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박해진'] '만찢남'에서 연기에 '맛든남'
입력: 2020.07.05 07:00 / 수정: 2020.07.05 14:19
배우 박해진이 1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꼰대인턴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배우 박해진이 1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드라마 '꼰대인턴'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편집자 주>

'꼰대' 아닌 공감하는 어른으로 기억되길

[더팩트|이진하 기자] '선행' '다작' '한류' 배우 박해진과 함께 동시에 떠오른 수식어들이다. 브라운관에서는 주로 검은색과 남색의 반듯한 정장을 입은 모습이 생각나 쉽게 대화를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됐다.

그런 나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인터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해진은 "제 외모 때문에 다른 분들이 제게 다가오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편이죠"라고 말했다. 물론 연기하는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박해진은 지난 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극본 신소라·연출 남성우)에서 가열찬 역을 맡아 짠내 폭발하는 사회 초년생부터 꼰대력 상승한 부장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첫 코믹 연기 도전이지만 1회부터 콧수염을 붙이고 춤추는 장면을 통해 색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침 드라마 마지막 방송을 앞둔 지난 1일 오후 인터뷰 장소인 강남의 한 카페를 찾았다. 그곳에서 처음 본 배우 박해진은 카페 한편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밑단을 살짝 접은 청바지에 빨간색과 흰색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입은 그에게서 지질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던 가열찬 부장의 모습을 찾아볼 순 없었다.

드라마 엔딩에 대해 묻자 그는 "결말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워요"라며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그런 내용이 중심이 되지만 그 안에서 우리 식구들(꼰대인턴 마케팅영업부)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해 인터뷰 당시 아직 방영되지 않은 마지막 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해진은 극 중 가열찬 역할을 맡아 코믹한 모습과 카리스마 있는 부장의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스튜디오HIM 제공
박해진은 극 중 가열찬 역할을 맡아 코믹한 모습과 카리스마 있는 부장의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스튜디오HIM 제공

수목극 시청률 1위에 빛나는 '꼰대인턴'은 순간 시청률 9%까지 기록하며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서 박해진은 때때로 지질하고 허술한 모습도 보이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서의 리더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흐름에 완벽하게 젖어들었다.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 선택에 도전이란 생각은 없었을까.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인물을 창조하려고 하기보단 자연스럽게 내가 녹아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도전이란 생각이 들진 않았아요. 가열찬 캐릭터 속에 저와 닮은 부분이 있어서 이전 작품보다 좀 더 솔직한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죠."

박해진은 가열찬과 80% 정도 닮아있다고 말했다. 특히 혼자 있을 때 무언가를 후회하기도 하고 영상을 보며 키득거리는 모습이 인간 박해진의 모습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졌다.

"사실 '꼰대'라는 말이 참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 드라마에서는 '시니어'란 표현을 대신 썼죠. 저는 이 작품을 통해 '꼰대' 또는 '시니어'가 사회 속에 필요한 존재란 것을 일깨워준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열찬이도 항상 문제 상황과 마주하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이만식 인턴인 것처럼요."

박해진이 생각하는 '꼰대'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본인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수용할 수 없고 적극적으로 들어볼 여지가 없는 사람이 바로 '꼰대'아닐까요. 이 작품을 하다 보니 언행도 조심스럽게 바뀐 것도 있어요."라며 미소 지어 보였다.

꼰대인턴은 박해진의 첫 코믹 연기 도전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스튜디오HIM 제공
'꼰대인턴'은 박해진의 첫 코믹 연기 도전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스튜디오HIM 제공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은 그가 처음 '꼰대인턴' 1회분을 촬영하며 '정말 이럴까'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소위 말하는 꼰대짓을 하는 장면을 텍스트로 봤을 때는 더 도드라져 보여 이걸 연기하면 재수 없어 보일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사실 대본만 봤을 때 실제로 이럴까 하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1회가 방송되고 실시간 라이브 톡을 보니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진짜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드라마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것도 연기에 도움이 됐죠."

