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사대주의②] 지원 배제·뒷북 지침…두 번 우는 대중음악
입력: 2020.08.02 00:00 / 수정: 2020.08.02 00:00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당초 24일 개최 예정이었지만 3일 전 송파구청에서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무산됐다. 정확한 지침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송파구가 31일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에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는 오는 8월 7일 막을 올린다. /쇼플레이 제공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당초 24일 개최 예정이었지만 3일 전 송파구청에서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무산됐다. 정확한 지침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송파구가 31일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에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는 오는 8월 7일 막을 올린다. /쇼플레이 제공

클래식도 뮤지컬도 괜찮은데 대중음악은 안 된다? 지자체의 이중잣대에 대중음악 업계가 두 번 울고 있다. 정부의 지원 사업에서는 번번이 배제되는 데다가 뒤늦은 공연 지침으로 피해만 쌓여가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소외된 현실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업계의 현 상황을 들여다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편집자 주>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 대중음악, 뒤늦은 공연 지침에 피해 가중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다 죽게 생겼다", 대중음악 공연 업계의 이 같은 목소리는 괜한 푸념이 아니다. 안 그래도 힘든데 다른 예술 공연과 차별하는 정부의 정책은 공연 업계 종사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대체 언제쯤 숨통이 트일까.

수많은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콘서트가 가장 많이 열리는 것은 연말이고 9월 정도면 준비에 들어간다. 그 전에는 콘서트와 관련한 정확한 지침이 꼭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파가 연말 콘서트까지 이어져 공연 업계가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만 이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지난 5월 초 코로나19로 인한 대중음악 업계의 막대한 피해를 호소하며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긴급성명서를 냈고 이어 7월 초 "매뉴얼 없는 정부 지침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부회장은 "여러 기관을 만나서 소통하고 건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과라고 할 만한 게 없다. 3차 추경 관련해서도 문의를 했으나 이미 확정된 사안이라 결국 대중문화 쪽으로는 한 푼도 배정받지 못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그래도 대중음악의 생존을 위해 계속해서 시도는 해볼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분야에 3차 추경 예산 1569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그 분야를 연극, 뮤지컬, 클래식 음악, 국악, 무용, 미술 등에 한정했다. 대중음악 업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윤 부회장은 광화문1번가에 '대중음악은 왜 지원받을 수 없나요? 3차 추경! 이대로 진행하면 안됩니다'라는 제목의 제안 글을 올렸다.

이를 통해 그는 "정부에서는 문화산업계에 많은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원 정책에서 대중음악은 배제되고 있다"며 "이번 3차 추경 지원에서도 대중음악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운영 단체 선정 경로를 밝히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국가 지원 사업과 추경 예산 편성에서 대중음악 업계는 계속 배제되고 있다. 한국음악산업레이블협회 윤동환 부회장은 이번 3차 추경 지원에서도 대중음악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운영 단체 선정 경로를 밝히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광화문1번가 캡처
국가 지원 사업과 추경 예산 편성에서 대중음악 업계는 계속 배제되고 있다. 한국음악산업레이블협회 윤동환 부회장은 "이번 3차 추경 지원에서도 대중음악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운영 단체 선정 경로를 밝히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광화문1번가 캡처

광화문1번가에서 30일 이내 30명 이상의 공감을 얻은 제안은 정부혁신 국민포럼과 정부혁신추진협의회에서 논의되어 정책이 된다. 윤 부회장의 제안 글은 지난 30일 오후 49명의 공감을 얻었다. 이로써 이 사안과 관련해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앞서 세 번의 긴급 예술 지원 사업과 이번 3차 추경까지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 대중음악계는 짊어져야 할 짐이 크다.

홍대에서 10년 넘게 공연장을 운영해온 대표는 "공연을 하려는 가수도 없고 해도 문제다. 규모가 작은 공연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안전 지침을 준수해도 혹시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구상권 청구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서 많은 얘기를 해보지만 딱히 대책이 없다. 이대로라면 몇 달 안에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며 "당장 필요한 건 공연과 관련한 정확한 지침이고, 예술계에만 집중된 지원을 대중음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뒷짐만 지는 것도 모자라 졸속 행정으로 오히려 피해를 키우는 실정이다. 공연장을 대관하고 좌선 간 거리두기, 발열 체크,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등 정부 안전 지침을 준수하면서 준비를 하고 티켓까지 오픈했는데 잠자코 있다가 수일 전에 막아서는 것.

