곡 '홍연', 신곡 '능소화' 처럼 파격적인 건 아니다. 안예은은 사랑도 노래하고 일상도 노래한다. 물론 그 안에는 안예은만의 신선한 화법이 가득하다.

신곡 능소화는 임금의 성은을 입은 여인이 임금이 다시 올까 하염없이 기다리다 죽어 꽃이 되었다는 설화를 가진 능소화라는 꽃에서 착안해 쓴 곡이다. 사진은 뮤직비디오 장면. /더블엑스엔터 제공
신곡 '능소화'는 임금의 성은을 입은 여인이 임금이 다시 올까 하염없이 기다리다 죽어 꽃이 되었다는 설화를 가진 능소화라는 꽃에서 착안해 쓴 곡이다. 사진은 뮤직비디오 장면. /더블엑스엔터 제공

안예은은 첫 정규앨범 '안예은'을 통해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많은 자아와 다양한 사운드로 표현했다.

'사랑은 서툰 발걸음으로 잡힐 듯 다가와서 느리게 뒷걸음질 쳐 서로가 서툰 손짓으로 품에 담으려다가 손 틈 사이로 놓치고 말아'('어쩌다보니'), '문틈으로 스며드는 밤의 노랫소리들을 따라 걸어가면 품에 안은 동화책의 표지를 꼭 닮은 오솔길이 인사하죠'('전해오는 이야기')

안예은은 2번째 정규앨범 'O'를 통해 같은 하늘 아래에서 일어나는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의 다른 사건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은하수 아래 이곳저곳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다른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를 총 11트랙 안에서 노래했다.

'네 맘에 꼭 맞으려고 나는 열쇠장이도 돼 보고 너와 한 번 더 마주보려고 나는 백지수표도 돼 봤어'('호구'), '눈물로 만들어진 강이 발자국을 따라 원을 만들고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영원히 영원히 맴돈다'('피루엣'), '봄이 오고 있는데 나는 겨울잠을 잔다'('홀로봄')

3번째 정규앨범 'ㅇㅇㅇ'은 모두 함께 힘내서 달려나가자는 유토피아를 향한 안예은의 이야기다.

'우리네 인생은 끝없는 숙제들을 선생도 없이 해 나가고 정답이 없는 오답노트를 닳고 닳을 때까지 쓰는 것일까'('품행제로'),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높은 산에 올라가면 나는 초록색 문어 장미 꽃밭 숨어들면 나는 빨간색 문어'(문어의 꿈')

안예은은 K팝스타5 출연 때부터 지금까지 정규앨범 3장을 내는 동안 변함없이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을 음악에 투영시키며 대체불가한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더블엑스엔터 제공
안예은은 'K팝스타5' 출연 때부터 지금까지 정규앨범 3장을 내는 동안 변함없이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을 음악에 투영시키며 대체불가한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더블엑스엔터 제공

안예은은 SBS 'K팝스타5'에서 미션곡을 제외한 전곡(9곡)을 자작곡으로 채우면서 이미 독특한 화법을 들려줬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영감을 받아 연산군의 시점으로 쓴 '홍연', 화약 냄새가 나는 옆집 남자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미스터 미스터리' 등 소재부터 가사까지 남달랐다.

이후 4년여가 흐르고 3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독특한 시선과 화법은 유지하면서 조금은 투박하게 느껴졌던 가사 표현이 한층 세련돼졌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앨범들을 지나오면서 눈에 띄게 딴딴해진 가창력이다. 안예은 특유의 꺾기와, 시크한 끝음처리는 여전하고 보컬에 더 힘이 붙었다. 음역대는 더 넓어진데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흔들림이 없다.

무엇보다 안예은이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지금까지 발표한 전 앨범의 전곡을 홀로 작사 작곡 프로듀싱 했다는 점. 안예은은 깊은 내면에서 나오는 생각과 감정들을 때론 직설적이게 때론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어떤 방식이든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유희열은 'K팝스타5'에서 안예은에게 "이런 가수가 아직 우리나라에 없다. 그 독특함이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지만 그건 안예은의 몫이다"고 말했다. 안예은은 지금까지 그 몫을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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