그는 드라마에 대한 모니터링으로 포털 사이트에 있는 실시간 댓글을 주로 봤다고 했다. 좋은 댓글 10개를 봐도 하나의 나쁜 댓글에는 쉽게 상처 받는 다며 속상한 표정을 지어 보여 '꼰대인턴' 열찬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 상을 노려볼 만 하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김응수와 케미스트리가 좋았다는 평가가 많다. 또 제작발표회와 얼마 전 방송된 랜선 팬미팅 등에서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출연진들이 입을 모았다. 실제 촬영장에서는 어땠는지 궁금했다.

"김응수 선배님은 '꼰대'란 느낌이 전혀 없다. 그러니까 누구를 간섭하거나 그런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그냥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자문을 구할 때 빼고는 먼저 말씀을 하시는 편이 아니다. 그밖에 배우들과 촬영장에서 너무 잘 지내서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그게 모두 드라마 장면에 녹아든 것 같았다."

또 김응수가 극 중 보내준 꽃 사진은 실제로도 보낸다며 오늘도 메시지가 왔다고 전했다. 극이 끝나서 이제 메시지가 안 오면 너무 허전할 것 같다며 현실 케미를 자랑했다. 극 중 배경이 식품회사라 이번 작품에서 유난히 음식과 관련된 장면이 많이 나왔다. 특히 먹방과 요리 장면이다. 먹방 연기가 어렵진 않았는지 물어봤다.

다작 왕으로 유명한 박해진은 이번 꼰대인턴이 끝난 후 바로 차기작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다작 왕'으로 유명한 박해진은 이번 '꼰대인턴'이 끝난 후 바로 차기작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사실 저는 먹는 걸 좋아해요. 치즈버거 기준으로 예전에 한 10개 정도는 먹어봤어요. 이번 작품 덕분에 평소 잘 먹지 못했던 라면과 햄버거를 맘껏 먹었죠. 특히 그 비싼 햄버거를 원 없이 먹어서 좋았어요. 제가 좀 옛날(?) 사람이라 햄버거는 천 원 시절을 기억해서 그런지 비싸서 잘 안 사 먹거든요. 연기하면서 수제버거를 먹는 신이 있었는데 한 3~4개 정도 먹었던 것 같아요."

1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며 박해진은 꾸준히 일상적인 기부와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천, 억 단위의 기부금을 냈던 그가 햄버거를 비싸다고 표현하니 좀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 박해진은 연예인 최초로 'KBS 119상'을 수상한 배우이기도 하다.

"저는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하는 편이라 평소 라면을 거의 못 먹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일이니까'하면서 라면도 많이 먹었어요. 또 어깨가 좀 다치는 바람에 운동을 못해서 작품이 끝났으니 관리를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요. 오랜 자취생활을 했던 탓에 음식은 제가 먹고 살 정도는 하는 편이에요."

현재 어머니와 누나 조카들까지 3대가 함께 산다고 한 박해진은 평소 어머니가 음식을 해주시기 때문에 자주 하지는 않지만 가끔 요리를 한다고 밝혔다. 그가 할 수 있는 요리는 쌀국수, 파스타, 팬케이크, 수플레 등으로 목록만 들어도 수준급 실력을 자랑할 것만 같았다.

그는 '다작 왕'답게 '꼰대인턴'이 끝나자마자 바로 차기작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가열찬이란 인물에서 미쳐 빠져나오지 못했을 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진짜 박해진 맞아?'란 생각이 들 수 있게 변신해서 돌아올게요"라고 차기작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진지하고 무거운 이미지에서 코믹함으로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온 인간 박해진은 어른들의 사회 성장기를 그린 '꼰대인턴'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할 줄 아는 어른, 즉 '공감할 수 있는 어른'으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꾸준히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 앞에 꽃길만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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