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이 '강철비2'로 카리스마를 뿜는다. 착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였기에 더욱 파격적인 행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북 최고지도자 캐릭터 도전, 고민 많았다"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보기만 해도 따뜻한 미소를 안겨 왔던 그가 새로운 얼굴을 찾았다. 기존 이미지를 가져가기만 해도 성공인데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하니 더 다채롭다. 드라마에서는 따뜻함으로, 스크린에서는 카리스마로 맹활약을 펼치는 유연석은 2020년 여름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연석은 지난 29일 개봉한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이하 '강철비2')에서 북의 최고 지도자 조선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실존 인물과의 정확도를 맞출 요량이었다면 유연석은 애초에 캐스팅 미스다. 하지만 조선사는 실존 인물과 배경만 같을 뿐 매력적인 면면으로 중무장한 캐릭터다. 그래서 유연석에게도 딱 맞는 가면이었고 관객들의 마음을 흔드는 데도 유효하다.
조선사는 3대째 권력을 이어받은 독재자로만 알려져 있지만 정세를 두루 살피는 유연함, 북이 살길은 비핵화와 개방이라 믿고 남한, 미국과 최초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영어와 통역도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는 반전매력마저 겸비했다. 현실과 궤를 달리하는 캐릭터에 유연석을 앉히니 더욱 입체적이기까지 하다.
카리스마, 스마트함, 내적 유약함 등 조선사는 실존인물과 궤를 달리해 더욱 매력적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카리스마 넘치는 유연석이 우선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분)과의 첫 회담에서 미국 때문에 북한이 겪어왔던 설욕들을 나열하는 초반부부터 강렬하다. 민주주의 국가의 인물들 앞에서 "우린 설득 같은 거 하지 않습니다. 그냥 결정할 뿐이죠"라며 씁쓸해하는 모습도, 잠수함에 억류된 위기상황에서 유지하는 뚝심도 믿음직스럽다.
조선사의 카리스마 속에는 유약함도 숨어있다. 복잡한 정국 속 독재자라는 선입견에 도전하고, 30대의 젊은 나이로 군의 원로들을 비롯한 강경파와 맞서며,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을 감행하기까지는 수많은 내적 갈등이 함께했을 것이다. 그 내면을 표현해내는 것도 유연석의 몫이었다. 그는 불안한 눈빛과 카리스마를 수시로 오가며 맹활약을 펼친다. tvN '응답하라 1994'를 시작으로 '미스터선샤인'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온 그였기에 조선사의 유약함도 쉽사리 이해가 가능하다.
유연석은 최근작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천사같은 심성을 지닌 안정원 캐릭터로 인기를 누렸다. /킹콩 by 스타쉽 제공 |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에 분해 유연석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던 선배 정우성도 그의 열연에 마음이 움직였다.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그는 "첫 촬영부터 유연석이 아니라 조선사라는 사람처럼 보였다. 배우로서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느꼈다. 신뢰가 가는 동료이자 후배"라고 치켜세웠다.
과거 유연석은 '악역 전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다.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는 외모와 재력을 갖춘 '킹카' 재욱으로 분해 주인공 커플을 갈라놓았고, '늑대소년'에서는 사랑에 눈이 멀어 늑대소년의 생명을 위협했으며,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는 조직 실장 역에 분해 비릿한 눈빛을 보여줬다. 당시의 활약도 빛났지만 따뜻하고 친근한 지금의 이미지를 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조선사라는 강렬한 가면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강철비2'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 정우성(왼쪽)은 유연석에 대해 "첫 촬영부터 유연석이 아니라 조선사라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칭찬했다. /남용희 기자 |
소속사 킹콩 by 스타쉽 관계자는 <더팩트>에 "유연석도 '강철비2' 출연에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인 조선사에 도전해 '이 배우가 다음에는 어떤 장르와 작품의 캐릭터를 만들어갈까'라는 궁금증을 주고 싶었다. 그의 새로운 도전과 변신에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강철비2'는 지난 29일 개봉해 앞으로 여름 성수기 영화로 한동안 관객들을 극장가로 불러들인다. 영화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맡은 정우성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 2020년 기술력으로 구현해낸 잠수함 전투도 좋지만 유연석의 파격 변신이 가장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전망이다. 영화를 내놓은 그는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은 주연을 맡은 '멍뭉이' 촬영에 매진 중이고 내년 초에는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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