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강동원, 시류를 타고 도착한 '반도'
입력: 2020.07.19 00:00 / 수정: 2020.07.19 00:00
강동원이 새 영화 반도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대한민국 대표 꽃미남 배우였던 그는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며 처절한 액션을 펼친다. /NEW 제공
강동원이 새 영화 '반도'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대한민국 대표 꽃미남 배우였던 그는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며 처절한 액션을 펼친다. /NEW 제공

"'꽃미남'이었던 40대 배우, 마음은 그대로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지금도 그는 충무로는 대표하는 미남 배우 중 하나다. 하지만 세상은 더 이상 그에게 로맨스를 선택하게 하지 않는다. 관객의 취향은 변했고 충무로도 그에 발맞춰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맡게 되는 캐릭터도 조금씩 로맨스와 멀어졌다. 선은 점차 굵어졌고 수많은 장르를 거쳤으며 어느덧 액션도 능히 소화해내는 배우가 됐다. 그리고 2020년 7월 그가 도착한 곳은 좀비로 황폐해진 '반도'였다.

강동원은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에서 처절한 생존자 정석 역에 분했다. 영화는 '부산행' 4년 후 생존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담았다. 전대미문의 좀비 바이러스 확산 사건에서 매형과 살아남아 홍콩에 체류 중이던 정석은 돈다발이 담긴 트럭을 탈취해오면 몫을 나눠주겠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트럭을 찾았지만 631부대에 습격을 당하고 민정(이정현 분) 가족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한다. 민정과 의기투합한 그는 좀비들 그리고 631부대원들과 사투를 벌이며 생존을 갈망한다.

"좀비 영화에 크게 관심 없었어요. 저는 좀비보다 오컬트가 더 좋았어요. 그런데 찍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호러를 가장한 액션이라는 게 좀비 영화의 큰 장점이라는 걸 느꼈어요. 호러 장르니까 무섭기만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깨닫게 된 장점이에요. 액션이 가미됐으니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구나 했죠. 해외에서 좀비 영화는 B급으로 많이 만들잖아요. 한국은 메이저 상업 영화로 주로 만들어져요. 그 B급 정서를 상업적인 플롯에 옮겨 놓으니 K-좀비가 인기 있는 게 아닌 가 싶어요."

반도는 부산행 4년 후 생존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담는다. 지난 15일 개봉했다. /NEW 제공
'반도'는 '부산행' 4년 후 생존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담는다. 지난 15일 개봉했다. /NEW 제공

강동원이 '반도'를 선택하기 전 연상호 감독과의 유대는 없었다. 그저 영화인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한번 마주해 인사했던 게 전부라고 한다. '부산행'의 후속편이라는 부담이 있었지만 그는 그저 시나리오 자체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정했다. '전우치' '군도: 민란의 시대'와 같은 작품들을 거치며 액션 연기에 자신감이 붙었고 관객으로서 좋아하던 호러 장르에 그 노하우를 더해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생겼다. 하지만 역시나 처음 해보는 좀비 영화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좀비가 주먹으로 저를 때리는 게 아니니까 잘못하면 얼굴을 다칠 수 있었어요. 그들의 위협을 손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게 좀 힘들었어요. 그리고 침이 많이 튀더라고요. 코로나 시국에 찍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어요(웃음). 좀비 연기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가만히 계시다가 '액션' 소리가 들리면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달려들었어요. 그게 웃기다가도 한편으로는 또 무섭기도 했어요."

"관객들이 정석이라는 캐릭터를 잘 따라와야 다른 인물들의 매력이 살아나는 구조였어요. 저 스스로도 임팩트가 있는 장면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인물들을 살리는 데 더 공을 들였어요. 저는 감정만 주고 CG팀과 다른 배우들 그리고 좀비들이 만든 영화라고 생각해요. 욕심을 부렸다면 이런저런 장면을 넣자고 했을 텐데 제가 원래 또 그런 성향은 아니라서요."

