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매니저 일방의 '갑질 폭로', 해법은 없나
입력: 2020.07.15 09:49 / 수정: 2020.07.15 19:01
배우 이순재에 이어 신현준의 매니저 폭로가 이슈로 등장했다. 신현준의 전 매니저 김모 씨는 지난 9일 부당대우와 사적인 일을 강요받았다고 밝힌 뒤 14일에는 확인되지 않은 불법 프로포폴 투약 의혹까지 제기해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더팩트 DB
배우 이순재에 이어 신현준의 '매니저 폭로'가 이슈로 등장했다. 신현준의 전 매니저 김모 씨는 지난 9일 부당대우와 사적인 일을 강요받았다고 밝힌 뒤 14일에는 확인되지 않은 '불법 프로포폴 투약' 의혹까지 제기해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더팩트 DB

신현준 매니저, 프로포폴 투약 의혹까지 제기...'논란 확산' 파문

[더팩트|강일홍 기자] "이순재 씨는 인간문화재급 배우입니다. 60년 넘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기가 쉽지 않죠. 아무리 잘 살아도 호불호가 있기 마련인데 이 분은 안티가 없어요. 후배들한테 두루 존경받는 분이기도 하고요. 다만 평소 인품으로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믿지만 내밀한 부분까지 알 수는 없으니 혹시라도 약자로 지칭되는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강요했다면 안타깝지만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겠죠."(중견 매니저 A씨)

A씨는 남진 조용필 윤수일 등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인 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매니저로 잔뼈가 굵은 원로급이다. 30~40년 전까지만해도 인기가수들은 방송 등 음반 활동 못지않게 밤무대 스케줄을 원활하게 수급하는 일이 중요했다고 한다. A씨는 "배우들은 주로 방송사나 영화사와 직접 소통했기 때문에 따로 매니저가 없었다"면서 "스케줄이 많은 인기가수들도 상당 부분은 음반사에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연예계에 소위 매니지먼트로 통칭되는 전문화된 직업이 탄생한 건 2000년대 이후 연예산업이 급속히 확장되면서다. 매니저는 자신이 관리하는 연예인의 거의 모든 것을 서포트한다. 통상 역할에 따라 직급이 분업화돼 있으며 실장 이상 관리자급은 캐스팅 및 언론 홍보 등의 굵직한 대외 비즈니스 업무를 맡는다. '이순재 갑질'을 폭로한 매니저 김모씨는 '현장 매니저'로 불리는 로드 매니저이며 운전 또는 단순 심부름이 주된 업무다.

이순재의 로드 매니저로 약 2개월간 근무한 김 모씨는 이순재의 아내가 1시간마다 자신의 위치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순재는 해당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더팩트 DB
이순재의 로드 매니저로 약 2개월간 근무한 김 모씨는 '이순재의 아내가 1시간마다 자신의 위치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순재는 해당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더팩트 DB

◆ "정당한 노동의 대가 요구" vs "한쪽의 일방 폭로 진실 호도 위험"

폭로에 따르면 김씨 자신은 이순재 가족이 시킨 생수통을 집 안까지 넣거나 이순재 아내의 개인적인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이순재의 아내가 1시간마다 자신의 위치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머슴처럼 일하다 해고' 등의 내용으로 보도되면서 갑질로 비화됐고, 누구보다 모범적이어야할 원로급 스타는 공정사회에 반하는 행동을 한 공적으로 내몰렸다. 김씨는 이순재의 매니저로 약 2개월간 근무했다.

논란의 핵심은 ▲허드렛일 등 부당한 개인사 지시 ▲4대 보험 미가입 ▲근로계약서 미작성 ▲추가 근무 수당 미지급 등이다. 쟁점은 '직업인으로서 노동자의 정당한 대우를 받았느냐'의 소속사 처우로 귀결되지만, 개인업무 부분은 부당한 '갑질'로 비칠 개연성이 있다. 파장은 상대가 '국민 대배우'라는 위상 때문에 더 커졌다. 논란도 이순재가 직접 사과 후 사그라들었지만 대중은 '설마 저런 분까지'란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순재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배우 신현준의 '매니저 갑질'이 터졌다. 신현준의 전 매니저 김모 씨는 지난 9일 신현준으로부터 막말 등 부당대우와 사적인 일을 강요받았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14일에는 확인되지 않은 '불법 프로포폴 투약' 의혹까지 제기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주장과 입장은 늘 상대적이고, 한쪽의 일방 폭로는 자칫 진실을 호도할 수도 있다. 신현준은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매니저의 업무 영역은 과거에 비해 전문화되고 세분화됐음에도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 구석이 상당하다. 사진은 2년전 MBC 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시골경찰3 제작발표회 당시 신현준(맨왼쪽). /더팩트 DB
매니저의 업무 영역은 과거에 비해 전문화되고 세분화됐음에도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 구석이 상당하다. 사진은 2년전 MBC 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시골경찰3' 제작발표회 당시 신현준(맨왼쪽). /더팩트 DB

'매니저' 특수 직업, 업무 영역 불분명...이해 부족하면 갈등 불가피

사실 매니저의 업무 영역은 과거에 비해 전문화되고 세분화됐음에도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 구석이 상당하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소속사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입장 차도 크다. 업계에서는 기획사 규모가 커지면서 위에서 지시를 받아 수동적으로 일을 하는 하부 매니저들한테는 올라갈 계단이 더 어렵게 됐다고 말한다. 1인 기획사에서 수년간 로드로 뛰다 독립하면 곧바로 사장급으로 변신하던 때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전문성을 가진 매니저들은 소속 아티스트의 일거수 일투족, 심지어 기분까지 케어해야한다는 데 공감한다.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주기 위해 신경을 쓴다. 이동이나 숙식은 물론 특정 브랜드 커피만 고집해도 되도록이면 맞추려고 노력한다. 작은 불편함이 심리적 불안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스타가 포진돼 있는 기획사의 B 대표는 "매니저의 역할이나 임무, 책임에 대한 제대로된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매니저의 '일'은 영역이 불분명하다. 일부 기획사들은 '주52시간 근로가 본격 시행되면 답이 없다'고 말한다. 30여년간 대중문화 기자로 연예계와 연을 맺고 있는 필자 역시 일의 특성상 휴일과 근무시간을 한방에 가르마 타기가 쉽지 않다. '당연한 내 일'로 인식하는 것과 '대우받는 만큼만 일하겠다'는 것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스타와 믿음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잇고 있는 매니저들은 많다. 처우만 따지면 '갑질 논란'의 해법은 없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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