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신선한 소재·짧고 강렬해진 안방극장
입력: 2020.07.23 05:00 / 수정: 2020.07.23 05:00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꼰대인턴, 미쓰리는 알고 있다(왼쪽부터)는 새로 달라지는 드라마 환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존에 16부작이나 20부작에서 벗어나 12, 10, 8, 4부작 등으로 파격 편성되고 신인작가의 작품이 두드려지며 신선한 소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tvN, MBC 제공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꼰대인턴', '미쓰리는 알고 있다'(왼쪽부터)는 새로 달라지는 드라마 환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존에 16부작이나 20부작에서 벗어나 12, 10, 8, 4부작 등으로 파격 편성되고 신인작가의 작품이 두드려지며 신선한 소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tvN, MBC 제공

회차 줄어들고 신인작가 등용으로 달라지는 평일 미니시리즈

[더팩트|이진하 기자] 최근 평일 저녁 드라마가 16부작이란 공식을 깨고 파격적인 시간대 편성과 줄어든 회차로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평일 메인 뉴스 시간이 변경되면서 저녁 10시에 방송하던 드라마는 9시 30분, 10시, 10시 50분으로 다채롭게 바뀌었다. 또 4부작, 8부작, 10부작 드라마가 생겨났고 신인작가가 집필해 성공을 거둔 작품도 다수다.

◆ 밤 9시부터 10시까지 달라진 편성 시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른 코로나19로 이전과 전혀 다른 일상이 펼쳐졌다.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 새롭게 보편화된 사회·문화·경제적 표준을 의미하는 시사용어)'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 3사가 올해 상반기부터 평일 드라마 편성을 기존 10시에서 9시대로 변경했다.

KBS는 지난 6월부터 드라마 편성 시간을 변경한다고 알렸다. 실제 9시 30분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는 7월 6일 첫 방송한 KBS2 수목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극본 이은영·연출 최윤석, 이호)부터다. KBS 관계자는 "늘어난 재택근무와 52시간 도입 등으로 달라진 일상,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평일 저녁 주요 프로그램을 30분 전진 배치한다"고 밝혔다.

MBC도 메인 뉴스의 시간 변경으로 인해 1년 만에 드라마 방송 시간을 변경했다.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극본 신소라·연출 남성우)까지 8시 55분으로 방영했고 이후 '미쓰리는 알고 있다'(극본 서영희·연출 이동현)는 9시 30분으로 늦춰 방영됐다.

프로그램 편성 시간 개편에 대해 MBC 관계자는 "핵심 시간대 프로그램 개편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킬러 콘텐츠 편성을 통해 채널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SBS는 올해 초 '낭만닥터 김사부2'(극본 강은경·연출 유인식, 이길복)부터 기존 지상파 드라마 시간대보다 20분 이른 9시 40분으로 편성했다. SBS 역시 주 52시간 근무제 안착과 빨라진 퇴근 시간, 평일 저녁 TV를 켜는 시간과 가장 많은 사람들이 TV를 보는 시간에 따라 프로그램 시간대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3사 드라마 편성 시간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종편과 케이블 채널 콘텐츠에 밀리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실제 종편채널 JTBC와 케이블채널 tvN이 9시대로 드라마 시간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률면에서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굿캐스팅, 스토브리그, 하이에나(왼쪽부터)는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은 드라마다. 이 작품은 모두 신인작가들의 입봉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SBS제공
'굿캐스팅', '스토브리그', '하이에나'(왼쪽부터)는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은 드라마다. 이 작품은 모두 신인작가들의 입봉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SBS제공

◆ 4·8·12부작으로 줄어든 회차와 시즌제 도입

지난 16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미쓰리는 알고 있다'가 지상파 채널에서 파격적인 4부작 편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단 2주 방영하는 이 드라마는 재건축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과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 드라마로 4.2%(닐슨코리아 기준)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이 부진했던 7월 수목극 사이에서 선전했다.

앞서 지난 4월에 방영한 KBS2 월화드라마 '계약우정'(극본 김주만·연출 유영은)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며 8부작으로 편성됐다. 이 작품은 존재감 없던 평범한 고등학생 찬홍이 우연히 쓴 시 한 편 때문에 전설의 주먹이라 불리는 돈혁과 '계약우정'을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시(詩)스터리 모험기를 그린 드라마다. 최고 시청률 2.7%를 기록하며 흥행은 부진했지만 8부작 편성이 이목을 끌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극본 이우정·연출 신원호 이하 '슬의생')은 12부작으로 종영했다. 방영 전부터 시즌제를 예고해 국내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행보를 보였다. 작품이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만 방영된 점도 독특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99학번 동기 의사 다섯 명을 중심으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12부작 드라마는 '슬의생' 외에도 다수다. JTBC의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극본 김수진·연출 김석윤), 수목드라마 '쌍갑포차'(극본 하윤아·연출 전창근), 월화드라마 '야식남녀'(극본 박승혜·연출 송지원), tvN 월화드라마 '방법'(극본 연상호·연출 김용완), MBC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극본 이수경, 이서윤·연출 김경희)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짧은 호흡의 드라마가 정착되고 해외 드라마처럼 시즌제 도입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실제 지난 2017년 방영했던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극본 이수연·연출 안길호)은 시즌2를 확정했고 2016년 방영했던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연출 김원석)은 시즌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 이국종 외상연구소장을 실제 모델로 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연출 유인식, 박수진)는 2016년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후 약 3년 만에 다시 안방극장을 찾았다. 중심인물인 한석규(김사부 역)를 제외하고 주요 인물이 바뀌었지만 전작과 같은 인기를 얻으며 최고 시청률 27.1%를 기록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계약우정은 8부작, 야식남녀와 쌍갑포차는 각각 12부작으로 기존에 16부작의 틀을 깨고 짧은 극을 선보였다. /KBS2, JTBC 제공
'계약우정'은 8부작, '야식남녀'와 '쌍갑포차'는 각각 12부작으로 기존에 16부작의 틀을 깨고 짧은 극을 선보였다. /KBS2, JTBC 제공

◆ 참신한 주제와 매력적인 캐릭터 이야기…신인작가 강세

박해진과 김응수의 브로맨스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던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지난 2018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작품을 쓴 신소라 작가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색다른 오피스 물을 만들어냈다. 흔히 오피스 물에서 시작해 멜로로 빠지는 서사가 아닌 '갑을 체인지 복수극'이란 색다른 소재로 종영까지 수목극 1위 자리를 지키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극본 박지하·연출 최영훈)도 신인작가의 입봉(처음으로 작품을 만듦)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원래 2016년 MBC 극본 공모 당선작이었다. 당시 이름은 '미스캐스팅'으로 상을 받았지만 방영될 때는 '굿캐스팅'으로 바꿔 전파를 탔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올해 2월까지 인기리에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연출 정동윤)는 스포츠 드라마는 안된다는 편견을 깨고 최고 시청률 19.1%(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극본 김루리·연출 장태유)도 김루리 신인작가의 첫 장편 드라마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김혜수와 주지훈의 조합으로 시선을 모았으며 최고 시청률 14.5%를 기록했다.

또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극본 김은향·연출 이정흠)도 김은향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어른들의 미스터리 감성 추리극을 표방하며 전파를 탔다. 몰입감 높은 연출과 장르물이란 특징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평일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시청률 두 자릿수 11.4%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처럼 드라마가 과도기를 맞이한 지금. 앞당겨진 드라마 시청 시간대와 짧아진 회차로 극의 흐름은 빨라지고 다이내믹해졌다. 또 스타작가보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신인작가의 기용으로 안방극장의 다채로운 재미를 가져다주는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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