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전소니'] '화양연화' 종영 후의 기록
입력: 2020.07.04 00:00 / 수정: 2020.07.04 00:00
90년대 배경의 로맨스는 과거의 향수와 어우러져 특별한 시너지를 가지게 된다. 화양연화 속 전소니가 그랬다. 좋아하는 선배를 따라다니다보니 어느덧 운동권에 발을 담그게 된 가녀린 소녀 윤지수는 그렇게 국민 첫사랑이 됐다. /이동률 기자
90년대 배경의 로맨스는 과거의 향수와 어우러져 특별한 시너지를 가지게 된다. '화양연화' 속 전소니가 그랬다. 좋아하는 선배를 따라다니다보니 어느덧 운동권에 발을 담그게 된 가녀린 소녀 윤지수는 그렇게 국민 첫사랑이 됐다. /이동률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혼란스러웠던 20대, 돌아보니 '화양연화'였죠"

[더팩트 | 유지훈 기자] tvN 드라마 '화양연화'를 보다가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같이 밥을 먹다가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그가 전소니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전소니가 멋진 배우라는 것을 서로 공감했고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만약 그를 인터뷰하게 되면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보기로 말이다.

전소니는 인터뷰를 위해 <더팩트> 사옥으로 직접 찾아왔다. 지난 6월 16일 20여 매체와 라운드 인터뷰를 했고 17~18일 1대 1로 취재진을 만났다. 나는 3일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만나게 되는 마지막 기자였다. 지쳤을 법도 한데 사진 촬영에서의 포즈도 질문에 대한 대답도 뭐 하나 흐지부지 매듭짓지 않았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우선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화양연화'에서의 활약을 짚어봤다. 전소니는 음대 피아노과 93학번 새내기 윤지수 역을 맡아 재현(진영 분)과 90년대 캠퍼스를 배경으로 풋풋한 러브스토리를 펼쳤다.

"'화양연화' 덕분에 90년대에서 살아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지수로서 4계절을 연기할 수 있었어요. 저는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작품 속 순간순간들이 생각날 것 같아요. 살아가다 보면 아름다운 순간도, 힘든 순간도 있어요. 그런데 돌아보니 힘들었던 순간들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져요. 그래서 제 삶에 있어 어떤 한순간을 '화양연화'를 꼽고 싶지 않아요."

"처음에는 재현 캐릭터를 누가 맡게 될지 몰랐어요. 나중에 진영이라는 분이 캐스팅됐다는 걸 알게 됐죠. 그분이 연기했던 작품들을 보면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막상 연기를 같이해보니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배우였어요. 인물에 대한 애정도 열의도 많아서 같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드라마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어요. 그 덕분에 의지도 많이 됐고요."

화양연화 애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2화의 한 장면이다. 전소니는 벛꽃잎이 흩날리는 배경 속 첫 사랑의 설렘을 전달하기 위해 몇번이고 머리를 풀어헤쳤다. /화양연화 캡처
'화양연화' 애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2화의 한 장면이다. 전소니는 벛꽃잎이 흩날리는 배경 속 첫 사랑의 설렘을 전달하기 위해 몇번이고 머리를 풀어헤쳤다. /'화양연화' 캡처

전소니가 눈에 들어왔던 것은 '화양연화' 2화에서였다. 극 중 짝사랑하는 진영의 손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몰래 묶으려다 들키는 장면이었다. 전소니는 진영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풀어 헤쳤고 이는 슬로우 모션으로 연출됐다. "그 장면이 정말 예쁘게 나왔다"고 말하니 "감독님 회심의 장면이었다"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가장 완벽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몇 번이고 같은 장면을 촬영했다고 하기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덧붙일 줄 알았지만 "여러 스탭들의 고생이 담겼는데 좋게 봐주셨다니 다행이었다"는 맺음말로 스태프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마음도 참 예쁜 전소니였다.

"지수라는 캐릭터가 좋은 순간을 많이 가져다줬어요. 지수를 연기하는 동안 순진하게 세상을 바볼 수 있었어요. 아름다운 게 먼저 보이고 웃음도 많아지고 무언가를 표현하는 게 즐거워졌어요. 지수는 순수하지만 사람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데 스스럼이 없어요. 그래서 재현 선배를 만나 운동권에 뛰어들기도 했죠. 호기심으로 한 사람을 탐구하고, 그 사람 안에서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아요. 저는 운동권에서 활동하는 지수만큼 뜨거운 사람은 못 돼요(웃음). 제 가치관을 말하려고 노력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도 질 줄 아는 사람이고 싶어요."