특히 '미스터트롯' 전국투어 서울 공연 무산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개최 3일 전에 송파구가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고 주최 측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이로 인해 제작사는 수십 억 피해를 떠안게 됐다.

뮤지컬과 연극 그리고 특히 클래식 공연은 1000석 이상에서도 좌석 간 거리두기 없이 치러지고 있는 상황이라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원금에서 소외된 대중음악이 개최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하소연은 괜한 푸념이 아니다.

20년 넘게 공연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자는 "다른 공연들은 중위험으로 분류하면서 대중음악 공연은 왜 고위험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뮤지컬이나 다른 예술 공연은 고상하고 대중음악 공연은 그렇지 않다는 그릇된 인식이 작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규모가 큰 대중음악 공연의 경우 제작비가 더 많이 들고 그만큼 방역 조치에도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한다. 좌석 간 거리두기조차 하지 않는 예술 공연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중음악 콘서트가 무산되면서 비교군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는 뮤지컬 업계도 억울하다. 마찬가지로 그간 큰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재개했지만 지자체가 공감대 없는 잣대로 대중음악 공연과 구분하면서 마치 큰 특혜를 누리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다수의 뮤지컬을 제작한 업체 대표는 "잘못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미스터트롯 콘서트(왼쪽 위)가 수차례 연기되고 데이브레이크(오른쪽 위)와 태사자(오른쪽 아래) 콘서트가 무산되는 등 대중음악 업계는 많은 손해를 입었다. 송파구가 31일 공연 가이드라인을 내놨고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왼쪽 위)가 8월 7일 개막을 알렸고 김호중의 팬미팅이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라 대중음악 공연도 어느 정도 숨통을 트일 전망이다. /쇼플레이, 해피로봇 레코드, 비에프케이 엔터테인먼트,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스터트롯' 콘서트(왼쪽 위)가 수차례 연기되고 데이브레이크(오른쪽 위)와 태사자(오른쪽 아래) 콘서트가 무산되는 등 대중음악 업계는 많은 손해를 입었다. 송파구가 31일 공연 가이드라인을 내놨고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왼쪽 위)가 8월 7일 개막을 알렸고 김호중의 팬미팅이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라 대중음악 공연도 어느 정도 숨통을 트일 전망이다. /쇼플레이, 해피로봇 레코드, 비에프케이 엔터테인먼트,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중음악 업계에서 바라는 것 역시 다른 공연을 막으라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지침을 달라는 것이다. 비판이 쏟아지자 송파구는 지난 31일에서야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완화하고 공연 개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지침 내용은 ▲ 수용 인원의 40% 이하로 시설 사용 ▲ 좌석 폭이 0.5m 이하일 경우 2칸 이상 띄어 앉기 ▲ 관람객의 마스크 착용여부 확인을 위한 관람석 모니터링 ▲ 스탠딩 공연 금지 ▲ 관중의 함성, 구호, 합창 금지 등이 골자다.

이러한 지침은 크게 새로울 게 없다. 개최를 며칠 앞두고 취소해야만 했던 '미스터트롯', 태사자, 데이브레이크 콘서트 등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제라도 가이드라인을 내놔서 다행이지만 비판 여론이 커지자 뒷북 지침을 내놨다는 인상이 짙다.

늦은 감은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생기면서 4차례나 미뤄졌던 '미스터트롯' 콘서트도 재개됐다. 서울 공연은 8월 7일 금요일부터 23일 일요일까지 매주 금‧토‧일요일 5회씩 3주에 걸쳐 총 15회차 진행된다.

공연 일정 및 공연 시간이 변경돼 기존 예매는 일괄 취소되며 재예매를 진행해야 한다. 서울 공연이 당초 예정보다 2주씩 뒤로 밀리면서 계획했던 지방 공연도 줄줄이 일정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찍 지침을 내놨다면 입지 않았을 손해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스터트롯' 콘서트 재개로 인해 꽉 막혀 있던 대중음악 공연도 어느 정도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그렇지만 국가 지원 사업에서 대중음악이 배제되는 문제 등 가야할 길은 멀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오는 8월 13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라운지엠(엠피엠지 2층)에서 2차 코로나19 피해 음악 산업계 대응책 논의 세미나를 개최, 각 분야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음악 산업 발전을 위한 개선점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레이블, 뮤지션, 음악 산업 프리랜서, 공연장 경영인, 음악업계 관련업체 등 다양한 음악 산업계의 의견을 교환, 청취함으로써 음악 산업계의 코로나19 피해 대책 및 개선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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