K-좀비의 지평을 열었던 '부산행'의 후속작이었기 때문에 '반도'는 해외 흥행 가능성을 활짝 열어뒀다. 홍콩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등 유럽, 북미와 남미 등 185개국에 선판매됐다. 2020년 칸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는 영광도 누렸다. 앞서 '쓰나미 LA'라는 영화로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했던 그는 이제 '반도'로도 전 세계 관객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강동원은 처절한 생존자 정석 역에 분한다. 돈을 목적으로 트럭 탈취를 위해 다시 대한민국에 발을 들이지만 631부대원들의 습격으로 위기에 놓이는 인물이다. /NEW 제공
강동원은 처절한 생존자 정석 역에 분한다. 돈을 목적으로 트럭 탈취를 위해 다시 대한민국에 발을 들이지만 631부대원들의 습격으로 위기에 놓이는 인물이다. /NEW 제공

"해외에서 '버닝'이 개봉했을 때 미국 친구들이 '이렇게 좋은 영화에 왜 출연 안 했어?'라고 묻더라고요.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을 때도 똑 같은 질문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출연한 영화가 아닌데 다들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게 낯설었지만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았어요. 한국 영화의 세계 진출은 늘 가능성이 보였어요. '부산행' 때도 그랬고요. 해외 시장에서 배우로서 제가 가지는 메리트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라는 것 정도(웃음)? '반도'가 이번에 월드와이드 개봉을 해요. 반응이 어떨지 좀 보려고 해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오는 큰 영화니까 더 관심 있게 봐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배우 강동원의 첫인상은 2004년 유행어인 '꽃미남' 그 자체였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늑대의 유혹'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활약하며 입지를 다졌고 이듬해 멜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그 이미지를 견고히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관객의 취향과 함께 그가 맡는 캐릭터들도 변했다. '의형재'의 남파공작원, '초능력자'의 초인, '검은 사제들'의 가톨릭 신학생, '검사외전'의 사기꾼 등 세상은 그를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필모그래피도 다채로워졌다. 지난 나날들을 돌아본 그는 작품 속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고 또 유쾌했던 2000년대 초반의 향수를 곱씹기도 했다.

강동원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들어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NEW 제공
강동원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들어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NEW 제공

"코미디는 참 좋죠. 다 같이 웃으면서 촬영하니까요. 멜로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그것들만 할 수는 없었어요. 사람들은 '왜 로맨틱 코미디 안 해요?'라고 묻는 데 그런 작품이 별로 없어서예요. 이제는 그런 작품을 쓰는 게 더 힘들어진 시장이 된 거 같아요. 모든 사람이 아는 감정을 신선하게 표현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1981년생 올해 나이 40을 맞이한 강동원이다. 자연스럽게 시류에 몸을 실었던 그는 로맨틱코미디를 거쳐 누아르 오컬트 SF 그리고 K-좀비물 '반도'까지 다다르게 됐다. 그래서 한국 영화가 앞으로 향할 곳이 할리우드라면 이 또한 강동원도 함께하게 될 터다. '반도'는 전 세계에서 개봉했고 그가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 'LA 쓰나미'도 작업이 끝나면 스크린에 걸릴 예정이다. 스스로는 "메리트라고는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것"밖에 없다고 겸손함을 보였지만 지금의 강동원은 비주얼에 연기력까지 겸비한 어엿한 배우다. 그래서 그가 할리우드 배우들과 주고 받을 연기호흡은 영화 팬들의 큰 관심사다.

"저는 늘 똑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가치관을 지켜나가고 싶어요. 늘 열심히 하고 타협은 하지 않으며 살고 싶어요. 변한 건 아는 게 조금 더 많아졌고 마음도 더 넓어졌다는 것뿐이에요. 그래서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스트레이트만 했는데 이제는 몸을 움직이면서 하면서 훅도 날려요. 그렇게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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