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작 논란'으로 검찰에 기소된 조영남이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덕인 기자 |
누리꾼 "판결은 무죄지만 도덕적 유죄 아닌가?"
[더팩트|이진하 기자] 조수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팔아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여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영남의 매니저 장모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 이유로 검찰의 상고가 불고불리(不告不理)의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불고불리는 형사 소송법에서 법원은 원고가 청구한 사실에 대해서만 심리·판결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조영남이 미술작품을 거래하면서 다른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는 정보를 알리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이며 묵시적 기망행위라는 검찰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거래 작품이 친작인지 보조자와 함께 제작됐는지는 작품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 작품 구매자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또 조영남이 다른 사람의 작품에 자신의 성명을 표시해 판매햇다는 등 위작·저작권 시비에 휘말린 것이 아닌 이상 피해자가 조영남에게 기망당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끝으로 "미술작품 거래에서 기망을 판단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법률에만 숙련된 사람들이 회화의 가치를 최종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고 미술작품 가치를 인정해 구매한 사람에게 법률가가 속았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2016년 조영남을 사기죄로 기소했다. 조영남이 2011~2015년 화가 송모 씨의 그림 21점을 넘겨받아 덧칠한 뒤 자신의 서명을 넣어 총 1억5000여만 원을 받고 '화투' 그림 판매해 대금을 가로챘다는 혐의다.
조영남은 5년가량 진행된 법정 싸움을 끝내고 예술가의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새롭 기자 |
1심 재판부는 "조 씨가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면 피해자들이 그림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조영남은 조수 작가를 고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미술계 관행이라며 화투를 소재로 한 작품은 자신의 고유 아이디어로 출발한 것이며 조수 작가는 기술 보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보조 작가를 사용한 작품 제작방식을 용인할 수 있는지는 예술계가 논의해야 하며 법률적 판단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심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 사건의 의미를 감안해 지난달 25일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공개변론에서 조영남은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의 음악에서는 반드시 엄격한 형식과 규칙이 요구되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에 반해 미술은 놀랍게도 아무런 규칙이나 방식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법원은 조영남의 손을 들어줘 무죄가 확정됐다. 5년가량 이어진 법적 다툼이 마무리된 것이다. 그러나 조영남을 향한 여론은 싸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누리꾼들은 "판결은 그럴지 몰라도 일반 국민은 사기라고 생각한다"(sout***), "행위는 유죄. 도덕적 유죄 아닌가?"(illa***), "유무죄를 떠나 미술계의 대작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chlo***), "관심 없고 욕심 많은 영감 방송에서도 보기 싫다"(fifa***), "조수 불러서 그릴꺼면 그냥 그림 접어라"(rnqt***)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법원 무죄를 받은 뒤 조영남은 취재진들을 향해 "한국에도 현대미술이 살아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현대미술을 다룬 새 책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현대미술에 관한 조영남의 자포자기 100문 100답'도 다음 주 출간할 예정"이라며 예술가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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