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살아있다' 유아인은 왜 '짧은 탈색' 머리가 됐나
입력: 2020.07.20 05:00 / 수정: 2020.07.20 05:00
#살아있다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좀비 영화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아이디어가 곳곳에 담겼고 이는 영화 속 세상에 생동감을 더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살아있다'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좀비 영화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아이디어가 곳곳에 담겼고 이는 영화 속 세상에 생동감을 더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현대무용가'가 만들어낸 K-좀비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짧은 탈색 머리의 주인공, 캐릭터의 성향이 투영된 집, 좀비들의 기괴한 몸짓, 친숙한 아파트라는 공간까지. '#살아있다'는 제작진의 노력, 배우들의 아이디어로 빚어진 K-좀비물이다.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등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준우(유아인 분)와 유빈(박신혜 분)의 이야기를 담은 생존 스릴러다. 유아인 박신혜가 주연을 맡아 첫 연기 호흡을 맞췄으며 조일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는 개봉 당일인 지난 6월 24일(이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20만 4073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 개봉 첫 주 만에 누적 관객 수 106만 2940명(6월 28일 기준)을 기록했고 154만 6937명, 178만 2939명 등 매 주 성적을 갈아치우며 꾸준히 관객들을 극장가로 불러들였다. 지난 16일 누적 관객 수 182만 7223로 '180만 관객 돌파'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

개봉 후 꾸준히 정상을 차지하고 있던 '#살아있다'는 지난 15일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신작 블록버스터 '반도'에 박스오피스 1위 왕좌를 내줬다. '반도' '#살아있다' 모두 K-좀비라는 공통점을 가지있다. 연달아 개봉한 두 영화가 같은 소재를 이는 영화 팬들에게는 좋은 이야깃거리일 터다. 그 대화를 조금 더 풍성하게 해줄 '#살아있다'의 비하인드를 정리해봤다.

친근하기만 하면 매력이 없다. 제작진은 준우 캐릭터에 특별한 비주얼을 첨가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친근하기만 하면 매력이 없다. 제작진은 준우 캐릭터에 특별한 비주얼을 첨가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짧은 탈색 머리의 유아인

영화는 유빈이 등장하는 중반부까지 유아인의 '원맨쇼'로 견인된다. 유아인이 분한 준우는 홀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켜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지만 '친근하고 평범한 이웃집 청년'으로 설정됐기에 임팩트는 부족했다. 제작진은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영화 제작 초기 준우는 눈까지 덮는 긴 앞머리로 설정됐다. 유아인은 가발을 쓰고 첫 촬영을 마쳤다. 영화 제작 관계자는 유아인이 쓴 가발 속 탈색 머리에서 힌트를 찾았다. 강렬한 노란 색을 유지하되 짧게 잘라 보기로 했다. 부족하게 느껴졌던 준우의 임팩트는 그 독특한 비주얼로 채우게 됐다. 결국 유아인이 가발을 쓰고 열연을 펼쳤던 초기 촬영분은 모두 폐기했다.

#살아있다는 배경이 아파트라서 더욱 공포스럽다. 제작진은 오랜 준비를 거쳐 그 디테일을 살릴 세트장을 만들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살아있다'는 배경이 아파트라서 더욱 공포스럽다. 제작진은 오랜 준비를 거쳐 그 디테일을 살릴 세트장을 만들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장 일상적인 아파트 속 공포

'#살아있다'의 주 배경은 아파트다. 제작진은 이 공간을 사실적이면서도 새롭게 그려내기 위해 3개월에 걸쳐 1000평 부지에 아파트 단지 세트를 제작했다. 수많은 아파트를 직접 가서 실측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물론 극적인 재미를 위해 달리 한 부분도 있다. 두 생존자의 집은 남향이 아닌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발코니가 마주 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좀비와의 추격전이 벌어지는 복도 구현 역시 심혈을 기울였다. 숨어있기에 용이하면서도 언제 어떻게 좀비의 위협이 닥칠지 모를 'ㄱ'자, 'Y'자 형태로 복도를 제작해 긴장감을 높였다. 또한 개방형 구조인 복도식 아파트의 특징도 살렸다. 실내이자 실외이기도 한 좁은 복도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들이닥칠 때 몰아치는 답답함과 공포를 극대화한다.

준우의 집(위쪽)은 디지털기기가 푸른 빛을 뿜는다. 반면 유빈의 집은 아날로그적이고 따스한 감성이 묻어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준우의 집(위쪽)은 디지털기기가 푸른 빛을 뿜는다. 반면 유빈의 집은 아날로그적이고 따스한 감성이 묻어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준우의 디지털, 유빈의 아날로그

준우 유빈의 키워드는 각각 디지털과 아날로그다. 제작진은 두 사람의 캐릭터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자의 공간인 집을 다르게 구상했다. 컴퓨터 본체와 기기가 뿜어내는 네온 빛에 둘러싸여 있는 방은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준우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반면 유빈의 집에는 등반 캠핑 등 아웃도어용품이 곳곳에 배치돼 그의 강인함과 에너지를 짐작케 한다. 하지만 그 소품들이 띄고 있는 따스한 색감은 유빈이 품고 있는 푸근한 내면이기도 하다. 개성이 뚜렷한 두 사람은 집을 나와 좀비들과 맞서는 순간부터 상호보완하며 시너지를 발휘한다.

유아인은 #살아있다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아인은 '#살아있다'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준우의 오열, 유아인의 아이디어

관객에게 가장 짙게 남는 인상은 초반부 유아인의 열연일 것이다. 준우는 물과 식량이 점점 떨어져 가고 가족들의 연락마저 두절되자 나락으로 추락한다. 준우가 외로움에 사무쳐 오열하는 장면은 대본에는 짤막하게만 있었고 유아인은 이 부분을 조금 더 부각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는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오열 장면을 추가하는 것을 반대하는 분들도 많았다"며 "하지만 인간이 고립되어 외로움을 느끼고 다음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그 감정을 한번 배설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그리워하던 가족들의 죽음을 직감 후 분노해 TV를 부수는 것 역시 유아인의 아이디어였다.

#살아있다의 좀비들은 독특하다. 인간 시절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고 몸짓은 기존 좀비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살아있다'의 좀비들은 독특하다. 인간 시절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고 몸짓은 기존 좀비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현대무용가가 만들어낸 좀비

제작진은 '#살아있다'를 통해 기존 작품들과 다른 좀비들의 몸동작을 보여주고자 했다. 유아인은 현대 무용가 예효승에게 맡겨보길 권했다. 예효승은 근육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느낌을 강조해 한층 독특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형태의 좀비를 탄생시켰다.

제작진은 현대무용, 발레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에 경험이 있는 배우들을 좀비로 캐스팅했다. 그들은 무용에 기초를 둔 근육 사용 방법 트레이닝을 거치고 나서 촬영에 임했다. 여기에 사람이었을 당시의 직업과 성격,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차별화된 설정으로 '#살아있다'의 좀비를 더욱 공포스럽게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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