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뮤지컬 OK, 트로트 NO'...'코로나 행정' 이중잣대 논란
입력: 2020.07.27 09:53 / 수정: 2020.08.07 16:38
미스터 트롯 공연 볼 수 있을까. 지난 주말 예정돼 있던 미스터 콘서트는 서울공연은 공연 사흘 전인 21일 관할 지자체 측의 집합금지명령이 발동되면서 돌연 취소됐다. /TV CHOSUN
'미스터 트롯' 공연 볼 수 있을까. 지난 주말 예정돼 있던 '미스터 콘서트'는 서울공연은 공연 사흘 전인 21일 관할 지자체 측의 '집합금지명령'이 발동되면서 돌연 취소됐다. /TV CHOSUN

'미스터 트롯' 공연 불발, 형평성의 문제…관객들도 부글부글

[더팩트|강일홍 기자] '원칙도 없는 행정명령 어이없네ㅠ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정해*) '대안없는 무책임 극치, 원칙도 소신도 전무'(양미*), '그럼 애초 가능한 요건, 충족할 요건을 명확하게 짚어라도 주든지, 10억 넘는 무대설치 비용은 누가 책임질거야'(오정*) '바로 엊그제 샤롯데씨어터에서 마스크 쓰고 브로드웨이42번가 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강명*)

TV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 콘서트가 불발된 직후 SNS로 교감한 일부 누리꾼들은 부글부글 끓었다. '취소배경'을 언급한 공연관계자의 페이스북 글에는 코로나19의 불안함보다는 행정편의주의에 대한 비난성 댓글이 주를 이뤘다. 지난 주말 예정돼 있던 '미스터 트롯' 서울공연은 공연 사흘 전인 21일 관할 지자체 측의 '집합금지명령'이 발동되면서 돌연 취소됐다.

송파구청의 '집합금지 행정명령'(공고 제2020-1146호) 조치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로 감염병 위험성(위기경보 최고단계인 '심각')이 크다는 게 이유였다. 친인척 방문 사실을 숨겼다가 무더기 지역 확진 파문을 불러온 '송파 60번 접촉 환자'의 영향도 없지 않다는 추측도 있다. 그럼에도 공연을 중단시키는 과정과 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토요일인 지난 25일 서울 이태원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펼쳐진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공연은 좌석 띄기 없이 1700여석을 꽉 채웠다. 발열체크 등을 마친 뒤 입장한 관객들은 마스크만 쓴 채 공연을 즐겼다. /강일홍 기자
토요일인 지난 25일 서울 이태원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펼쳐진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공연은 '좌석 띄기' 없이 1700여석을 꽉 채웠다. 발열체크 등을 마친 뒤 입장한 관객들은 마스크만 쓴 채 공연을 즐겼다. /강일홍 기자

공연 3일 전 내린 '집합금지명령', 불필요한 '피해 방치' 비판 속 '무원칙 논란'

공연을 앞두고 제작사 측은 4일간 시스템 셋업을 마치고 리허설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이런 통보를 받았다. 방역 비용으로만 10억 가까이 투입됐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6개월 이상 공연이 올스톱 돼 파산 직전에 봉착한 공연관련 업체들도 날벼락을 맞긴 마찬가지다. 공연을 치러내기 위해서는 조명과 음향, 무대, 좌석배치 등 수많은 업체들이 각각의 역할이 따로 있다.

결말 없는 '설왕설래 공방'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미스터 트롯' 공연은 지난해 '미스트롯 100억 흥행'을 능가할 올 공연계 최대 흥행작으로 기대됐던 작품이다. 코로나19 변수로 무려 세 차례 연기를 거듭하며 공연자체가 불투명해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번엔 '집합금지명령'이란 복병을 만나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공연계 전반에 몰고온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코로나 이후 올 3월부터 단 한 건의 콘서트도 못 했어요. 30년간 공연제작에 몸담으면서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공연계가 다 죽게 생겼어요. 대학생이 둘이나 있는데 살 길이 막막해요. 코로나가 금방 물러갈 것 같진 않고, 이젠 함께 공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방침대로 철저한 방역체계를 갖추고 사회거리 두기를 실천하면 공연은 하게 해줘야죠."(공연기획자 S씨)

6월 한 달 간 서울 대학로 SH홀에서 진행된 가수 혜은이의 타임슬림 콘서는 소규모 300석 공연장임에도 좌석 띄기를 실천했다. 좌석을 한 자리 건너 절반만 채운 가운데 게스트 류지광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 /독자제공
6월 한 달 간 서울 대학로 SH홀에서 진행된 가수 혜은이의 '타임슬림 콘서'는 소규모 300석 공연장임에도 '좌석 띄기'를 실천했다. 좌석을 한 자리 건너 절반만 채운 가운데 게스트 류지광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 /독자제공

뮤지컬은 되고, '미스터 트롯'은 안된다? 기준 없는 전형적 '이중 잣대'

코로나에 모두가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은 국민 안전에 대한 당위성 때문이다. '집합금지 명령'은 불과 사흘 전에 공고됐다. 공연계는 "적어도 무대 설치를 시작하기 전 결정을 내렸어야한다"고 말한다. 티켓을 구입한 관객들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뮤지컬은 되고, '미스터 트롯'은 안된다? 불필요한 피해를 방치했다는 비판과 함께 '무원칙 논란'은 잦아들지 않는다.

뮤지컬 공연장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현재 성황리에 진행 중인 대형 뮤지컬 공연은 '모짜르트'(세종문화회관)를 비롯해 '오페라의 유령'(블루스퀘어) '브로드웨이 42번가'(샤롯데씨어터) '렌트'(디큐브아트센터) 등 7~8곳에 이른다. 모두 1200석~3000석 대규모로 좌석띄기는 하지 않는다. 300석 공연장에서 '좌석 띄기'로 진행한 혜은이의 콘서트( SH홀)와도 비교된다.

집합금지명령 당일인 지난 21일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직원들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관람했다. 논란이 일자 "수천명이 운집하는 트로트 공연과는 다른 문제"라고 해명했다. 어떤 차이가 있다는 걸까. 1만 5000석 공연장의 '3분의2'를 줄인 5000석의 '미스터 트롯'은 위험하고, 좌석 띄우기조차 하지 않은 1200석의 뮤지컬은 괜찮다는 건가. 전형적인 이중잣대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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