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정우성'] 시대정신으로 대중과 호흡한다는 것
입력: 2020.08.03 05:00 / 수정: 2020.08.03 05:00
정우성은 안팎으로 탄탄한 사람이다. 영화에서는 배우로서, 현실에서는 시대정신의 일부로서 소통한다. 직접 만나본 정우성은 시대정신의 이미지가 더 뚜렷했다. 모든 말에는 의미가 담겨있고 그래서 자꾸만 믿음이 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은 안팎으로 탄탄한 사람이다. 영화에서는 배우로서, 현실에서는 시대정신의 일부로서 소통한다. 직접 만나본 정우성은 시대정신의 이미지가 더 뚜렷했다. 모든 말에는 의미가 담겨있고 그래서 자꾸만 믿음이 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한경재의 한숨, 캐릭터를 대표하는 호흡이었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예전에는 그가 그저 잘생긴 배우라고만 생각했다. 퇴폐적인 분위기, 거리에서 주먹깨나 휘둘렀다는 남자들의 난투, 오토바이를 타고 자유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비행을 소재로 한 '비트'는 평범한 오락 영화처럼 보였고 주인공 민 역을 맡았던 정우성도 그렇게 소비되고 말 배우라고 속단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그건 참 섣부른, 그야말로 '속단'이었다.

지난달 27일 정우성을 만나기 위해 삼청동 인근 카페로 향했다. 그가 주연을 맡아 29일 개봉한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이하 '강철비2')의 중 후반부처럼 맹렬한 비가 쏟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궂은 날씨였다. 15여 명의 취재진이 모였고 정우성을 가운데 두고 'ㄷ'자 형태로 앉았다. "영화가 잘 나와서 만족감이 클 것 같다"고 첫인사를 던지니 "그렇게 말씀 주시니까 좋네요"라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강철비2'의 이야기 흐름이 주는 감동이나 그 안의 의미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저 우리 한반도가 분단국가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그 때문에 우리가 겪은 불행, 외면하고 망각하고 이용당하기도 했던 세월을 짚어보니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그래서 벅찼고 눈물이 났어요."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정우성은 지난 24일 시사회 후 분단의 아픔을 느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남용희 기자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정우성은 지난 24일 시사회 후 "분단의 아픔을 느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남용희 기자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지난달 24일 언론 시사회를 마친 그는 마이크를 잡고 영화를 본 소감을 말하던 중 눈시울을 붉혔다. 대통령 한경제 역에 분해 배우로서 맡은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동시에 분단국가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마음이 동요해서였다.

"우리 모두가 분단 피해의 당사자예요. 그런데 우리는 당사자임을 망각하기도 해요. 스스로 분단과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것이 영화의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관객들에게 확실히 어떤 메시지를 받아달라고 말씀 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저 영화를 잘 즐기시고 그다음 이어질 대화를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먹먹한 감정이 든다면 그 감정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생각하는 것도 좋고요. 아, 개인적인 바람을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는데 방금 말해버렸네요?(웃음)"

영화가 사회적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배우가 이와 관련된 발언을 하는 것은 때로 독이 된다.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는 왜곡되고 이는 진영논리로 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우성은 늘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JTBC '뉴스룸'을 비롯한 보도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정치 철학을 펼쳤고 뜨거운 감자였던 난민과 관련해 그들을 사회문제가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봐주길 호소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에 분해 열연을 펼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에서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에 분해 열연을 펼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치 않는 시선이 개입될 수 있는 직설적인 화법의 영화에요. 그런데 저라는 배우는 어느 순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제가 이 영화에 출연하면 험난해질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래도 정우성 씨가 출연하는 게 맞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정우성이라는 사람의 이미지보다는 배우 정우성의 이미지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제 무표정이 한경재에 잘 맞다고 보셨대요. 침묵하고 인내하고 그 와중에 리액션도 해야 하는 캐릭터니까요. 한숨은 한경재를 대변하는 호흡이라고 생각해요."

한경재는 카리스마 넘치는 면모로 영화를 끌어나가지 않는다. 대신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듣고 그 간극을 조율하는 데 매진한다. 한경재의 활약은 우직해 기대고 싶지만 답답한 마음도 동반한다. 그런데 그런 그의 면면이 현실의 정우성과 자꾸만 겹쳐진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정치적 발언을 하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이로 인해 들려오는 비난을 묵묵히 감내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가벼운 질문을 던져도 줄곧 의미가 담긴 답변을 내놓았다. 그의 말들은 신중했지만 그 안의 메시지에는 소신이 담겼고 또 거침없었다.

정우성은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인을 모두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스스로 묻는 사람이라고 꼽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은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인을 "모두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스스로 묻는 사람"이라고 꼽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좋은 정치인이란 무엇인지 쉽게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나라를 떠나 정치인이라면 '공심(公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당연하게 획득한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 쥐어진 권력이니까. 모두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스스로 묻는 정치인이 좋은 정치인이 아닐까요. 그 권력을 '사심(邪心)'으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정치인이고요."

"한경재는 '공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그걸 지키려고 해요. 그의 결단이 한반도의 평화를 비롯해 대부분의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해요. 그의 한 마디가 시발점이 될지언정 그걸 이루는 건 주변국의 이해관계와 국민의 의지에요. 그래서 영화가 관객들을 고민하게 만들고 그 의미를 곱씹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은 정우성의 원동력이다. 새로운 배우들과 새로운 상황에 놓여 호흡하는 것은 여전히 즐거운 일이고 그래서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호기심을 제외하면 그가 좇는 것은 의미다. '강철비2'처럼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혹은 자신이 이 영화를 통해 어떤식으로 소비될지도 그가 가진 고민이었다. 참 생각이 많아 보였고 그래서 참 믿음직스러운 사람인 정우성이었다. 그의 비주얼을 기대하고 시작했던 인터뷰였지만 그가 던진 말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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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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