앞서 언급했던 나의 친구는 내 스마트폰을 잠시 빌려 가더니 인스타그램을 켜서 전소니의 계정을 팔로우했다. 그 덕분에 인간 전소니를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었다. SNS 속 그는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관객 중의 하나였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한 평범한 사람이었으며,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프로 여행러'이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면 그의 여행은 화려한 야경의 도심에서 펼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식물원이나 수목원, 둘레길 등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공간들이 주 배경이었다. 인스타그램 계정명도 'somewheregreeny'.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지는 세상에서, 그리고 영화라는 콘텐츠 속에서 전소니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친구 덕분에 전소니라는 배우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독립 영화 속에서 그는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리고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슈퍼스타였다.
친구 덕분에 전소니라는 배우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독립 영화 속에서 그는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리고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슈퍼스타였다.

"제가 어릴 때 산동네에서 컸어요. 산에 가까운 곳에 집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계속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게 있어요. 날씨 같은 자연현상에 영향도 많이 받고요. 저는 여행 가는 걸 좋아해요. 예쁜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낯선 곳으로 가고 싶어요. 그러면 감각이 예민해지거든요. 낯선 자연으로 가면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보게 돼요. 낯선 자연에 저를 던져두고 오감이 예민해지는 걸 느끼는 게 저한테는 여행이에요."

"작은 영화를 사랑해요. 배우보다 관객의 입장으로서요. 사람의 취향이 다 다르잖아요.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접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독립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이 많아서 선택의 폭이 참 넓었어요.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게 예술영화관의 역할이에요. 영화라는 게 참 신기해요. 기분이 좋아도 기분이 나빠도 영화관으로 가요. 관객의 감정과 영화가 만나서 완성되는 게 감상이에요. 그리고 어떤 극장에서 보는지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요. 영화를 보는 재미가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많이 없어졌어요. 다수의 취향도 좋지만 소수의 취향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해요."

전소니는 2014년 영화 '사진'으로 데뷔 후 '김지예 관람불가' '외출' '기억을 걷다' '촉법소년' '어떤 알고리즘' '이 시대의 사랑' 등 수많은 독립영화를 종횡무진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렸다. 수많은 배우 지망생들 가운데 전소니가 두각을 드러낸 이유는 그가 출연한 무성의 콘텐츠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치즈의 '어떻게 생각해' 뮤직비디오, 비주얼스프롬 스튜디오와 서울시가 합작해 만든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이윤정 감독과 선보인 '앞으로' 등이다. 이 작품들 속 전소니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뿜어내는 배우고, 서울을 살아가는 평범한 청춘이며,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무용가다. 당시 주목받았던 비결을 묻자 한참이나 부끄러워하더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전소니의 20대는 혼란스러웠다. 배우로서의 정체성에 혼동이 왔고 머리를 짧게 자르기도 했다. 지금의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혼란들을 이겨내고 다시 배우로서 도약을 펼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전소니의 20대는 혼란스러웠다. 배우로서의 정체성에 혼동이 왔고 머리를 짧게 자르기도 했다. 지금의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혼란들을 이겨내고 다시 배우로서 도약을 펼치고 있다. /이동률 기자

"한창 독립 영화와 무성의 콘텐츠를 많이 했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웃음), 20대 후반의 나이가 됐을 때 많은 분이 저한테 '신비롭다'는 말을 해주시긴 했어요.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겠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그 시기 모든 미팅에서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내 인생에 무슨 일이 생겼었나 싶을 정도예요. 작품은 많이 했지만 스스로는 혼란스러웠어요. 그래도 그 시기를 거치고 나니까 뭔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느껴요."

"'여자들' 이후 머리를 짧게 잘랐었어요. 제가 비슷한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다고 느꼈었거든요. 저는 연기자였지만 뭔가 모델 같은 이미지가 돼 있었어요. 그래서 뭔가 큰 변화를 주고 싶었고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머리였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게 머리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기도 해요.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꾸준히 배우로 활동하면서 그 혼란스러운 시기가 자연스럽게 끝났어요."

좋은 인터뷰이가 되기 위한 책을 읽다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좋은 인터뷰에 성공했다면 인터뷰어가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었어요' '저보다 저를 더 많이 아시는 것 같아요'라고 한다는 단골 멘트다. 내게는 전소니와의 인터뷰가 그랬다. "이렇게 저에 대해서 많이 꺼내 본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몇 번이나 고마움을 전했다. 전소니는 직업을 배우로 선택한 이유를 "인간의 삶이 유한해서"라고 했다. 그는 무의미하게 흘러갈 자신의 삶을 영화라는 무한한 세상 속에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비록 이 인터뷰 기사가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영상 콘텐츠는 아니지만 어떤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게 됐다. 그가 좋은 작품을 만나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전소니라는 배우를 기억하고 다시 인터뷰하게 될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행복이라는 건 찾아오는 게 아니라 직접 허리를 굽혀서 주워야만 한다'는 게 있어요. 우리의 하루하루는 모두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그 비슷한 하루를 조금은 다르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누군가가 행복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게도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말하고 나니 거창해서 뭔가 창피하네요. 제가 뭘 알겠어요(웃음). 그냥 앞으로 들어오는 작품과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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