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33년 관록' 정진영의 무게감
입력: 2020.07.07 05:00 / 수정: 2020.07.07 05:00
배우 정진영이 맹활약이다. 33년 내공에서 나오는 빈틈없는 연기도, 오랜 꿈이었던 영화감독으로서의 활약도 모두 합격적을 받은 중견 배우의 품격 있는 행보다. /더팩트 DB
배우 정진영이 맹활약이다. 33년 내공에서 나오는 빈틈없는 연기도, 오랜 꿈이었던 영화감독으로서의 활약도 모두 합격적을 받은 중견 배우의 품격 있는 행보다. /더팩트 DB

'사라진 시간'의 감독, '가족입니다'의 50대 사랑꾼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대다수 중견 배우는 자기 몫 이상을 해낸다. 산전수전 겪으며 쌓은 수많은 경험이 그 연기력을 탄탄히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33년 관록의 배우 정진영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기존 활동 반경은 더욱 견고하게 다진다.

최근 정진영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맹활약 중이다. 한쪽은 영화감독으로서 다른 한쪽은 배우로서라서 그 활약이 더욱 두드러진다. 정진영은 지난 6월 18일 '사라진 시간'으로 영화감독 데뷔신고식을 치렀다. 이 영화는 화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 분)가 지금까지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라진 시간은 정진영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작품은 다소 난해했고 관람객과 평론가의 평은 엇갈렸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라진 시간'은 정진영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작품은 다소 난해했고 관람객과 평론가의 평은 엇갈렸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결과부터 말하지만 '사라진 시간'은 다소 난해한 영화였다. 포장은 미스터리 스릴러였지만 작품 안에는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한데 뒤섞였다. 관람객의 평가는 좋지 못했고 "아 내 사라진 시간"(corn****)이라는 한 누리꾼의 댓글은 네이버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샀다. 누적 관객은 6일 기준 18만 5000에 머물렀다.

하지만 '사라진 시간'은 대부분의 비상업영화가 그렇듯 범대중적 호평을 끌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기존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곳곳에 담은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코미디의 타율은 높고 작품이 마지막에 건네는 질문도 곱씹을수록 뒷맛이 좋다. 오랫동안 습작 끝에 "기존 영화와 다른 흐름을 가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결심으로 만들어 낸 독특한 이야기였다.

정진영은 기존 영화와 다른 흐름을 가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결심으로 사라진 시간을 만들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정진영은 "기존 영화와 다른 흐름을 가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결심으로 '사라진 시간'을 만들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평론가들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현실은 꿈같고 꿈은 현실 같다, 용감한 데뷔작"(김성훈), "남자는 '참 좋다'고 했다, 아내는 '예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도 '참 좋다'고 말했다"(이용철), "영화라는 꿈 속에 갇히다, 끔찍하게 아름다운 미로같은"(김현수)라는 평가와 함께 5점 만점에 4점을 줬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을지언정 영화인들은 이야기꾼 정진영의 능력을 인정했다.

정진영은 영화 개봉과 더불어 지난 6월 1일부터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극본 김은정, 연출 권영일, 이하 '가족입니다')'에서 주인공 김상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드라마는 아빠 상식과 아내 이진숙(원미경 분) 첫째 딸 김은주(추자현 분) 둘째 딸 김은희(한예리 분) 그리고 막내 아들 김지우(신재하 분)로 구성된 가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가족입니다 속 정진영의 첫 인상은 거칠고 괴팍한 가장이다. 하지만 2화가 되자 갑작스럽게 반전 매력이다. /tvN 제공
'가족입니다' 속 정진영의 첫 인상은 거칠고 괴팍한 가장이다. 하지만 2화가 되자 갑작스럽게 반전 매력이다. /tvN 제공

정진영의 활약은 '가족입니다'의 핵심이다. 극중 그는 졸혼을 요구하는 아내와 불화를 겪고 야간산행 도중 실족한다. 이 때문에 정진영은 기억 상실증을 앓게 되고 신혼생활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22살 청년 김상식으로 돌아간다. 한 캐릭터 속 두 가지 면모라는 중책이다. 먼저 50살이 넘은 쓸쓸한 가장 김상식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트럭운전만 25년 해왔던 그는 '가족을 위해서'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일에만 매진했지만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가족과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거칠고 무뚝뚝하다. 아내는 물론 두 딸과 아들 모두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가끔 집에 들어와 쉬어도 아내의 쓴 소리가 이어진다. 상의를 탈의하고 몸 곳곳에 부항을 뜬 모습은 짠하다. 그리고 실족하기 직전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했다는 정황이 밝혀지며 또 짠함을 안긴다.

기억을 잃은 김상식의 활약은 가족입니다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다. 무뚝뚝하고 거칠었던 가장의 사랑꾼 변신이다. /tvN 제공
기억을 잃은 김상식의 활약은 '가족입니다'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다. 무뚝뚝하고 거칠었던 가장의 사랑꾼 변신이다. /tvN 제공

반면 22세 로맨틱한 청년 김상식은 '가족입니다'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다. 졸혼 선언 후 냉전을 이어갔던 아내 진숙에게 "숙이 씨"라며 애교를 부리고, "나 몇 점짜리 남편이었어요?"라고 물으며 눈치를 살핀다. 젊은 시절 함께했던 다이아몬드 게임을 같이 하자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아내가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자 입술을 쭉 내밀며 토라진다. 흰머리가 무성한 50대 사랑꾼 김상식의 활약에 아내 역을 맡은 원미경이 짓는 황당한 표정을 시청자들도 짓고 있을 터다. 대신 원미경이 보여주지 않은 폭소와 미소가 시청자들과 함께한다.

'가족입니다'는 이런 정진영의 맹활약과 함께 2막을 열었다. 상식은 최근 기억을 되찾았고 그동안 가족들 사이에 숨겨왔던 비밀을 풀어내며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다. 33년 내공에서 나오는 빈틈없는 연기도, 오랜 꿈이었던 영화감독으로서의 활약도 모두 합격적을 받은 중견 배우의 품격 있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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