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영화] '기생충'의 시대, '코로나'의 시대
입력: 2020.06.28 00:00 / 수정: 2020.06.28 00:00
한국 영화계는 꾸준히 성장했고 기생충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네 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달콤함은 너무나 짧았다. 코로나19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져만 갔고 충무로에는 전대미문의 첨체기가 찾아왔다. /로스앤젤레스(미국)=AP.뉴시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영화계는 꾸준히 성장했고 '기생충'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네 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달콤함은 너무나 짧았다. 코로나19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져만 갔고 충무로에는 전대미문의 첨체기가 찾아왔다. /로스앤젤레스(미국)=AP.뉴시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바닥 찍은 관객 수…'신작 가뭄' 악순환까지

[더팩트 | 유지훈 기자] 2020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는 두 가지 의미의 새 역사를 썼다. 하나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쾌거였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이었다. 코로나에 울다가 '기생충'에 웃고 그러다 다시 또 울상이 된 충무로 배경의 이 신파극은 아직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중심부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영화계는 관객 감소라는 두려움에 떨었고 이는 현실이 됐다. 올해 설 연휴 3일(1월 24~26일) 동안 관객은 372만 명이었다. 작년 연휴(2019년 2월 4~6일) 전체 관객 488만 명보다 31.3%(116만 명)나 감소한 기록이자 2016년 후 5년 만의 설 연휴 최저치였다.

하지만 2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영화계는 미소 지었다. '기생충'은 각본상, 국제영화상, 각본상까지 무려 4관왕을 달성했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였고 한국 101년 영화 역사상 최초의 수상이기도 했다. 꾸준히 성장을 거듭한 한국 영화계가 맺은 의미 있는 결실이었다.

극장가는 코로나19 여파에 텅 비었다. 4월 관객은 집계 이래 최저치인 97만이었다. 몇몇 영화관은 휴업을 결정했으며 배급사들은 신작 개봉을 미뤘다. /남용희 기자
극장가는 코로나19 여파에 텅 비었다. 4월 관객은 집계 이래 최저치인 97만이었다. 몇몇 영화관은 휴업을 결정했으며 배급사들은 신작 개봉을 미뤘다. /남용희 기자

그러나 '기생충'의 달콤한 뒷맛은 오래 가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영화계는 참담한 현실 앞에 서야만 했다. 극장을 찾는 사람은 꾸준히 감소했고 2월 18일 '슈퍼 전파자'로 불리는 대구 확진자가 나오자 관객수는 곤두박질쳤다. 2월 관객은 737만으로 1월에 대비 반 토막이 났고 3월에는 138만까지 급감했다. 4월은 관객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역대 최저치이자 지난해 대비 13.7%인 97만으로 바닥을 찍었다.

관객이 급감하자 영화계는 본래 형체를 잃고 도미노처럼 차례로 무너졌다.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스릴러 '침입자', 신혜선의 첫 스크린 데뷔작 '결백', '파수꾼' 윤성현 감독의 첫 상업영화 '사냥의 시간' 등 올해 초 스크린에 걸릴 예정이었던 영화들은 모두 부랴부랴 개봉을 연기했다. 급감한 관객수 때문에 손익분기점 넘기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들도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 총 82개 지점을 임시 휴관했다.

사냥의 시간과 침입자 결백(왼쪽부터)은 모두 코로나19 여파에 개봉일 미뤄왔다. 결국 사냥의 시간은 극장 대신 OTT를 선택했다. 침입자와 결백은 오랜 기다림 끝에 6월 초 관객들을 만났다. /넷플릭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다리이엔티 제공
'사냥의 시간'과 '침입자' '결백'(왼쪽부터)은 모두 코로나19 여파에 개봉일 미뤄왔다. 결국 '사냥의 시간'은 극장 대신 OTT를 선택했다. '침입자'와 '결백'은 오랜 기다림 끝에 6월 초 관객들을 만났다. /넷플릭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다리이엔티 제공

극장을 찾아올 관객도, 관객을 끌어들일 영화도, 영화가 걸릴 극장도 없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영화 팬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극장을 찾아가는 대신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시선을 돌렸다. 100억이 넘게 투입된 상반기 대작 '사냥의 시간'도 이에 발맞춰 극장이 아닌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 공개를 결정했다. 관객과 작품 모두 OTT를 선택하게 된 셈이었다.

이태원 클럽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5월을 지나 6월에 접어들며 영화계는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영화관은 휴관했던 지점들의 영업을 재개했다. 대신 좌석 거리 두기를 비롯해 소독과 환기 음식물 섭취 제한 등 방역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8일 한 영화 시사회에 확진자가 다녀갔지만 극장 내 추가 감염이 없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객들의 공포감은 누그러졌다.

일정을 수정했던 '침입자'와 '결백'이 일주일 간격을 두고 연달아 개봉했고 배우 정진영이 메가폰을 잡고 조진웅이 주연을 맡은 '사라진 시간'도 스크린에 걸렸다. 모두 큰 자본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작 가뭄을 달래줬다. '침입자'는 52만(이하 25일 기준), '결백'은 61만, '사라진 시간'은 16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박신혜 유아인 주연의 #살아있다는 극장가 회복세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개봉 첫 날 2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남산의 부장들 이후 약 5개월여 만의 최고 오프닝 스코어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신혜 유아인 주연의 '#살아있다'는 극장가 회복세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개봉 첫 날 2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남산의 부장들' 이후 약 5개월여 만의 최고 오프닝 스코어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에 박신혜 유아인 주연의 좀비 영화 '#살아있다'가 지난 24일 개봉하며 극장가 회복에 힘을 보탰다. 이 작품은 개봉 당일 20만 4073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로 극장가 관객 하락세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다. 또한 올해 최고 성적을 거머쥔 '남산의 부장들'의 개봉성적인 25만 2058명과 근접하다.

극장은 방역에 심혈을 기울여 문을 열었고, 새로운 영화가 개봉했으며, 관객은 다시 극장을 찾아오고 있다. 잃어버린 선순환 구조가 다시 만들어진 셈이다. 25일 기준 올해 6월 총 관객은 265만 7087명이다. 5월 총 관객이 152만이었던 만큼 분명한 회복세다. 하지만 하루 평균치는 10만 6283명으로 지난해 6월(하루 평균 76만 1519명) 대비 13.95%에 해당한다. 뚜렷한 회복세에도 아직 한국 영화계는 갈 길이 멀다.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왼쪽부터)는 여름 성수기를 겨냥하는 빅3 영화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왼쪽부터)는 여름 성수기를 겨냥하는 빅3 영화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계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쇼크에 미래는 보이지 않았고 그 때문에 누구도 포스트 '기생충' 또는 포스트 봉준호를 입에 올릴 수 없었다. 희망이 있다면 코로나 장막은 느리게나마 걷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 성수기에는 '부산행'의 후속작 '반도',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강철비'의 후속작 '강철비2: 정상회담'이 개봉될 예정이다. 가을에는 뮤지컬 영화 '영웅', 한국형 우주 SF '승리호', 조인성 김윤석 주연의 '모가디슈' 등도 스크린에 걸려 극장가에 활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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